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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부의 땀으로 써내려 간 시

[세상사는 이야기] 송산면 동곡리 문현수 농부시인

2023.06.26(월) 14:21:20당진시대(d911112@naver.com)

농부의 땀으로 써내려 간 시 사진




농부가 일구는 땅은 쉴 틈이 없다.  봄에는 싹이 트고 여름에는 푸르름으로 물든다. 가을에는 풍성하게 작물들이 익어간다. 겨울이 오면 다시 찾아올 봄을 맞이하기 바쁘다. 땅이 살아 있는 만큼 농부의 손도 분주하  다. 분주한 속에서도 문현수 시인은 매주 시를 써왔다. 농부의 삶과 사람과 자연의 이야기, 그리고 아내를 향한 애정을 담아냈다. 평생 시를 곁에 두고 살아온 문현수 시인이 등단했다. 이제는 농부 시인으로 더 많은 그의 이야기를 시로 담아낼 예정이다. 

항상 글과 함께한 삶
문현수 시인은 송산면 동곡리에서 나고 자랐다. 중사로 제대하기까지 5년 6개월 동안 군 생활한 것을  제외하면 이곳의 땅을 벗어난 적이 없다. 유곡초와 송악중, 송악고를 졸업한 그는 평생을 글과 함께했다. 친구 따라 문과가 아닌 이과에 진학했어도 매일 같이 일기를 써 왔단다.  

일기를 쓰며 하루를 돌이켜 보기도  하고, 떠오르는 생각을 글로 담아냈다. 군대에 가서도 일기 쓰는 습관은 이어졌다.본격적으로 시를 쓰게 된 것은 지역신문에 기고하면서부터다. 인연이  닿은 신문사 직원으로부터 시를 써  보면 어떻겠냐는 권유를 받았고, 그  때부터 17년 동안 매주 글 한 편씩 기고했다.

매주 마감을 지켜야 하는  일이 쉽지는 않았다고. 그는 “글을  써놓고 신문사로 보내지 않아 부랴부랴 일하다가 집에 온 날도 있다”며 “가끔은 글이 안 써질 때가 있었지만, 그런 날에도 앉아서 펜을 들었다”고 말했다. 

“한참만에 등단했어요”
오랫동안 시를 써 왔으나 등단의  기회는 좀처럼 오지 않았다. 15년 전 쯤 등단하려 했지만 아쉽게도 결실을 맺지 못했다고. 그 이후로 주변의  권유가 있었어도 등단 생각 없이 십 수 년을 지냈다.그러다 성경 필사를 시작하게 됐고, 그는 필사를 마치고 등단 계획을  세웠다. 1년 2개월에 걸쳐 성경을 필사하며 틈틈이 등단을 위해 시를 써내려갔다.

하지만 무슨 일인지, 작품을 내보이기 위해 준비하던 과정 중  시를 적은 노트를 통째로 잊어버렸다. 그는 “집안을 샅샅이 찾았는데도  끝까지 못찾았다”며 “노트가 어디에  갔는지 지금도 모르겠다”고 말했다.그렇게 급히 열흘에 걸쳐 총 6편의 시를 썼다. 이 시를 문학고을에서 진행하는 제46회 등단 신인 작품상에 공모했고 최종 두 작품이 당선, 한 편은 차선으로 문학고을에 담겼다.

이제는 ‘시인’으로 불리게 된 그는 “신인상을 수상하며 등단됐다는 소식을 어머니를 떠나 보내는 날, 장례식장에서 들었다”며 “만감이 교차했다”고 말했다. 이어 “동네에서도, 회장을 맡고 있는 송산농업경영인회에서도, 가족 중에서도 내가 첫 시인”이라며 “칭찬은 못 들어도 욕은 듣지 말자라는 생각에 책임감이 커졌다”  고 말했다. 

“농부의 삶, 농촌의 삶”
그의 글감은 농부와 농촌의 삶, 아내를 위한 사랑 등에서 나온다. 농사를 시작하는 봄에는 생 것들에 감사함을 얻는다고. 문 시인은 “다 녹지 않은 땅을 뚫고 나오는 풀이나 밑동이 잘려도 자라는 새싹을 볼 때면 생명이 느껴진다”며 “때마다 쌀, 고추, 마을, 감자 등 수없이 땅이 주는 것에 대해 하느님에게 감사하다”고 말했다.하지만 농사를 지으며 서글픈 일  도 많다. 이 서글픔을 그는 시로 표현한다.

문 시인은 “상추를 심었는데  박스값도 나지 않아 팔지 못했다”며  “농사짓는 사람이 많아 상추 값이 떨어졌으면 덜 속상했으련만, 당시 구제역이 전국에 퍼져서 고기 수요량이 줄어들었고 그로 인해 상추 가격이 떨러졌다.”고 말했다. 이어 “결국  밭을 갈아엎을 때 너무 속상했다”며 “제 손으로 키운 자식을 죽인 것과 다름 없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러한  이야기를 이번 시 <서리>를 통해 표 현키도 했다.“쌀 가격만 봐도 그래요. 옛날엔  80kg에 25만 원이었는데, 지금은 16 만 원 정도에요. 생산비는 더 드는데  오히려 쌀값은 떨어지죠. TV에서 밭  갈아엎은 소식 들으면 제 마음이 아파요.” 

“서로를 위로하고 살아보자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는 희망을 노래한다. 시 <서리>와 <소나무>의  마지막 문구 ‘서로 위로하며 살아보자’처럼 세상 사람들을 응원한다. 그는 “소나무가 굽이진 것을 보면 얼마나 힘들고, 아팠을까 싶다”며 “마치  그 모습이 농촌을 지켜 온 어르신, 그  리고 우리들처럼 보였다”고 말했다. 

이어 “힘든 삶이라도 서로를 위하고  살았으면 한다”며 “앞으로도 용기와 희망을 줄 수 있는 시를 계속해 쓰고  싶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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