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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향기]"불의를 보고 침묵한다면 그것은 불의에 동조하는 비겁한 행위"

2021.10.07(목) 11:53:14충남포커스(jmhshr@hanmail.net)

10월 첫날 아침 일찍 신문사에 제보전화가 울렸습니다. 제보자의 말에 의하면, 서울에서 공부하는 자신의 딸이 주말을 맞아 고향에 내려오기 위해 전날 밤 늦은 시간 몸을 실은 고속버스 안에서 차선을 침범했다는 경고음이 꽤 자주 들려왔습니다. 운전기사가 혹 졸음운전을 하고 있는가 싶어 운전석을 바라보았을 때 황당한 모습을 발견하고 말았습니다. 운전기사가 핸드폰을 앞에 두고 음란물을 시청해가면서 운전하고 있는 모습이 창문에 고스란히 비쳤기 때문입니다.

증거를 확보하기 위해 동영상을 촬영하고, 112에 전화를 걸어 숨죽여 신고했습니다. 그렇게 목적지에 도착했을 때 경찰이 출동했지만 운전기사에게 약간의 범칙금을 물리는 것 말고는 처벌할 방법이 없다는 말을 들었습니다. 운전기사를 믿고 차 안에 몸을 실은 승객들의 목숨을 위협한 처사에 대하여 이렇게 결론짓고 넘어갈 수는 없었습니다.

어머니는 소속 회사에 전화를 걸어 이와 같은 사실을 알리고 또 다른 피해자가 생기지 않도록 신속한 징계조치를 요구했습니다. 그러나 ‘윗분이 자리에 없어서’라는 이유를 대며 하루 종일 시간을 끌었고, 회사와 운전기사의 대면조차 이루어지지 않고 있었습니다. 결국 신문사에서 기사화 되고 논란이 되자 다음날 본인이 사직서를 제출했다는 답변을 회사 측으로부터 문자로 받았다고 했습니다.

그러나 사건의 목격자인 딸과 제보자 어머니는 염려가 됩니다. 소속 회사 임원이 말하기를, “회사에서 중징계처분을 내리면 누구라고 이름을 밝히지 않아도 어떻게든 알게 돼 있어서 적어도 같은 업계에서는 취업하기 힘들 것”이라고 했다는데 회사의 징계처분 없이 사직서를 받은 것으로 마무리 되었다니 다른 회사에 입사해서 또 다른 승객들의 목숨을 위협하는 행동을 하지 않으리라는 보장이 없기 때문입니다.

이 사건을 직접 제보 받아 기사를 쓰면서 공부하는 어린 학생에게 어른들이 상처를 주고 부끄러운 모습을 보여준 것 같아 같은 어른으로서 고개를 못들만큼 미안했습니다. 불의한 일을 목격하고 적극적으로 목소리를 내어준 이분들 덕분에 그것도 고속도로 상에서 음란물 시청하느라 승객들 목숨 위협하는 일은 더 이상 할 수 없게 된 것 같아 다행입니다. 만일 귀찮다는 이유로 딸도, 어머니도 못 본 척 눈을 감았더라면 이 황당한 행태는 계속되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한 SNS에 이런 사연이 올라온 적이 있습니다. 여직원에게 부하직원이라는 이유로 업무와 관련 없는 일을 시키는 사장 이야기였습니다. 사장님으로부터 뒤늦게 다니게 된 학교 레포트 대신 써줘라, 사이버강의 출석체크 해 달라, 강의 내용을 요약해달라는 등의 부탁을 받았을 때 단호하게 거절했습니다. 거절한 이후로 되바라진 직원으로 찍혀 고생은 했지만 소신 있게 대처한 것에 대해 후회는 없다는 내용이었습니다.

조명연 마태오신부는 한 집회를 통해 “체면 때문에, 혹은 용기가 없어서 불의를 보고도 못 본 척 눈감고 침묵하는 경우가 있는데 그것은 불의에 동조하는 비겁한 행위”라고 설교했습니다.

불이익을 감수하고서라도 소신을 갖고 아닌 것을 아니라고 말할 수 있어야 합니다. 자녀들에게도 그렇게 가르쳐야 합니다.

각종 악에 대해서 체면을 생각하고, 반대하지 않으며 무관심으로 일관하고 있는 그 사람이 혹 내 자신은 아닌지 우리가 함께 반성하고 점검해봐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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