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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향기]말의 위력

2021.09.09(목) 14:42:05충남포커스(jmhshr@hanmail.net)

“초등학교 3학년 때 제가 키가 작았는지 맨 앞 선생님 교탁하고 마주 앉았었는데 담임선생님께서 점심시간에 어머니께서 도시락 반찬으로 싸주신 멸치를 한 젓가락 드시면서 말씀하셨습니다. 석기 어머니 음식솜씨가 대한민국에서 단연 최고라고 칭찬하시면서 덧붙이시기를 석기는 말을 참 조리 있게 잘하니까 이다음에 커서 국회의원이 되어라 하고 말씀하셨던 것이 지금도 생생하게 생각이 납니다. 선생님의 작은 칭찬의 말 한마디가 지금까지 살아오는 동안 늘 저에게 자신감을 불어넣어주는 원동력이 되었습니다.”

5일 아침 당진 탑동감리교회 담임을 맡고 있는 김석기 목사님이 ‘말의 생명력은 끝까지 간다’라는 주제로 시작한 설교가 인상적입니다.

이 이야기를 듣는 그 자리에서 5학년 때 담임선생님이 생각났습니다. 이마는 툭 튀어나오고 낮은 콧대에 입도 불만이 꽤 있는 사람마냥 튀어나온 데다 본디 까무잡잡한 피부, 내가 봐도 촌스럽기 짝이 없는 아이에게 “네가 참 예쁘게 생겼구나”하시면서 머리를 쓰다듬어 주시는데, 사실일 리가 없었지마는 어쨌든 존경하는 선생님이 그러시다 하니 그날부터 지금까지 나는 그냥 예쁘게 생긴 아이인줄 알고 당당하게 살아올 수 있었습니다. 선생님의 애정 듬뿍 담긴 따뜻한 말 한마디가 거울을 보고 썩 만족해하지 못하던 어린 소녀의 자아상을 긍정으로 바꾸어놓았습니다.

“엄마, 제가 초등학생 때부터 애니메이션에 관심이 많다보니까 만화를 그리고 스토리도 넣어 대본을 만들고 친구들과 연극도 하면서 재미있게 지냈잖아요. 그런데 제가 언제 만화 그리는 것을 중단했는지 아세요? 중학교 1학년 때였어요. 쉬는 시간에 제가 만화를 그리고 있었어요. 머릿속에 스토리 구성이 다 끝나 이제 그림을 그려 입히기만 하면 되는 거였거든요. 담임선생님이 곁으로 다가 오시더니 제 노트를 툭 던지시면서 만화 그리는데 소질이 없네. 그만둬라. 그러시는데 얼마나 상처가 되던 지요. 그 뒤로 제가 다시는 노트를 열지 않게 됐어요. 그리고 구상했던 스토리도 그때 함께 묻혀버렸네요.”

무심코 던진 선생님의 말 한마디가 정교하지 않은 그림이지만 유일하게 그림을 그리며 상상의 나래를 펼칠 수 있었던 한 아이의 꿈의 통로를 막았습니다.

그러고 보니 선생님들의 말 한마디가 어떤 아이에게는 아들 며느리를 얻을 만큼의 나이가 들어서도 결코 잊지 못하는 고마운 선생님으로 남기도 하고, 어떤 아이에게는 꿈을 가로막은 선생님으로 기억에 남았습니다. 그러니 ‘말의 생명력은 끝까지 간다’는 말이 딱 들어맞는 것 같습니다.

150센티미터의 키를 놓고 누군가는 작다고 말하고, 누군가는 아담하다고 말합니다. 190센티미터의 키를 놓고 누군가는 전봇대 같다고 말하고, 누군가는 훤칠하다고 말합니다. 100킬로그램이 넘는 몸무게를 가진 사람을 보고 누군가는 곰 같다고 말하고, 누군가는 듬직하다고 말합니다. 실제로 만나본 사람들의 표현방식입니다.

누군가는 살리는 말, 창조의 말, 긍정의 말을 즐겨하는가 하면, 누군가는 죽이는 말, 저주하는 말, 부정의 말을 입에 달고 삽니다. 잠언 25장 11절을 보니 경우에 합당한 말은 아로새긴 은 쟁반에 금사과라고 언급하고 있습니다. 무심코 던진 내 말 한마디가 누군가를 죽이기도 하고 살리기도 할 수 있다는 것을 단단히 기억해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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