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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향기]위로가 절실히 필요한 시대

2021.09.02(목) 19:04:07충남포커스(jmhshr@hanmail.net)

8월 30일을 기준으로 코로나19 확진자수가 55일째 네 자릿수를 기록하고 있는데다가 인도발 델타변이네, 델타 플러스네, 알파, 베타, 감마, 엡실론, 제타, 카파, 람다 등 이름도 다 언급하는 것이 쉽지 않을 만큼 다양한 변이를 일으키며 바싹 긴장하게 만듭니다.

정부에서는 9월 3일 ‘사회적 거리두기’ 조정안과 함께 추석 연휴 특별방역대책을 확정하고 발표할 예정임을 알리고 있습니다.

코로나4차유행이라는 이름만큼 지척에서도 확진을 받았다는 소식이 꽤 자주 전해져 옵니다. 오늘 아침에도 경기도에서 학교 다니는 딸이 모처럼 주말을 맞아 내려왔는데 확진 받아 어제 치료소에 격리되고 부모도 집에서 격리된 채 결과를 노심초사 기다리고 있다는 소식을 전해줍니다.

하루아침에 누군가는 ‘격리자’가 되고, 누군가는 ‘확진자’라는 반갑지 않은 이름표를 답니다. 모든 일상이 중단되고 앞이 캄캄합니다. 증상이 없거나 가벼운 경우에는 그나마도 감사할 일이지만 증상의 여부를 떠나 우울한 마음은 누구라도 비켜갈 수 없습니다. 위로가 필요한 시대입니다.

약 보름 전 지인 가운데 엄마가 일을 하니까 방학이어도 함께해주지 못해 미안하던 터에 드디어 휴가를 맞은 엄마가 어린 딸아이에게 해줄 수 있는 것은 그토록 보고 싶어 하던 어린이 영화를 함께 손을 잡고 보러 가는 일이었습니다. 그런데 그날 하필 확진자가 다녀갔습니다.

그러는 통에 엄마도 아이도 집안에 꼼짝없이 갇히는 신세가 됐습니다. 아이가 하루 종일 창밖을 바라보며 놀이터에 가고 싶다면서 울었습니다. 마음이 참 많이 아픈 엄마가 울먹이면서 전화를 걸어왔습니다. 위로가 절실히 필요해 보였습니다.

“아이에게 이렇게 말해줘 보세요. 엄마가 일을 하니까 우리 아기랑 함께할 시간이 많지 않잖아. 그래서 신이 우리 아기에게 엄마랑 실컷 함께할 수 있는 시간을 주신거야. 그러니까 우리 감사하자.”

아이가 “아, 그런 거였구나! 엄마랑 함께 있는 것이 너무 좋아요! 놀이터는 못가도 좋아요!”하며 금세 얼굴에 웃음꽃이 피며 엄마도 함께 우울한 마음이 회복 되었노라고 전해옵니다.

그동안 격리자로, 확진자로 지내왔던 분들과 대화를 해보니 주변 분들이 몰랐으면 하는 것이 속마음입니다. 소박한 아이의 소원을 위해 동행한 것이, 혹은 나름 모이는 일을 자제하며 그저 일상생활을 했을 뿐인데도 불구하고 격리자가 되고 확진자가 되어도 바라보는 눈초리가 그닥 곱지 않은 것이 현실이다 보니 몸보다도 마음고생이 더 했다고. 더군다나 회사나 단체생활을 하는 경우라면 나 한사람으로 단체에, 회사에 피해를 주는 것 같아 마음이 많이 괴롭습니다.

잠복기 2-3일을 제외한 약 10여 일 간의 시간을 보내는 동안 ‘잘 될거야’, ‘네 잘못 아니야’, ‘별일 아니야’, ‘너라면 그까짓 코로나 이기고도 남지’, ‘그동안 너무 바쁘고 힘들게 일해서 주는 휴가라 여기자’ 따뜻한 격려와 위로의 말 한마디가 도움이 됩니다. 감옥에 갇힌 듯 답답해서 우울증이 올 것만 같은 상황에 누군가 전화를 걸어와 유쾌한 소식을 전해주고 함께 웃다보면 시간가는 줄도 모르고 버틸 수 있었다고.

얼마 전 생활치료소에서 완쾌하여 퇴소를 하루 앞두고 있던 지인과 통화하는데 집에 돌아올 수 있게 돼 기쁘면서도 “우리 아파트에 다 소문났을 걸요? 아휴, 창피해서 당분간 엘리베이터 안타고 계단으로 다닐까 봐요.”하며 염려가 앞섭니다. 그래서 말해주었습니다.

“당신이 무슨 연예인이라도 되는 줄 아시오? 당신이 생각하는 것만큼 사람들은 당신에게 관심이 없소. 다들 나 살기도 바쁘다오. 그러니 쓸데없는 염려 마시오.”하니 크게 웃으며 위로 받습니다.

‘대장암 말기’라는 이름처럼 온 몸에 암세포가 퍼져 시한부의 삶을 살아가고 있는 지인으로부터 어제 아침에 문자가 왔습니다.

이 분이 항암치료를 위하여 서울 병원에 입원해 있는데 맞은편 침대 한 젊은이가 하염없이 울고 있어서 사연을 물어보니 대장암 수술을 한 것이 덧나서 재수술을 받고 나온 가운데 마음이 불안해 그렇다고 하더랍니다. 젊은이는 전이가 된 것도 아니어서 치료만 잘 하면 낫는 상황인데도 시한부 삶을 살아가고 있는 지인이 도리어 젊은이를 위해 기도해주고 위로했다는 내용이었습니다.

“제가 지금 이렇게 살아있는 것은 이웃의 따뜻한 관심과 위로 덕분입니다. 남편과 이혼하고 어린 아이 둘과 살아가는 것도 버거운데 거기에 백혈병까지 얻었으니 더 이상 살고 싶은 마음이라고는 요즘말로 1도 없었지요. 그래서 생을 미련 없이 마감하려고 했어요. 그 분의 위로가 없었다면 지금 이 자리에 저는 없었습니다.” 요즘 새롭게 만나 교제하는 지인의 고백 속에도 어떤 분의 위로가 있었습니다.

다양하고도 극성맞은 바이러스들이 세상을 점령하고, 이런 저런 희귀한 암들이 우리들을 위축하게 만들며, 기후변화로 위기의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 모두에게 위로가 필요합니다. 오늘 누군가에게 전한 당신의 따뜻한 한마디의 위로가 그 사람을 죽음에서 생명의 자리로 옮겨놓을지도 모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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