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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향기]소망 품은 ‘봄비’, 소망의 씨앗을 뿌리자

2021.03.04(목) 12:34:57충남포커스(jmhshr@hanmail.net)

3월 1일 오후 귀농인 김상범 씨의 쩍쩍 갈라졌던 보리밭에 봄비가 내려 생기를 더해주고 있습니다.

▲ 3월 1일 오후 귀농인 김상범 씨의 쩍쩍 갈라졌던 보리밭에 봄비가 내려 생기를 더해주고 있습니다.

[사람향기]소망 품은 ‘봄비’, 소망의 씨앗을 뿌리자 사진



3월 첫 날, 전국에 반가운 봄비가 내렸습니다. 그동안 건조한 날씨가 이어진데다가 강한 바람까지 불어대는 바람에 여기 저기, 작게 혹은 대형으로 산불이 나 수년에 걸쳐 가꿔온 산림자원을 집어삼기고, 어떤 곳에서는 소중한 생명까지 앗아가는 안타까운 일들도 이어졌었는데 이제 최소한 산불걱정은 덜게 돼 감사합니다.

미세먼지로 가득해 온통 뿌옇기만 했던 하늘도 말끔히 씻겨져 마음까지 개운해집니다. 봄비가 그치고 나면 창문을 활짝 열고 먼지 걱정 없이 마음껏 환기할 수 있겠습니다.

가뭄에 누릿누릿 생기 잃었던 아파트 뒷자락 텃밭에 심어놓은 쪽파도 빗방울 머금고 생기를 찾아가고, 그 추운 겨울 버텨 꿋꿋하게 싹 틔워 낸 마늘들도 기쁨과 반가움의 눈물 뚝뚝 흘려 촉촉하게 뿌리를 적십니다.

완연한 봄, 농심도 분주해집니다. 널따란 황토밭 부지런한 농부는 트랙터를 동원해 밭을 갈고, 규모가 그닥 크지 않은 텃밭을 가진 농부는 삽질을 해서 이미 포트에 파종해 놓은 상추를 옮겨 심을 만반의 준비를 미리미리 해놓습니다.

SNS에는 3월에 어떤 작물을 심어야 하는지를 묻는 주말농장 초보 농부의 질문에 감자, 당근, 채소류를 심어라, 익숙하지 않다면 씨앗보다는 모종을 추천한다는 고마운 댓글도 달립니다.

“쩍쩍 갈라진 보리밭에 비가 내려서 마음이 좋습니다. 2주 전에 시금치도 심었거든요. 오늘 비 맞고 아주 잘 자라겠네요. 이 시금치는 4-5월에 먹을 수 있어요. 요즘 거름 낼 준비도 해야 하고, 이제 곧 중순 쯤에 감자도 심어야 하니까 삽질을 열심히 해놓아야겠지요.”

비가 내리고 있지만 겨우 얼굴 내민 보리밭 군데군데 물이 찰까 골을 터주고, 가물 때 긴요하게 사용하려고 밭 한쪽에 만들어놓은 웅덩이에 물이 잘 모일 수 있게 길을 열어주느라 당진에 귀농한 김상범 씨(당진 거주)의 온 몸이 흠뻑 젖었습니다.

매년 이맘때면 어릴 적 아버지께서는 쟁기, 호미, 괭이 손잡이를 손질하시고, 지금은 화재방지를 위해서 과태료를 물려가며 금지 사항이 되었지만 그때는 너무나 당연하게 논두렁, 밭두렁에 불을 질러 월동하는 벌레와 해충을 태우고, 삼일절이어서 학교에 가지 않는 날 친구들이랑 실컷 놀고 싶었는데 앞 논에 뿌리려고 겨우내 썩힌 퇴비를 실어 냄새가 폴폴 나던 리어커를 밀어드려야 했던 추억이 봄비 맞은 보리 싹처럼 새록새록 하나 둘 돋아납니다.

냄새가 나도 좋으니, 남들 다 쉬는 빨간 날 안 쉬어도 좋으니 아버지의 리어커를 밀어드릴 기회가 온다면 얼마나 좋을까요마는, 이제는 도와드릴 아버지도, 냄새나던 리어커도 고향집에서 못 본 지 오래고, 자녀들 대학 졸업 다 시키고 난 후에서야 경제사정 풀려 마련할 수 있었던 경운기. 생전에 아버지의 수족이 되어주던 그 경운기만 주인 잃고 널따란 마당을 지키고 있습니다. 지금쯤이면 겨우내 가동을 안해 얼어붙었는지 여러 번 힘껏 돌려야 용케도 시동 걸렸던 경운기 요란하게 소리 내며 대문을 나설텐데 꿈쩍 않습니다.

“자식농사가 최고의 보람”이라던 아버지. 봄비가 내리던 날, 바로 옆 마을회관 앞에서 천막 치고, 막걸리에 취하고, 요란하게 윷놀이를 즐길 때 우비를 입고서라도 소망을 심으며 누구보다도 분주한 봄을 맞이하셨던 아버지의 자식농사 결과물에 누가 되지 않도록 똑바로 살아야겠구나 몸과 마음을 다시금 가다듬게 됩니다.

소망 품은 봄비가 내리는 3월! 아이들은 새학기로, 농부는 씨앗을 심으며, 어부는 만선을 꿈꾸고, 회사원은 승진을 꿈꾸며 제각각 소망의 씨앗을 뿌려 늦가을 열매를 기대해 보면 좋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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