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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로 시골마을은 육아 전쟁 중

시골마을 부모님 찬스로 난데없이 손주를 돌보는 가정들이 늘고 있다

2020.03.22(일) 16:51:47충화댁(och0290@hanmail.net)

이 글은 충청남도 도민리포터의 글입니다. 충청남도 공식 입장과는 다를 수 있습니다.

"요즘 애기 보느라고 꼼짝도 못하네유. 살림도 못하것슈.”
“깽이(어린 아이의 충청도 사투리)들이 세 놈이나 와 있어서 정신이 하나도 없슈.”

모임과 단체 활동을 자제했더니 경기가 엉망이 되어버렸다는 한숨이 여기저기에서 들린다. 그래서 지역 경제를 조금이나마 살려보자는 의미에서 저녁이나 먹자고 전화를 돌렸더니 또 다른 복병이 튀어나왔다. 코로나 사태로 학교와 유치원, 어린이집 등의 돌봄시스템을 신뢰할 수 없게 되자 맞벌이부부들의 아이들이 갈 곳을 잃었다. 그나마 부모 찬스를 쓸 수 있는 맞벌이 부부들은 최대한 그 찬스를 사용하느라고 고향집으로 아이들을 내려 보내서 시골 마을은 난데없는 육아 전쟁 중이다.

논둑길 사이를 아이의 손을 잡고 걷는 할머니의 모습도 보이고, 아이를 자전거에 태우고 동네 한 바퀴를 도는 할아버지의 모습도 보였다. 농협 마트에 과자를 사러 나온 노부부와 손자의 모습도 보기 좋았다. 평소에도 시골 마을이 이런 분위기였으면 좋을 것 같았다.
 
지금 코로나19 시국이 바꿔버린 일상이 한두 가지가 아니겠지만, 우리 시골 마을에서는 할머니·할아버지들의 손주돌봄이라는 비상사태가 벌어졌다. 요즘 시골 마을에는 농한기가 따로 없다. 농사를 짓기 위해서는 수시로 준비를 해야 할 것도 많고, 시골 사람들도 사회 활동을 활발히 하기 때문에 저녁 약속을 잡기도 쉽지 않은 것이 지금의 농촌이다. 더구나 농촌의 사용 가능한 인력들, 특히 여성 농업인력들은 더 쓰임이 많아서 바쁘다. 그런 인력들이 갑자기 집 안에서 손주돌봄 전쟁에 돌입하자 인근에서 하우스 농사를 짓는 농가들에 비상등이 켜졌다.
 
육아를 하느라 일을 하러 가지 못하는 할머니들의 일터였던 방울토마토, 취나물, 딸기 등의 하우스 농가들에서는 다른 일손을 구하지 못해 생산에 차질이 빚어지고 있다. 농업 경영주들에게는 당장 자금 흐름에 문제가 생겼다. 소비까지 둔화되고 경제 활동이 활력을 잃게 되었다. 이런 현상을 ‘나비 효과’라고 하는지 모르겠다.
 
코로나19로 시골마을은 육아 전쟁 중 사진

“갈수록 애 키우는 일이 여간 힘든 일이 아닌 것 같네유. 우리들 애 키울 때하고 완전히 달라서 더 키워달라고 할까 겁나네유.”
 
얼마 전까지 며느리가 보내준 손주 동영상을 보여주며 자랑질(?)을 하던 행복한 할머니의 모습 대신 현실 육아에 지친 초췌한 할머니가 이렇게 토로했다.

방학이 다시 2주일 연기되었다. 적어도 자기 앞가림을 할 수 있는 초등생 정도의 아이들이 있는 맞벌이가정도 어렵겠지만 0세에서 7세의 아이들이 있는 가정은 그야말로 돌발 상황이다. 지금 시골에 내려와 있는 아이들의 대부분 이 연령에 걸린 아이들이다. 돌봄의 손길이 가장 많이 가는 아이들을 조부모라도 맡아줄 수 있어서 다행이기도 하지만, 어떤 사적 돌봄도 받을 수 없는 아이들은 어떻게 지내고 있을지 걱정스럽다. 이런 육아와 돌봄시스템이 제대로 가동되지 않은 상태가 지속되면 앞으로 결혼을 앞둔 예비 부부들이 출산을 하지 않으려고 하는 사회적 현상도 더 가속화될 것이다.

이미 우리나라도 생산 가능한 인구가 줄어드는 인구 절벽의 시기에 들어섰다고 한다. 작년 혼인율이 최저 수준으로 떨어졌다는 통계청의 발표도 나왔다. 코로나19 사태로 결혼식장 예약 취소도 잇따르고 있다고 한다. 결혼을 하고 출산을 해서 인류를 이끌어 가야 할 젊은 세대에게 드리워진 악재의 해법이 보이질 않는다. 정부에서는 단순히 출산과 육아에 대책을 세울 것이 아니라 결혼과 출산 가능한 인구, 젊은 세대들의 복지부터 단계적으로 챙겨야 할 것 같다.
 
평범한 일상으로 돌아갈 날에 대한 기약은 보이지 않고 전염의 속도가 가속화되고 이대로 일상이 무너질 것 같아 두렵다. 코로나19가 연말까지 지속될 수도 있다는 전망도 나왔다. 그래도 우리는 희망을 잃지 않고 아이들을 키우고 생활을 지속해 나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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