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안아산 '에코힐링 황톳길' 1월 이야기
2020.01.19(일) 00:20:17경명(jsh_letter@naver.com)
참새, 박새, 노랑텃멧새, 동고비, 오목눈이, 붉은머리오목눈이와 같은 작은 친구들이 분주하게 왔다 갔다 하는 와중에 반가운 까치 사촌, 어치가 모습을 드러냅니다. 어디서나 우리 주변에서 쉽게 볼 수 있는 까치와 달리 울창한 숲에서만 만날 수 있어 어치를 산까치라고 부르기도 합니다. 평소 같으면 조심성이 많고 예민해 한자리에 오래 머무는 일이 없는 이 친구 역시 오늘만큼은 사진 몇 장 차분하게 찍을 수 있을 시간을 허락해 줍니다.
모든 잎을 다 떨구고 맨살을 드러낸 나무 덕분에 숲에서 조류 친구를 찾는 숨바꼭질 놀이가 한결 수월합니다. 작년 봄에 왔을 때는 사진 한 장 허락해 주지 않던 귀염둥이 오목눈이 친구가 오늘은 사진찍기를 허락해줍니다. 여느 때 같으면 울창한 나뭇잎에 가려 제대로 된 모습 한 번 보기 힘든 쇠딱따구리 역시 나무를 쪼아대며 벌레 잡는 모습을 시원하게 보여줍니다.
오늘은 이곳에 반가운 겨울 손님도 와 있습니다. 겨울철에 우리나라를 찾아오는 맹금류 중 하나인 말똥가리가 아산 용곡공원, 천안 부엉공원 일대를 부지런히 넘나들고 있습니다. 한참 하늘을 빙빙 돌며 비행을 하다가 때때로 큰 나무에 앉아 휴식을 취합니다. 이렇게 가까이서 말똥가리 친구를 지켜보는 일은 처음이라 무척 설렌 하루입니다.
황톳길을 잠시 벗어나 더 깊은 숲길로 들어서니 정말 귀한 친구가 이곳에 와 있습니다. 바로 아물쇠딱따구리라는 녀석입니다. 깊고 울창한 숲에서만 볼 수 있는 드문 텃새, 혹은 드문 겨울 철새로 알려져 있는데 도시 숲 공원에 이렇게 모습을 드러낼 거라고는 생각도 못 했습니다. 얼핏보면 오색딱따구리로 오인해 지나치기 쉬운데, 아물쇠딱따구리 대표 특징인 '등 가운데 큰 하얀 무늬'를 기억한다면 필드에 이 친구가 와 있음을 알아차릴 수 있습니다.
천안 부엉공원 일대를 지나 다시 아산 용곡공원으로 들어올 무렵, 길옆 수풀 일대에 무엇인가가 막 움직입니다. 가만히 보니 다람쥐 몇 마리가 곳곳에서 막 뛰어다니고 있습니다. 낼모레가 가장 춥다는 대한인데 겨울잠을 자고 있어야 할 다람쥐가 벌써 모습을 드러냅니다.
물론 다람쥐는 완전 동면이 아닌 가수면 상태로 겨울을 나기 때문에 한겨울일지라도 날씨가 잠시 풀릴 때면 저장해 놓은 먹이를 먹기 위해 잠시 잠에서 깨기도 합니다. 그래서 오늘 만난 다람쥐가 일시적으로 잠에서 깨어나 활동하는 건지 아니면 유난히 춥지 않은 올해 겨울 날씨 때문에 일찍 일어난 건지는 알 수 없습니다. 그래도 개인적으로 봄이 아닌 1월 중순에 다람쥐 친구를 야외에서 만나는 일은 이번이 처음이라 사진기록을 남깁니다.
한창 개발과 도시화가 진행중에 있는 이 일대에서 천안시와 아산시가 사이좋게 공유하고 있는 이 야산은 정말 의미 있는 생태공간입니다. 얼핏 보면 평범할 수 있지만, 이 일대 숲에서 만날 수 있는 여러 생물종은 보통 도시숲에서 보기 힘든 소중한 선물 같은 존재이기 때문입니다. 가볍게 들른 오늘 산책길에서 의미 있는 여러 만남을 경험하고 나니 그 마음이 더 깊어집니다. 아직 만나보지 못한 여름 풍경과 가을풍경이 그래서 더 기다려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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