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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여군 농민들에게 찾아온 크리스마스 선물

부여군 충남 최초 농민수당 지급

2019.12.23(월) 16:26:00충화댁(och0290@hanmail.net)

이 글은 충청남도 도민리포터의 글입니다. 충청남도 공식 입장과는 다를 수 있습니다.

부여군 농민들에게 찾아온 크리스마스 선물 사진

시골살이 20년. 내 젊음의 빈 노트는 시골살이 20년으로 다 채워져 버렸다. 처음엔 전원 생활을 빙자한 시골살이를 하면서 도시 사람과 시골 사람의 경계를 넘나들었다. 뼛속부터 시골 사람이 아니다 보니 겪는 과정이었다. 시골 사람과 농업인을 동일시하는 보편적 인식도 우리를 어중간한 지위에 머물게 했다. 농사는 조금만 짓고 농산물 가공업을 하며 살다 보니 시골 사람이지만 농업인은 아닌 걸로.
 
우리 젊은 날의 시골살이의 빈 노트는 이런 편견과 소외와 갈등으로 채워졌지만 우리는 이 시골을 떠나지 못했다. 시골에는 정말 병 주고 약 주는 이상한 나라의 이상한 사람들이 많이 살았다. 그러나 그런 이상함과 정상적이지 않음이 역으로 주는 정겨움에 우리는 이상하게 중독되고 있었다. 그것이 시골 사람들의 의리보다 진한 정겨움의 발로라는 것을 인식하고 난 후에는 우리는 자발적으로 경계를 풀었다. 굳이 모든 상황에 대해 이분법으로 구분하던 도시의 습관으로부터 자유로워지기로 했다.
 
시골 인구가 줄어가고 내 젊음의 빈 노트도 어느덧 꾸역꾸역 반 이상이 채워지고 나서야 우리는 ‘농업인으로서의 지위’를 공인된 서류로 인정받게 되었다. 사람에게는 인정받고 싶어 하는 욕구는 인간의 5단계 욕구 중에서도 가장 위쪽에 자리한다고 한다. 우리는 드디어 시골살이 욕구 5단계를 성취한 것이었다. 시골에서 농업인으로 인정된다는 것은 여러 가지 혜택을 함께 누릴 수 있다는 것을 뜻한다.
 
시골에서는 농업인, 농민이라는 지위는 가장 인정받는 직업군이다. 농사가 농업이라는 업종으로 지위가 향상되고 영농의 규모가 다양화되고 기업화되고는 있어도 머리보다 몸을 많이 써야 하는 직종이라는 사실은 변하지 않았다. 그 말은 농업인은 움직이면 돈이 되지만 머리만 써서는 돈이 안 된다는 뜻이다. 즉 농업인들은 그저 활동을 하는 대로 정직하게 생기는 돈만이 전부이다. 흔히 말하는 공돈이 없다는 것이다.
 
그런데 올해부터는 농민들에게도 직장인들처럼 13월의 월급 같은 ‘공돈’, ‘농민 수당’이라는 것이 생긴단다. 언젠가부터 ‘농민 수당’이라는 이름도 생소한 용어가 나돌기 시작했다. 동네 사람들은 주면 좋고, 안 줘도 나라의 예산이 없으면 못 주는 거지 하는 분위기였다. 그동안 국가의 모든 정책의 끄트머리 쪽에서 있다가 트랙터와 소를 몰고 여의도로 올라가 떼를 써서 얻어내는 예산만 받아오던 농민들이니 이런 반응이 나올 만 했다.
 
부여군 박정현 군수의 공약 사항 중에 하나로 전국에서 최초로 도입되는 것이라고 했다. 내가 선택한 시골에서 가장 먼저 시도되는 사업의 혜택 속에 내가 있다고 생각하니 로또를 맞은 것 같았다. 온 동네가 로또를 맞은 분위기였다. 이장들도 들떠서 각 가정마다 도장을 준비하거나 사인을 할 준비를 하라고 미리 전화를 하고 방송을 했다. 마을 사람들은 갑자기 생긴 횡재수가 믿어지지 않는 듯 조용하게 술렁였다.
 
부여군 농민들에게 찾아온 크리스마스 선물 사진
 
드디어 나도 카드를 받았다. 12월 23일에 농민수당 14만원에 농업환경 실천사업 지원금 45 만원이 부여군 공동 브랜드 명칭을 쓴 굿뜨래 페이로 지급된다고 한다.  
 
사실 나는 두 번째 횡재였다. 작년부터 부여군에서는 여성 농업인들에게 15만원 짜리 체크카드를 지급했고 올해는 이미 5만원이 인상된 20만원짜리 카드를 발급해줬다. 여성 농업인이라는 용어조차 없었던 시절을 살았던 농민들의 아내들에게 1년 한 번 작은 호사를 누려보라는 군의 배려였다.
 
나의 여성 농업인 전용 카드는 안경을 새로 맞추는 일에 요긴하게 썼다. 근시와 난시, 노안까지 뒤엉킨 시력을 가진 나한테는 새 안경을 장만하는 일도 은근히 몫 돈이 들어가는 일이어서 마음먹기가 쉽지 일이었다. 농민수당 카드인 굿뜨래 페이는 오늘 12월 23일부터 부여 전지역에서 사용할 수 있다고 한다. 크리스마스를 앞두고 선물처럼 찾아온 농민 수당 카드를 받아놓고 ‘꽁돈(공돈)의 호사’를 누릴 일에 들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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