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의 끝자락이자 초여름의 시작 무렵에 논산 명재고택을 찾았다.
조선시대의 학자인 명재 윤증 선생 생전(1709년)에 지어진 것으로 조선 중기의 전형적인 호서지방의 양반가옥을 보여준다. 또한 알만한 사람들은 알테지만 명재고택의 고색창연함 뿐만 아니라 장독대만으로도 시선을 압도하는 곳으로 장독대와 봄, 여름, 가을, 겨울의 사계절이 주는 멋스러움에 반해 사진을 담기 위해 일부러 이곳을 찾는 이들도 있다.



우리나라에 이런 장독대를 볼 수 있는 곳들이 다른 곳에도 물론 있겠지만 이런 300여 년의 세월과 함께한 고택과 함께 할 수  있는 곳들은 그리 많지 않을 것이다. 이 수많은 장독대에 각종 장류들을 채워 넣으려면 여인네들은 또 얼마나 부지런해야 하는지도 엿볼 수 있다.



그렇기에 명재고택에 오면 제일 먼저 400년이 넘은 느티나무에 올라 고택의 전경을 먼저 담고 안채로 들어가는 것이 수순이 되었다.  멋드러진 느티나무가 고택과 장독대를 포근히 감싸안는 듯한 풍경으로 풍수지리설을 잘 모르더라도 명당임을 단 번에 느끼게 된다.


▲ 안채 중문(좌), 사랑채(중앙), 사당(우)

논산 명재고택은 안채를 중심으로 광채와 사랑채를 배치하였고 수납 공간인 광채를 안채와 비껴서 배치하여 비와 바람, 햇빛 등 자연현상에 대비하도록 하였다.



고택 남쪽 바깥에 또한 조선시대의 전통적인 연못의 기법을 엿볼 수 있는 네모난 연못이 있으며 중앙 부분에는 샘이 대지보다 낮게 위치해 있다. 보통 연못의 중앙에 섬이 있는데 독특하게 연못의 가장자리에 위치해 있다. 이것은 입구가 따로 없는 명재고택의 연못이 입구나 마찬가지이고 그 입구의 중간쯤 되는 자리가 연못의 배롱나무의 위치가 되겠다. 



이제 여름의 시작임에도 한 여름의 연못의 섬에 심어진 배롱나무꽃이 피길 기다리고 장독과 사당 안 쪽으로 늘어진 은행나무를 보면 노랗게 단풍이 물든 가을날의 아름다움이 연상되어 또한 가을날이 기다려지게 만든다.



안채로 들어선다. 충청지방의 특색적인 평면을 따르면서도 독창성을 가지고 있는데 'ㅡ'자형의 대문에서 안채가 쉽게 보이지 않도록 두 번째 칸에 내외벽을 배치하여 외부사람이 내부사람의 독립성을 고려한 것과 안채 마당으로 들어서면 'Π' 자의 공간이 되고, 여섯 칸의 대청과 퇴가 마루로 연결되어 좌우 공간 또한 독립성을 갖추었다. 안채의 넓은 대청은 제사를 위한 제청 및 초례청과 가족모임의 장소가 되기도 한다.



사랑채 또한 공적이면서 독립성을 주어 직사각형의 'ㅡ'자로 평면이 대문채의 동쪽과 사랑채의 북쪽을 연결해 안채 마당을 자연스럽게 통과하도록 되어 있다. 사랑채에서는 농토와 정원을 바라볼 수 있는 명당자리이기도 하다.



또한 독특한 것은 안채를 벗어나면 서쪽에 광채가 있는데 이 고택의 지형의 한계상 거리를 두지 못하고 약 2m 정도만 떨어져 있어 안채 처마와 광채 처마가 거의 맞닿아 있다. 이 안채와 광채 사이에 기단을 두고 장독대과 처마에서 흐르는 빗물을 모아 배수 기능을 하였으며 비나 눈이 올 때면 추녀 아래로 통로의 기능도 겸비하였다고 한다.



안채 뒤면의 반들반들한 장독대까지 장독대로 시작해서 장독대로 끝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명재고택은 옛 조상들의 건축적인 지혜와 여인네들의 부지런함을 엿볼 수 있는 곳이었다.

*실제로 후손들이 거주하는 곳이므로 사진촬영을 하면서 피해를 주지는 말도록 하자.*

논산 명재고택/041-735-1215
충청남도 논산시 노성면 노성산성길 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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