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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은 머리 파뿌리 되기까지..

2016.01.18(월) 12:54:29관리자(jmhshr@hanmail.net)

올해로 결혼 43주년을 맞은 김상범 이순례 부부.

▲ 올해로 결혼 43주년을 맞은 김상범 김순례 부부.



올 봄 결혼식을 앞두고 있는 조카녀석이 웨딩사진 여러장을 배경삼아 초대장을 먼저 카톡으로 보내왔습니다. 찬찬히 호기심 어린 눈으로 사진들을 들여다보고 있노라니 선남선녀의 풋풋함에 부러운 웃음이 납니다. 

꼭 20년 전 우리는 어떤 모습이었더라? 추억에 젖어들어 먼지 털어내고 앨범을 뒤적거려봅니다. 난생 처음 가 본 해외 바닷가에서 찍은 사진 속 남녀가 꽤나 풋풋해 보입니다. 볼살도 빵빵하고 귀엽습니다. 사진 속 남자가 그 시절 왜그리 남의 학교 도서관을 서성였나 싶었는데 사진을 보니 그럴만 했습니다.^^ 그런데 사진 속 남자가 낯섭니다. 턱선이 날렵하고 뱃살은 보이지 않습니다.      
"에효~ 이런 시절이 있었네!"

20년이 흐른 지금, 그녀의 빵빵하던 볼살은 온데 간데 없고, 그 남자의 날렵하던 턱선은 어디로 갔으며, 받지 않아도 될 뱃살은 두둑히 분양받아 놓았습니다. 강산이 두번 바뀔 세월이 흘렀으니 적잖은 변화가 어쩌면 당연합니다. 10주년을 맞았던 그 해. 참 많은 생각들이 교차했었는데 벌써 또 10년이 그렇게 흘렀습니다. 그런데 아직까지 변하지 않는 것 둘이 있습니다. 하나는, 마음만은 20년 전 과 다를 바 없이 청춘이라는 것. 그리고 또 하나는 한결같은 사랑, 그리고 쌓이고 쌓여 돈독해진 정입니다. 

올해로 20년 하고도 또 20년 하고도 3년 째를 맞았다는 동네 어르신과 이야기를 나눠보았습니다.
"43년을 함께 살아오면서 10주년 때는 어떤 느낌이었어요?"
"아이고, 어린 애들 키우느라 느낌이고 뭐고 정신없었지 뭐."
"그럼, 20주년을 맞았을 때는 어떤 느낌이었어요?"
"에고, 그런가부다 했지 뭐. 허허"
"그럼, 30주년 때는요."
"뭐 이벤트를 해준 게 있어야 느끼고 말고 헐 것 아녀. 느낌 그런 것 없어. 그냥 살었어."
"짧지 않은 세월이잖아요. 40년. 40주년을 맞았을 때는 어떤 느낌이었어요? 40년동안 늘 한결같은 마음이었어요?"
"한결같을 수 있나. 싸우고 그럴 때는 미워서 돌아설까 생각한 적도 있지. 그런데 내가 선택한 이 첫 사람이 최고라는 것을 아니까 그냥 속상할 때가 있어도 마음 삭이면서 살아왔지. 그런 말 있잖아. 그 사람이 그 사람이라는 말. 다 거기서 거기지 어디 신이 아니고서야 내 맘에 꼭 맞어 살 수 있나. 아이구 더 살아봐. 늘 한결같을 수 있을 것 같아? 좋을 때다. 좋을 때야. 허허"

얼마 전 설교중에 목사님이 하신 말씀이 생각납니다.
"미우나 고우나 한사람하고 쭈욱~ 살아간다는 것이 결코 만만하거나 쉬운 일이 아닙니다. 그런 면에서 여러분은 모두 대단한 사람들입니다."

10년, 20년, 30년, 40년, 50년,........ 그렇게 오랜 시간을 함께 하는 것, 만만치 않은 일이었음에도 70년을 함께 살다 먼저 간 남편을 지금도 매일 매일 그리워하는 내 어머니를 보면 그 무엇보다 소중한 사람이 내 남편이고 내 아내이지 싶습니다.

우리동네 어르신의 말씀처럼 늘 한결같을 수야 있겠는가마는 또 다른 10년이 흐른 그 날, 흐른 시간만큼 사랑도 정도 고스란히 적립되어지기를 소망해 봅니다. 

"검은 머리 파뿌리 되기까지 두분 사랑하시겠습니까?"

예식장 안이 웃음소리로 들썩일만큼 두 사람 한 마음으로  크게 답했던 것을 기억하고 추억합니다. 벌써 하나씩 희끗희끗 파뿌리 되어져가는 남편을, 또 아내를 서로 안쓰럽게 여기며 부족한 것 채워주고 넘치는 것 나누면서 행복한 30주년, 40주년............100주년을 맞이할 수 있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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