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어디서나 장미와 작약이 한창인 요즈음 나 또한 수목원과 식물원을 다니며 덩달아 꽃놀이에 빠져있다. 봄꽃이 지고 나면 여름꽃이 피어나고 다시 가을꽃으로 이어지는 자연의 신비란 언제나 놀라움의 연속이다. 언젠가부터 가려고 벼르고 있었던 청양의 고운식물원을 들리게 되었다.
 

2003년에 개원한 고운식물원은 37헥타르에 총 8,000여 종의 수목과 꽃들이 식재되어 있다. 야생화원과 조각공원, 작약과 모란원, 사계정원, 장미원, 튤립원, 비비추원, 전망대, 단풍나무원, 암석원 백합들 등의 각 소원들로 구성되어 있는데  꼼꼼하게 둘러보지 않더라도 산책하다보면 족히 2시간 정도는 소요되었다.
 

계절별로 다른 꽃들을 선사하는 식물원에서 요즈음 흔하게 볼 수 있는 꽃은 마거리트다. 샤스타데이지와 너무 비슷해서 구별이 힘든데 같은 국화과이니 도긴개긴인 셈이다.
 

공조팝과 수국과도 많이 헤갈리는 불두화도 요즈음 한창이다.
 

온실에서는 흔하게 보던 수국과는 전혀 다른 색색의 수국들도 뽐내고 있었다.
 

가장 궁금했던 장미원과 모란이 함께 있는 작약원으로 향했다. 유난히 더위가 빨리 찾아왔던 올해 웬만하면 장미와 작약이 절정을 이룰 즈음인데 높은 산자락에 위치한 고운식물원의 특성상 장미의 절정은 7월이라고 한다. 그래서 대신 작약원에서 오랜 시간을 머물게 되었다.
 

작약은 꽃이 크고 탐스러워서 함박꽃으로도 불린다. 보통 백색과 적색이 많았는데 연분홍과 진분홍도 많았고 꽃잎이 여러겹인 작약도 눈에 띄었다. 작약(Peony root)의 속명인 'Paeony'는 그리스 신화에서 약용으로 최초로 사용한 'Paeon'의 이름에서 유래되었다고 한다. 그래서 한방에서는 주로 약용으로 쓰이는 것인지도.

모란은 보통 5월초에 피고 작약은 5월말에서 6월초에 절정을 이루니 둘이 함께 만나는 일은 거의 드물지만 혹여 늦게 피어난 모란과 일찍 피어난 작약이 만난다면 아주 드물게 볼 수도 있겠다.
 

그런데 모란과 작약은 같은 미나리아재비과이고 생김 또한 워낙 비슷하여 둘 다 구별하기가 참 힘든 꽃들이다. 보고 있는 것만으로도 그저 탐스럽고 이쁘지만 같은 시기에 피어난 것이 있다면 일반인의 시선으로는 모란인지 작약인지 어쩌면 알 수 없는 일이다.
 

다만 꽃중의 왕이라는 명성대로 모란의 크기가 작약보다 조금 더 큰 것으로 구별을 해야할까? 아니면 선덕여왕의 설화에서처럼 벌과 나비의 날아듬의 유무로 가려야 하는 것일까? 장미만큼 아찔한 향을 가진 것은 아니지만 그 설화와 달리 모란도 미미하지만 분명 향이 있다고 한다. 부귀와 영화, 행복한 결혼이라는 멋진 꽃말과 함께.

산자락에 있어서 더욱 특별했던 고운 식물원은 숲에서 산책하기도 좋았고 전망대에서 바라보는 푸르는 녹음들도 좋았다. 이런 식물원 나들이가 좋은 것은 계절별 피어나는 꽃들과 나무들을 마음껏 볼 수 있다는 것, 고운식물원의 장미의 절정은 7월이라고 하니 다음달을 기다려도 될 것 같고 지금이 아니면 볼 수 없는 작약은 조금 더 서둘러야 할 것 같다.

청양 고운식물원/041-943-6245
청양군 청양읍 군량리 389-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