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육군훈련소 입소식
군대는 남자에게 두 가지 절실한 사랑을 가르쳐 주는 것 같아요.
하나는 국가이고 또 하나는 가족이죠.
그 사랑의 정도가 하도 강해서 목숨을 걸고서라도 지킬 수 있는 힘이 만들어지죠.
조카가 입대를 하게 되었어요.
정말 오랜만에 육군훈련소 일명 논산훈련소를 찾게 되었어요.
1991년 입대를 했으니 입대한지도 벌써 25년이 되었네요.
그 까마득한 기억이 늘 가물가물했는데, 또 떠올리게 되네요.
친구들 보내고, 동생들 보내고, 이제는 조카들 군대 보내는 입장이 되어 있네요.
2시에 입대라는 말에, 평소 10여 분이면 갈 수 있는 짧은 거리이기에
1시 조금 넘어 출발했어요.
그런데 길이 얼마나 많이 막히는지,
1번 국도인 논산 연무 구간은 몸살을 앓고 있네요.
이럴 줄 알았으면 좀더 일찍 출발하는건데 ㅠㅠ
포스팅 보시는 분들은 좀더 일찍 출발하세요.
▲ 논산~연무간 꽉 막힌 도로
연무대 육군훈련소 입소대대가 가까워질수록 식당들이 점점 많아지네요.
이 곳의 특징은 식당 간판이 엄청나게 크다는 거예요.
아마도 입소하거나 면회하는 장병들을 끌기 위해서 그렇게 된 것 같네요.
올 때마다 큰 간판의 식당이 하나씩 늘어나는 느낌이에요.
그리고 입영 준비물을 판다는 가게도 많고,
무엇보다도 길거리에서 입영준비물을 파는 사람들이 많네요.
게다가 팬션이나 민박 명함을 돌리는 분들까지 ㅡ
간이 천막 아울렛은 정말 안습ㅡ 이네요.
2시가 임박해서 훈련소 입구에 도착했어요.
운전해 오는 동안에 벌써 담 안쪽에서는 행사가 시작되어서 마이크 소리가 울려퍼지더군요.
차는 안 빠지고 시간은 가고, 몸이 달더군요.
얼마나 많은 대한민국 청년이 이 곳으로 들어가고 나왔는지 모르겠네요.
전체 군 입대자 중에서 대략 50퍼센트가 논산 육군훈련소로 입소를 한다고 합니다.
정식 명칭은 육군 훈련소 입소대대죠. 훈련소는 32연대라고 하지요.
▲ 육군훈련소 입소대대 정문
'조국'이라는 말은 우리를 숙연케 합니다.
이 단어 때문에 국가의 위기 상황에 젊은이들이 기꺼이 나라를 위해 목숨을 바쳤죠.
하지만 그것은 선택이 아닌 마땅히 해야 하는 단연한 일이었을 겁니다. 그것이 바로 '조국'인거죠.
연병장으로 가는 길에는 몇 가지 볼거리도 있어요.
전차를 전시해 놓은 곳도 있어요.
입소하기 전에 가족, 친구들과 함께 기념 사진을 찍기도 하면서 여유를 부립니다.
▲ 훈련소 안에 전시된 전차
6.25 사진을 전시해 놓은 곳도 있어요.
'생명의 항해'라는 제목인데요.
6.25.전쟁의 실상을 사진을 통해 보여주고 있어요.
전쟁은 정말 끔찍하고 비극적이네요.
이 사진들은 10월 '계룡 군문화축제' 때 전시되는 사진들이랍니다.
▲ '생명의 항해' 6.25 전쟁 사진전
입영을 환영한다는 현수막 아래로 속속 입소를 하고 있습니다.
가족들과 사진을 찍는 분들, 오순도순 이야기를 나누는 분들 등등.
서로들 말은 안 하지만 다들 이별의 슬픔을 준비하고 있네요.
우리 조카 녀석입니다.
아직은 여유가 넘치네요.
사실 사작년 가을에 춘천으로 입대했는데 3일 만에 돌아왔어요.
그리고 재입대를 하게 된 것인데요.
그래도 한 번 가서 3일 군생활 했다고 다른 장병들 보다는 여유로워 보이나 봐요.
입소식이 시작되었어요.
군악대의 연주에 이어서
입소대대장에게 입소 신고를 하고 엄숙하게 입소식이 진행이 됩니다.
스무살 어린 친구들인데 이렇게 서 있으니 늠름한 것이 군인 장병이 다 된 것 같네요.
▲ 입소식 하는 중
입소식을 지켜 보는 분들의 편의를 위해서 촘촘이 모니터가 설치되어 있네요.
빼곡히 자리한 분들이 모니터와 연병장을 보며 배웅하는 사람을 찾아 보고 있어요.
하지만 다들 똑같이 생겨서 알아보기도 힘드네요.
▲ 건물 안에 설치된 모니터
입소식이 금새 끝나버렸어요.
그 다음은 배웅 온 분들을 위해 입소자들이 연병장을 한 바퀴 돌고 각자의 생활관으로 갑니다.
기수단과 군악대의 연주를 앞으로 하고, 입소자들이 연병장을 행진합니다.
▲ 입소 장병들의 행진
가족들을 보며 마지막으로 손을 흔드는 친구들의 모습이 보이네요.
겉으로는 웃고 있지만, 속으로는 어떨까요?
저도 예전의 느낌을 생각해 보면
흥분과 설렘, 막연한 두려움 등등 정말 많은 감정들이 교차하죠.
아마 이 때 가족에 대한 사랑을 간절히 느낄 거예요.
▲ 가족과 마지막 인사 중인 입소 장병들
그 많은 입소 장병 중에서 용케 조카를 찾았어요.
그리고 저도 보았는지 손을 흔들어 주네요.
순간 가슴이 찡하면서 괜히 눈물이 찔끔 나네요.
무사히 건강하게 군생활 잘 하기를 기도해 봅니다.
이 순간이 되면 건물 안에서 지켜보던 엄마들의 눈물 바다가 시작됩니다.
얼마나 울었는지 눈과 코가 빨개진 엄마들의 모습이 많이 보여요.
그 분들은 이별이 슬퍼서 울고, 그걸 보는 사람은 또 슬퍼서 울고
아마도 이 때를 위해서 선글라스는 필수로 준비해야 되겠는데요.
입소식이 다 끝났어요.
안타까운 마음을 안고 천천히 발길을 돌립니다.
다들 돌아가 버린 텅빈 연병장에 마지막을 장식해 주는 군악대의 연주만이 고적합니다.
▲ 입소식이 끝난 후 연병장
▲ 입소식이 끝난 건물 안
그리고 그 입소 장병들은 옆의 입소대대로 옮겨가서 각각의 생활관을 배정받고 군생활을 시작합니다.
이 곳 울타리에도 부모님들이 길게 붙어서서 장병들의 모습을 마지막까지 보고 있습니다.
돌아오는 길에는 연병장 옆의 군마트를 찾았어요.
사람들이 물건을 한아름씩 들고 나오는 것을 보고 따라 들어간 것이었는데요,
물건 가격이 참 저렴합니다.
아마도 입소가 있는 날이면 군마트 물건이 동이 날 것 같아요.
▲ 저렴한 가격의 군마트
이날 입소한 장병들은 4월 29일 훈련을 마치고 가족들과 영외 면회를 할 수 있답니다.
퇴소식 후 영외 면회는 오전 11시 정도부터 오후 4시 반 정도까지라는데요.
이 때 가족들과 편안하게 식사하고 쉬라고 인근의 팬션이나 민박집 광고 명함을 많이도 돌리네요.
가격이 천차만별이니까 가족들이 잘 판단해야 할 것 같아요. 한나절의 시간을 임대해 주고 십여 만원을 받는 것은 좀 비싼 것 같기도 하네요. 연무읍의 주민센터나 시골 마을의 부녀회 등에서도 집을 임대해 주고 있으니까 잘 찾으시면 저렴하면서도 편안한 집이 있을 거예요.
예전에는 음식을 싸 와서 먹는 것을 좋아했지만, 지금은 인근의 도시에서 식사하는 것이 많이 일반적인가 봐요.
맛있는 음식을 다양하게 준비하고 싶은 것이 엄마의 마음이겠지만 퇴소하는 장병들은 아무거나 다 맛있거든요.
조카가 입대한 지 벌써 한 주 가까이 지났으니까 이제 4주가 남았네요.
엄마들은 자식을 군대에 보내느라 울고, 옷을 받고 나서 또 울고 한동안은 마음도 안정이 안 되겠어요.
오늘도 텔레비전에서 '진짜사나이'를 보면서 훈련소 시절을 떠올려 봤어요.
우리 젊은 훈련 장병들이 무사히 조국의 아들로 거듭나기를 기대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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