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큼한 설경 속을 미끄러집니다. 순백으로 어우러진 풍경과, 푸름과 새하얀 대비가 멋드러진 소나무위의 눈이 눈길을 끕니다.
눈위에 붉은 햇살이 친구하자고 내려 앉습니다.
창밖을 보니 참 푹하고 좋은 날씨입니다.
충남의 중심 역동하는 예산에 진입하니 눈사과나무에 아직도 사과가 매달려 있습니다.
사과 농원이 쉼없이 펼쳐집니다.
사과하면 예산사과죠? 우리식탁을 오롯이 점령하고 있는 맛이 단연 으뜸인 예산사과^^
드디어 예산군 신암면 용궁리에 있는, 조선후기 대표적 실학자이며 서예가인 추사 김정희선생 고택에 당도하였습니다.
추사기념사업회가 추사 김정희 선생의 문화 예술적 위상을 널리 알리기 위해 예산군 신암면 추사고택에 동상을 세웠습니다. 동상은 유학자인 추사의 고고하고 대쪽 같은 이미지가 부각된 표준영정을 기준으로 철저한 고증을 거쳐, 세종대왕 동상을 제작한 조각가 김영원(홍익대 명예교수)씨가 3개월여 작업 끝에 완성하고 지난 10월 12일에 제막식을 거행한 바 있죠?
추사 김정희(秋史 金正喜, 1786~1856년)는 영조가 지극히 사랑한 화순옹주(和順翁主)와 김한신(金漢藎)의 증손자입니다. 왕실의 내척(內戚)으로서 태어날 때 부터 경축 분위기에 싸여 있었을 뿐만 아니라 신비스러운 탄생 설화도 갖고 있습니다. 그가 태어난 추사고택(예산군 신암면 용궁리)의 뒤뜰에 있는 우물물이 말라버리고 뒷산인 오석산의 원맥 팔봉산의 초목이 모두 시들었다가 그가 태어나자 샘물이 다시 솟고 초목이 생기를 되찾았다고 합니다.
충청남도 유형문화재 제43호인 추사 김정희의 고택은, 증조부인이자 영조의 부마(駙馬)인 김한신(金漢藎)에 의하여 건립되었다고 합니다. 입장료가 없는 것이 특장점이네요!
길이 기억될 추사체의 김정희 선생을 흠모하는 발길이 이어지고...
'세한도'는 국보 제180호로 초가지붕은 선비의 검소함을 나타내고, 소나무는 억울함, 누명, 절개, 지조를 나타냅니다. 제자 이상적의 변치않는 절의를, 추위에도 푸르름을 잃지 않는 소나무와 측백나무에 빗대어 그린 그림입니다.
'세한도'는 김정희의 대표적인 작품으로, 그가 59세 때인 1844년 제주도 유배 당시 지위와 권력을 잃어버렸는데도 사제간의 의리를 저버리지 않고 그를 찾아온 제자인 역관 이상적(李尙迪, 1804-1865)의 인품을 소나무와 잣나무에 비유하여 그려준 것입니다.
가로로 긴 지면에 가로놓인 초가와 지조의 상징인 소나무와 잣나무를 매우 간략하게 그린 작품으로 그가 지향하는 문인화의 세계를 잘 보여줍니다.
갈필로 형태의 요점만을 간추린 듯 그려내어 한 치의 더함도 덜함도 용서치 않는 까슬까슬한 선비의 정신이 필선에 그대로 드러나 있습니다.
이 그림에는 김정희 자신이 추사체로 쓴 발문이 적혀 있어 그림의 격을 한층 높여주고 있습니다.
'날이 차가워진 다음에야 소나무 잣나무가 늦게 시듦을 안다'는 논어의 한 구절을 빌어 '세한도'라는 말을 쓰게 된 것입니다.
세한도 높은 가치가 있고 가격이 비싸다고 합니다.
추사고택 입구의 반송입니다.
추사기념관에는 훌륭하신 님의 일생을 한 눈에 볼 수 있게 많은 문화재와 첨단의 장비를 갖춰 놓아 기분좋은 관람이 되었습니다.
추사체 유명한 점은 중국 한자 본뜨지 않은 독창적 정체성에 있다고 하겠습니다.
최고의 꽃인 눈꽃 만발한 풍성한 눈밭에서 태고의 정취와 조상님의 얼과 기상을 본받는 뜻깊은 날입니다.
한폭의 그림같은 경치에 사색에 잠겨도 보고, 겨울정취는 감동으로 다가옵니다.
추사의 숨결을 느끼고 올 곧은 삶을 들여다 보고, 본 받고 거울 삼아 보다 나은 내일을 향해 매진할 힘을 얻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