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때도 계산하지 않고 찾은 금강하구(서천군 장항읍)의 송림산림욕장 앞에 차를 댔다. 다행히 갯벌이 넓게 드러나면서 가까이에서 도요새들을 보기는 조금 어려웠지만, 탐조하기에는 큰 불편함이 없었다. 먹음직스러운 칠게들이 갯벌에서 새들의 먹이가 될 준비를 하는 듯 보였다. 칠게들에게는 미안하지만 도요새들의 먹이가 되어 호주로 무사히 갈 수 있기를 잠깐 바라기도 했다.
▲ 송림산림욕장 앞 갯벌에 나타난 개리
이렇게 갯벌을 돌아다니는 여러 종류의 새들을 정신없이 보다가 심장이 멎는 듯한 충격을 받았다. 갯벌에서 한 쌍으로 보이는 새 두 마리를 만났기 때문이다. 그 주인공은 '개리'이다. 겨울 철새로 금강하구에 머무는 개리가 찾아온 것이다.
매년 겨울 금강하구를 찾을 때마다 개리를 찾았지만 벌써 4년째 모습을 보여주지 않아 실망을 하고 있던 터라 더욱 놀랐다. 예전에는 금강하구언둑에서 하류로 약 1km 내려오면 매년 10~20여 마리의 개리를 만나곤 했다. 그런데 4년 전부터 때를 잘못 맞춘 탓인지 관찰을 하지 못해서 애를 태워왔다.
▲ 개리 한쌍
천연기념물 325호로 지정되었고 멸종위기종 2급으로 지정될 정도로 귀한 개리는 거위의 조상으로 알려져 있다. 다른 기러기와는 다르게 부리와 머리가 반듯하고 날렵하게 생겼으며, 머리부터 목 뒤편으로 갈색의 줄무늬가 길게 늘어져 있다. 개리는 개흙에 머리를 넣어 식물의 뿌리나 저서생물, 물고기 등을 먹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런 개리를 나는 한 시간 넘게 넋을 놓고 바라봤다. 내가 바라보는 것을 아는 것인지 개리는 자리를 뜨지 않았다. 안타깝게도 좀 더 관찰하지 못하고 금강하구를 떠나온 것이 못내 아쉽기만 하다. 금강하구에서 개리를 또 만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를 가지며 올겨울 서천의 금강하구의 겨울을 기다려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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