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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제의 얼굴, 백제의 미소

-서산 용현리 마애여래삼존상

2014.06.28(토) 14:47:23오르페우스(poet314@naver.com)

이 글은 충청남도 도민리포터의 글입니다. 충청남도 공식 입장과는 다를 수 있습니다.

백제의 얼굴, 백제의 미소 사진
 

서산 용현리 마애여래삼존상 앞. 백제의 미소에 담긴 비밀이 궁금하다는 듯 세 분의 스님이 고개를 갸우뚱거립니다. 단단한 화강암에 옛 백제 사람의 모습을 그대로 새겨 넣고 차가운 바위 불상마저 미소 짓게 한 백제의 예술혼과 재치가 놀랍습니다.
 
근처에 오랜 전통과 문화유산을 자랑하는 개심사와 문수사가 있지만 오직 미소 하나로 찾는 모든 이의 눈길을 사로잡는 서산 용현리 마애여래삼존상을 소개합니다.

백제의 얼굴, 백제의 미소 사진


맑게 흐르는 가야산 용현계곡을 건너면 가파른 돌계단이 앞을 가로막습니다. 하늘을 뒤덮은 나무들과 금방이라도 굴러 떨어질 것 같은 기암괴석들. 사찰의 천왕문에서 마주하게 되는 사천왕처럼 가야산의 위세가 당당합니다.

폭과 높이가 제각각인 돌계단을 딛고 올라서자 서두르던 마음이 점점 누그러집니다. 숨이 턱에 차오를 때쯤 관리사무소에 닿습니다.

관리사무소와 불이문(不二門)

▲ 관리사무소와 불이문(不二門)
 

백제의 얼굴, 백제의 미소 사진
 

관리사무소 마루에 앉아 숨을 고르는데 불이문(不二門)이 눈길을 끕니다. 상대적이고 차별적인 것을 모두 초월하여 절대적이고 평등한 진리를 나타내는 불이법문의 뜻을 잠시 떠올려봅니다.

불이문에 들어 한 차례 더 돌계단을 오르내리자 암벽에 새겨진 마애불이 천오백 년 전의 미소로 반겨줍니다.

서산 용현리 마애여래삼존불상

▲ 서산 용현리 마애여래삼존불상
 

연꽃잎이 새겨진 대좌에 선 여래입상은 풍만하게 살이 오른 얼굴로 자비로운 웃음을 띠고 있습니다. 머리에 관을 쓴 왼쪽의 보살입상은 수줍은 미소를 머금고 턱을 받치고 앉은 오른쪽의 반가사유상은 익살스런 표정입니다. 천오백 년 전 백제인의 온화하고 여유로우면서도 자유분방한 모습이 고스란히 담겨 있습니다.

백제의 얼굴, 백제의 미소 사진


국보 제48호인 서산 용현리 마애여래삼존상의 미소에는 한 가지 비밀이 있습니다. 가야산을 깨우는 아침 햇살에는 여린 미소를 살짝 머금다가 오후 햇빛에는 입 꼬리가 올라간 표정으로 활짝 웃습니다. 다시 해가 저물어 고요한 달빛을 받으면 중생을 일깨우는 불상의 근엄한 표정으로 돌아갑니다.

빛이 비추는 방향에 따라 표정이 달라지는 이유는 불상이 기울어진 각도와 관련이 있습니다. 불상이 기운 80도는 코와 입 꼬리에 그림자를 선명하게 만들어주어 백제의 미소를 감상하기에 가장 좋은 각도라고 합니다. 

백제의 얼굴, 백제의 미소 사진


1959년 발굴과 관련된 재미있는 일화가 있습니다. 현장 조사에서 허탕을 친 홍사준 박사 일행이 근처를 지나던 나무꾼에게 불상을 본적이 있느냐고 물었습니다. 나무꾼은 불상은 본 적이 없고 근처 바위에 웃고 있는 산신령님이 있다고 했습니다. 또 산신령님 양옆으로 본부인과 작은 부인이 나란히 있는데 본부인이 의자에 앉아 슬슬 웃으며 놀리자 작은 부인이 돌멩이를 던지려고 벼른다는 말을 했습니다.

나무꾼이 가리키는 곳으로 가서 확인해보니 거대한 바위에 삼존상이 새겨져 있었습니다. 그러니까 나무꾼이 말한 산신령은 여래입상이고 본부인은 반가사유상, 작은 부인은 보살입상이었습니다. 

백제의 얼굴, 백제의 미소 사진


예로부터 서산은 바다와 육지를 이어주는 요충지였습니다. 가야산은 바다 건너 중국으로부터 건너온 물자가 부여와 공주로 가기 위해 지나야 하는 길목에 우뚝 솟아 아 있습니다. 이곳의 옛 백제 사람들은 물자를 실어 나르는 뱃길의 안전을 기원하기 위해 마애불을 조성했을 것입니다. 하지만 중국으로부터 전해 온 불상이 아니라 자신들의 모습과 의복을 화강암에 새겨 넣음으로써 백제 문화의 자신감을 드러냈다고 합니다.

옛 백제 사람들이 천오백 년을 간직해온 미소를 바라보고 있으면 도시생활에서 찡그렸던 마음까지 저절로 웃음 짓게 됩니다. 여유 있는 주말이라면 가야산의 문수사, 개심사, 서산보원사지로 이어지는 코스를 둘러보는 것도 좋을 것 같습니다.

 
O 관람시간: 오전 9시 ~ 오후 6시
O 문화해설: 오전 10시 ~ 오후 4시30분 (점심시간 제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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