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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 정상에는 백호가 살고 있었다

백호가 살아 있는 듯한 계룡산을 찾아서

2014.01.14(화) 14:50:47원공(manin@dreamwiz.com)

이 글은 충청남도 도민리포터의 글입니다. 충청남도 공식 입장과는 다를 수 있습니다.

남매탑▲ 남매탑   눈밭에 나무들과 함께 하늘로 높이 솟은 남매탑 


12일, 바람이 겨울임을 말해 주듯 매우 차갑다. 동학사 주차장에는 생각과 달리 많은 차들이 주차되어 있다. 멀리 산 정상을 바라보았다. 눈으로 하얗게 덮여있다. 만년설을 보는 듯 기분이 우쭐댄다. 등산화 끈을 고쳐 매고 산길로 들어섰다. 눈이 하나도 없다. 날씨가 추워 전에 내린 눈이 산 정상에만 남아 있는 것 같다. 산속은 연한 갈색의 나뭇잎으로 덮여있다. 나무들은 잎을 모두 떨군 채 무표정하게 서 있다. 마치 병사들이 연병장에서 사열하듯 조금의 요동도 없다. 생존을 위해 최소한의 몸집으로 웅크린 모습 같기도 하다.

머지않아 남쪽으로부터 봄바람이 불어오면 나무줄기에 물이 차오르고 아기의 속살 같은 부드러운 나뭇잎을 다투어 틔워낼 것이다. 그러기 위해 혹독한 겨울 추위를 이겨내는 것인지 모른다. 그냥 견디어만 내는 것이 아니라, 떨어진 낙엽을 자양분 삼아 어떤 모습으로 새봄을 맞이해야 할지 남모르는 땀을 흘려야 하는 시간일 것이다. 늘 같은 자리에 서 있더라도 매년 새로운 모습으로 거듭 태어나기 위해 필히 거쳐야하는 수련의 시간이 아닐까!

큰 배재를 거쳐 남매탑으로 올라간다. 천정골이라 하는 산길은 다른 등산로에 비해 가파르지도 않고 다리에 무리를 주지도 않는다. 고향의 뒷산을 오르는 느낌이다. 산길을 올라가면서 산속을 가만히 바라보았다. 길가의 돌멩이도 나무도 어느 것 하나 같은 것이 없다. 크기도 모양도 저마다 조금씩 다르다. 사람 얼굴 모양이 제각기 다르듯 그들 또한 모두 다른 모습을 하고 있다.

그래서 산속은 아무리 걸어도 지루하지 않고 걷는 재미가 쏠쏠하다. 언뜻 보면 모두가 똑같은 것 같지만, 조금만 여유를 가지고 살펴보면 신기할 만큼 산속은 서로 다른 것들로 가득 채워져 있다. 만일 산속이 모두 같은 것으로 채워져 있다면 얼마나 재미가 없었을까? 생각만 해도 끔직하다. 어느 산길이든 걸어가다 보면 뜻하지 않게 많은 것을 얻게 된다. 우선 마음의 잡다한 고민에서 해방되는 것이 첫째고, 둘째는 맑은 공기를 마시며 가파른 산길을 오르게 되니 폐도 다리도 모두 튼튼해지는 것이다.

산은 정말 좋은 친구이자 어머니 같은 존재다. 모든 걸 털어 놓아도 시비하나 걸지 않고 다 들어준다. 게다가 모든 산속 친구들의 생김과 존재의 의미가 달라 마음을 아니 빼앗길 수 없다. 거대 산이 모진 비바람 속에도 무너지지 않고 오랜 세월을 버틸 수  있는 것은 서로 다름의 존재를 갖고 각기 역할을 다하고 있기 때문이 아닌가 한다. 작은 돌은 작은 대로 못생긴 나무는 못생긴 대로 거기에 있을 때 아름다운 조화가 일어나는 것이다.

긴 산골짜기를 타고 산과 끊임없이 대화하며 산등성이로 올라서는 순간, 어느새 사람들의 표정이 달라진다. 시무룩했던 얼굴 표정이 밝아지고, 말과 웃음 속에서 삶의 의욕이 넘쳐 난다. 이보다 더한 즐거움을 어디 있겠는가!  마음이 울적할 때나 복잡할 때 산길을 걸어보라! 집에서 아무리 생각해도 얻을 수 없는 해답과 덤으로 즐거움과 추억까지 안겨준다. 집을 나서는 순간, 산에 들어서는 순간, 답답한 마음들이 조금씩 열리며 자유로워 질것이다.

 

 삼불봉에서 내려다 본 계룡산의 겨울 풍경

▲ 삼불봉에서 내려다 본 계룡산의 겨울 풍경

큰 배재를 넘어 남매탑으로 향한다. 산 아래와 달리 낙엽대신 하얀 눈들이 곳곳에 덮여 있다. 겨울 산의 느낌이 새롭게 살아난다. 다리에도 갑자기 힘이 들어간다. 어찌 된 일이지 나무들은 추위에 움추린 모습이 아니라, 오히려 생기가 있어 보인다. 차가운 눈밭에 서 있는 그들의 모습에 반한 것일까? 마치 훈련장에 선 병사들처럼 늠름해 보인다.

눈길을 밟으며 남매탑으로 들어섰다. 남매탑에는 이미 많은 사람들이 모여 휴식을 하고 있다. 탑을 배경으로 사진도 찍고 두 손으로 합장을 하며 간절히 소원을 비는 이도 있다. 절 지붕위에는 하얀 눈이 제법 두껍게 쌓여 있다. 겨울 산사의 모습이 제법 폼이 난다. 그 덮인 눈으로 인해 산사는 깊은 겨울잠을 자고 있는 듯하다.

삼불봉으로 올라섰다. 계룡산이 한눈이 내려다보인다. 바위틈에 서 있는 소나무가 시야를 가릴 뿐 사방이 탁 트여 있다. 눈 덮인 계룡산은 산 아래 모습과는 전혀 딴판이다. 산등성이를 등축으로 하여 골골에 눈 덮인 모습이 마치 백호가 누워 있는 모습이다. 그것도 여러 마리의 호랑이가 산등성에 누워 산 아래를 내려다보는 모습이다. 계룡산은 연봉이 닭의 벼슬을 쓴 용의 모습이라 했는데, 오늘 삼불봉에서 바라보는 모습은 다름 아닌 호랑이였다.
 

남매탑 산사가 깊은 겨울잠에 빠져 있다

▲ 남매탑 아래에 있는  산사가 깊은 겨울잠에 빠져 있다

삼불봉에서 눈앞에 보이는 관음봉을 향해 출발했다.  관음봉으로 이어지는 자연선릉은 계룡산 산행의 백미라 할 수 있다. 수많은 철 계단과 바위를 오르내리는 스릴도 있지만, 산 아래 풍경을 마음 놓고 볼 수 있어 많은 사람들에게 사랑을 받고 있다. 바위에 위태롭게 서 있는 소나무도 멋있고, 계룡산 전체를 한 눈에 내려다보며 걸을 수 있어 더 좋다.

드디어 최종 목적지 관음봉으로 올라섰다. 추운 날씨에도 관음봉은 사람들로 만원이다. 그들은 삼삼오오 모여 김밥과 과일 등을 펼쳐 놓고 허기를 채우고 있다. 마치 학창시절에 본 소풍풍경이다. 산 정상에서 먹는 따스한 커피 한잔이 산행의 피로를 풀어주고 또한 마음에 여유까지 가져다준다. 먹는 즐거움이 참으로 큰 것 같다.

관음봉은 천황봉, 삼불봉 그리고 연천봉을 거쳐 신원사와 갑사로 내려가는 길목이다. 따라서 많은 사람들이 관음봉을 찾게 되는 까닭이기도 하다. 그러나 아쉽게도 계룡산 최고봉인 천황봉은 일반인에게 개방이 금지되어 있다. 군사시설이 있기 때문이다. 천황봉을 국민들에게 개방하여 최고봉에 오르는 즐거움을 주는 것은 어떤가. 조금만 생각을 달리하면 좋을 방법이 있을 거 같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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