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 목요일과 금요일 당진여행을 다녀왔습니다. 솔직히 이야기하자면 별 기대안하고 갔는데 의외로 제가 모르며 좋은 봄여행지 장소들이 많아 참 좋았습니다. 그리고 서울 가산디저털단지에서 금요일 오전에 출발했는데 도착하는 시간이 불과 2시간이 걸리지 않는 짧은 거리가 부담이 덜하더군요. 미리 서두른다면, 서울에서 당일 여행도 가능할 듯 합니다.

사실 당진은 제가 대학교 때 5번이나 농촌봉사활동을 했던 지역입니다. 당진이 벼농사로 유명한 것은 많이들 알고 계실 겁니다. 당진의 한 농촌에서 한창 젊은 날 고추도 따고 밤이면 둥그렇게 모여 한국의 농업 현실에 대해 고민도 하고 토론도 하고 인심이 풍성하신 지역의 주민들과 이야기했던 시절이 엊그제 같은데 벌써 저도 졸업한지 10여년이 넘어가는군요.

당진은 여행지로 그닥 제가 아는 바가 없어 별 기대도 관심도 크지 않았는데 다른 지역처럼 활성화되지는 않았지만, 여행지로서 다른 지역에 손색없는 좋은 곳을 많이 다녀 이 글을 보는 많은 분들에게 소개하고 싶어 글을 적습니다.

1. '그날이 오면' 심훈 선생의 혼이 살아 있는 당진 필경사.

필경사라는 말을 처음들었을 때 저는 무슨 절의 이름인 줄 알았습니다. 하지만 이곳이 고향인 심훈 선생의 집이 있는 곳이랍니다. 심훈 선생의 일대기와 유명한 농촌계몽소설인 '상록수'를 비롯한 소설도 쓰고 영화연출 등의 다양한 영역에서 재주를 발휘하신 유적이 있는 곳입니다. 특이한 건 심훈 선생의 집인데 일식과 한옥의 장점을 적절히 조합하여 새로운 한옥의 모습을 볼 수 있다는 것입니다. 문학을 좋아하시는 분들에게 화려하진 않지만 소박한 장소로 추천드립니다. 앞으로 좀 더 투자한다면 이효석 생가나, 정지용 생가처럼  유명한 관광지가 될 것이라 생각합니다.

2. 전함의 실체를 볼 수 있는,  당진 함상공원과 해양테마과학관

예전에 쓰던 우리나라 전함 두 척을 그대로 전시해 놓고 각종 해양생물과학관을 운영하는 곳입니다. 생각보다 전함이 엄청나게 큽니다. 지금은 사용하지 않아 시설이 많이 낙후하긴 하지만 전함 안에 들어가  하나하나 시설을 둘러보면서 해설사분의 설명을 듣는 재미가 쏠쏠하더군요. 앞으로 전함 안에서 체험을 할 수 있는 코스도 마련한다고 합니다. 해양생물과학관은 아주 시설이 고급스럽지는 않지만  의외로 많은 생물들을 구경할 수 있어 아이들의 체험학습으로 좋다고 합니다.

3. 김대건 신부의 향이 소나무 되어, 당진 솔뫼성지.

'소나무 언덕'이라는 이름을 가진 김대건 신부의 유적지 솔뫼성지입니다. 김대건 신부는 우리나라의 최초의 신부로 서울의 새남터(조선시대에 사형을 집행하던 곳)에서 순교를 하신 분입니다. 넓은 공원에 천주교 관련 조각들이 서 있고 200년이 넘은 소나무를 비롯한 많은 소나무들이 심어져 있는 언덕이 있습니다. 소박한 김대건 신부의 기념관 안에서 영상물도 볼 수 있고 각종 천주교 관련 유물들의 전시가 깔끔하더군요.  천주교 신자들이 많이 찾는 곳이라고 하며 당진에 이런 성지들이 몇 군데 있는데 성지들을 이어서 걷는 길을 만든다고 하니, 벌써 기대가 가득입니다.

4. 대관령 목장 뺨치는 즐거운 체험, 당진 아그로랜드(태인목장)

30만평의 너른 대지에 소, 양 등의 각종 동물들을 보면서 만져도 보고 송아지에게 우유도 먹어보고 양의 탈을 쓴 개와 비슷한 양도 만나보고 트랙터타고 한 바퀴 돌기도 하고, 산책도 하며 멋진 사진도 찍을 수 있으며 치즈와 아이스크림 만들기가 가능한 아그로랜드입니다. 또, 옆에는 구혜선 감독이 영화촬영 장소로도 썼다는 드넓은 보리밭도 있습니다. 진짜 저는 이곳의 이름이 아그로랜드라는 것만 빼면  대관령목장 뺨치는 즐거운 추억이 많이 쌓이는 곳이라고 생각합니다. 입장료와 트랙터 체험 1만원 비용 이상의 좋은 경험이 있는 곳이 아닌가 합니다. 데이트 장소, 출사, 아이들과의 체험장소로 강력 추천합니다.

5. 일출과 일몰 한방에 해결, 당진 왜목마을
일출, 일몰의 출사지로 유명한 왜목마을. 사실 전 태안에서 이미 멋진 일출과 일몰 바닷가를 봐서 그런지 그리 멋지다고 생각하지는 않았습니다. 하지만 한 장소에서 일출과 일몰을 동시에 볼 수 있다는 점에서 큰 장점을 가질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당진군에서 잡아준 숙소가 왜목마을의 바로 앞에 있어서 일출 사진을 잘 잡을 수 있었습니다.

6. 유선으로 당진의 섬들을 돌아보다.

유람선을 타고 당진의 섬을 한 바퀴 돌아보는 유선을 타보았습니다. 아직 날씨도 쌀쌀하고 푸릇푸릇한 풀도 돋아나지 않아 그리 장관은 아니었지만,  배를 타고 바다를 한 바퀴 도는 기분이 좋더군요. 섬에 전신주와 전기줄이 많아 풍경이 좋지 않은 것이 조금은 아쉽기만 합니다. 대조도, 소조도, 소난지도, 대난지도 등의 섬이 보입니다. 하지만, 주말 토요일을 맞아 고기배를 타는 사람들도 많이 보이더군요. 지금은 우럭이 많이 잡힌다고 합니다.

7. 에너지의 원리를 체험으로 보다. 당진화력발전소

갑자기 왠 화력발전소냐..라고 하시는 분들도 있을텐데 화력발전소 안에 발전의 원리를 체험할 수 있는 시설이 있습니다. 꽤나 현대적이고 직접 에너지의 원리를 다양한 게임으로 체험할 수 있게 잘 해 놓았더군요. 일반인은 들어가기 쉽지 않고 사전 예약이 있어야 들어갈 수 있는 5분 거리의 석문각에는 넓은 잔디밭과 전망대가 있어 당진 바다를 보기도 하고 잔디밭에 심은 목련과 개나리 등의 봄꽃을 보기도 좋았습니다. 잔디밭에 앉아 도시락 까먹고 싶더군요.

8. 줄다리기의 모든 것, 당진 기지시 줄다기리 박물관

4월 6일 생긴 새내기 박물관인데, 특이하게 줄다리기라는 소재 하나로 만든 박물관입니다. 이 박물관을 만드느라 학예사님이 장가도 미루고 전국의 박물관을 돌아다니며 애를 쓰셨다고 하더군요. 당진군 기지시에서는 매년 4월 줄다리기 대회가 열린다고 하는데 그 줄이 사람 몸통만한 신기한 줄입니다. 박물관 구성이 깔끔하고 줄다리기에 대한 전시물도 지루하지 않게 디오라마(배경 위에 모형을 설치하여 하나의 장면을 만든 것)도 잘 만들어 놓았고 학술적인 설명이나 지하의 체험관을 보면서 신기하고 놀랍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9. 당진에서 먹어본 베스트음식

당진의 식당에 우렁이 전문점이 몇 군데 있더군요. 우렁이로 맛쌈장, 쌈밥, 된장, 초무침 등을 만들어 먹는다고 합니다. 봄이라 한창 우럭이 많이 잡히는 계절이어서 우럭매운탕도 한 번 먹어보았습니다. 실치회는 당진에서 먹어본 특이한 회였는데 실치는 하얀 국수 면발처럼 생긴 뱅어입니다. 전문점이 몇 군데 있다고 하며 잘 만든 집은 비린내가 없이 무쳐서 먹기도 하고 부침개에 넣어 먹기도 한다는데 부침개의 맛이 좋더군요. 

예상보다 괜찮았던 1박 2일의 당진여행, 봄나들이 여행길에 추천드립니다. 당진 지역의 관광문화해설사의 말로는 대부분의 여행지가 도보나 대중교통으로 이용가능하다고 하니 저도 다음에 좀 더 여유있게 산책하는 마음으로 다시 가고 싶은 장소가 많았습니다. 아직 관광쪽으로는 많은 개발이 되지는 않았지만 앞으로 블로그 등을 통한 소셜 미디어의 홍보로 당진군의 특산품과 여행지를 많이 소개할 예정이라고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