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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월급으로 산 천안 호두과자

그리운 아버지

2011.02.16(수) 홍경석(casj007@naver.com)

이 글은 충청남도 도민리포터의 글입니다. 충청남도 공식 입장과는 다를 수 있습니다.

군 복무를 마치고 직장다운 직장을 잡은 건 제 나이 23세 때였습니다. 여기서 말하는 ‘직장다운’ 이란 건 군에 입대하기 전에는 그야말로 닥치는 대로 아무 거나 했다는 뜻에서의 반사적 표현임을 밝힙니다. 행상과 공사장의 막노동 등이 이에 해당합니다. 현재도 천안역 바로 앞에 서 있는 5층 건물의 가장 꼭대기에 있는 직장에 이력서를 들고 가 면접을 보았지요.

당시의 직장은 영어회화 교재와 테이프를 전문으로 파는 영업직이었습니다. 그래서 저의 최대 아킬레스건인 학력을 따지지 않아 좋았지요. 여하튼 면접을 마치고 교육까지 받았으나 일주일간 단 한 건의 계약도 올릴 수 없었습니다. 그래서 의기소침 귀사하면서 적성에 맞지 않는구나 싶어 그만 두려고 했지요. 한데 뜻밖의 희소식이 기다리고 있더군요.

“놓고 간 명함을 보고 전화했다면서 00 회사의 000씨에게서 전화가 왔는데 교재를 직접 들어보고 구입하겠다고 하니 어서 가 봐요!” 소장님의 그 고함이 어찌나 반갑던지요!! 나는 듯이 달려가 교재를 들려 드렸더니 그 고객께선 주변의 다른 사람까지 소개를 해 주시어 여간 감사한 게 아니었습니다. 그렇게 영업사원 일을 하여 저도 드디어 첫 월급을 받기에 이르렀지요.

동동거리는 마음을 다잡으며 제 이름 석자가 선명히 찍힌 두둑한 월급봉투를 받자니 세상에 그 어느 것도 부럽지 않았습니다. 대저 첫 월급을 타면 부모님의 내복을 사 드린다고 하지요? 하지만 저는 대신에 천안의 명물인 호두과자를 샀습니다. 아버지께 드리려고 말이죠. 이어 술 한 병에 돼지고기도 한 근을 썰어 달래서 신문지에 둘둘 말았지요.

홀아비로 애면글면하게, 아니 가히 애옥살이에 다름 아닌 빈곤의 절정이었던 상황에서였을까요... 아버지께선 제가 사간 돼지고기를 금세 뚝딱 고추장을 바른 불고기로 만드시곤 그걸 안주삼아 아주 맛나게 드시더군요. 그리곤 “호두과자는 너나 먹거라.”며 제 손에 쥐어 주셨고요. 세월은 여류하여 아버지께선 지난 26년 전에 다시는 오실 수 없는 저 세상으로 가셨습니다.

작년 이맘때 아들이 입사한 직장에서 첫 월급을 받았다며 집에 왔습니다. 그러더니 통 크게 50만 원이나 되는 거액을 주더군요. “이렇게나 많이 주면 넌 뭘 쓰고?” 하지만 아들은 막무가내였습니다. “회사 기숙사에서 먹고 자니까 딱히 돈 쓸 데도 없는 걸요 뭐.”

부모님이 자녀로부터 가장 받길 원하는 것으론 단연 현금이라는 뉴스를 본 적이 있습니다. 지금껏 살아계셨더라면 손자로부터도 극진한 효도를 받으셨을 아버지가 새삼 그렇게 그리움의 물결로 다가옵니다. 오늘은 아들이 집에 오는 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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