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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룡산 갑사와 군밤 장수 엄마 이야기

다시 또 가고픈 갑사

2011.03.10(목) 홍경석(casj007@naver.com)

이 글은 충청남도 도민리포터의 글입니다. 충청남도 공식 입장과는 다를 수 있습니다.

참으로 길고 험준하기까지 했던 지난겨울이었습니다. 그러나 속일 수 없는 건 바로 세월이라더니 어느새 산하엔 봄기운이 물씬합니다. 이제 춘분(春分)도 가까워 오는 걸 보자면 명실상부한 화충난양(和風暖陽)의 봄은 분명 개선장군처럼 입성(入城)할 게 뻔합니다.

기온이 이처럼 온화하고 보니 오늘은 문득 모든 걸 떠나 가까운 계룡산으로 나들이나 갔음 싶네요. 예로부터 '춘마곡추갑사'(春麻谷秋甲寺)란 말이 있듯 충남 공주시 계룡면 소재 계룡산의 갑사 가을 절경은 그야말로 백미입니다. 전라도에선 단풍을 보자면 내장산과 그 지척의 백양사를 알아주지만 이곳 대전과 충청권에선 단연 공주 계룡산에 있는 갑사를 꼽습니다.

굳이 가을이 아니어도 갑사는 지금과 같은 봄은 물론이요 또한 언제 가도 그렇게 수굿하게 맞아주는 산과 숲이 어우러져 이곳을 찾는 이들의 이구동성 감탄사를 자아내게 합니다. 사시사철 다른 얼굴로서 인사하는 계룡산 갑사는 또한 개인적으론 아끼는 후배의 어머니께서 그 초입에서 군밤 장수를 하여 바라지를 하신 애틋한 ‘실화’까지 존재하는 곳입니다.

일찍이 남편을 잃고 청상과부가 되신 후배의 어머니께선 조막만한 밭뙈기만으로는 후배와 후배의 여동생 남매를 도저히 가르칠 수 없으셨다네요. 하여 갑사 입구의 주차장 부근에서 밤을 구워 파셨습니다. 충남 공주시의 정안면에서 나는 정산 산(産) 밤은 예로부터 굵기가 튼실할 뿐만 아니라 그 맛 또한 출중하여 홈쇼핑 따위로도 높은 매출을 올리기로 소문난 ‘효자’입니다.

몇 해 전 죽마고우들과 갑사를 찾았는데 당시에도 후배의 어머니께선 여전히 그 자리에서 군밤을 팔고 계셨습니다. 반가운 마음에 냉큼 달려갔지요. “니들 군밤을 사려거든 반드시 내 뒤만 따라와야 해!”를 거듭 강조하면서 말입니다.

“어머니, 안녕하셨어요? 저, 000의 선배 되는 사람입니다. 건강하시죠?” 이제는 저처럼 지천명의 나이에 얼추 근접한 후배는 어느새 근사한 제 집도 장만했고 아이들도 잘 키웠다고 후배의 어머니께선 자랑이 대단하셨습니다. 또한 우리 친구들 먹으라고 잘 익은 군밤까지 덤까지 듬뿍 주시더군요.

너무도 일찍 어머니를 여읜 때문으로 지금도 저의 모정(母情)에 대한 그리움과 사무침은 망망대해를 덮고도 부족합니다. 이런 때문으로라도 허구한 날 가히 풍찬노숙과도 같은 고생을 마다치 않으시며 자식들 건사와 바라지에도 최선을 다 하신 후배의 어머니는 정녕 존경의 대상이 아닐 수 없는 것입니다. 다시 또 가고픈 곳이 갑사입니다. 한데 후배의 어머니께선 지금도 갑사를 여전히 지키고 계실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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