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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룡산 명물 ‘남매탑’ 단상

어떤 텔레파시

2010.11.06(토) 홍경석(casj007@naver.com)

이 글은 충청남도 도민리포터의 글입니다. 충청남도 공식 입장과는 다를 수 있습니다.

어느새 입동(立冬)이다. 이십사절기의 하나인 입동 때부터 겨울이 본격적으로 시작된다고 알려져 있다. 그래서일까. 마당의 감나무조차 겨우살이 준비를 하려는지 요즘 들어 더욱 많은 감 나뭇잎을 밑으로 자꾸 떨어뜨리고 있다.

잠시 전 아들로부터 전화가 걸려왔다. 다음주 중에 짬을 내 집에 와 하룻밤 자고 가겠다는. “네 동생에게서도 어제 전화가 왔는데 그렇담 너랑 집에 올 날짜가 얼추 비슷하겠네?” 아들은 아마도 남매간의 텔레파시이자 이심전심인 듯 싶다며 함박웃음을 지었다.

아들과 딸은 현재 모두 집에 없다. 이는 아들은 취업을 하여 경기도에, 딸은 석사과정을 밟고자 여전히 서울서 기거하는 때문이다. 지난주 일요일엔 모처럼 계룡산의 동학사를 찾았다. 만산홍엽(滿山紅葉)의 한가로운 구경보다는 딸이 치르는 대학원 진학 시험에서 반드시 합격을 발원코자 하는 불공이 우선한 정서였다.

불공을 마친 뒤 동학사 입구 쪽으로 나오자니 남매탑을 오르려는 등산객들이 그야말로 인산인해를 이루고 있었다. 계룡산의 또 다른 명물인 ‘남매탑’엔 다음과 같은 전설이 깃들어져 있다. 한 스님이 계룡산에 들어와 토굴을 파고 수도생활을 하고 있었는데 어느 날 어려움에 처해있는 호랑이를 구해주었단다.

그러자 호랑이는 이에 대한 보답으로 어디선가 아리따운 처녀를 등에 업고 와선 사라졌다나. 하지만 스님이 그녀와 부부의 연을 맺을 순 없는 법이어서 고향으로 돌려보냈다고 한다. 이에 감읍한 그 처녀의 부모는 차라리 비구니가 되어 스님과 남매의 의를 맺으라 했고 결국 이 두 사람은 함께 수행(修行)을 하다가 한 날 한 시에 열반에 들었다는 그런 아름다운 이야기가.

계룡산은 명산답게 등산로도 무척이나 다양한데 동학사에서 이 남매탑을 경유하여 갑사로 넘어가는 코스가 아마도 가장 많은 등산객들을 불러 모으지 싶다. 아이들이 초.중등학교에 다닐 적에는 시간을 내어 이같은 코스로 손을 잡고 등산을 다니는 걸 즐겼다.

하지만 더욱 자라 성년이 되고 보니 이젠 그같은 짬과 낭만조차 사라진 듯 싶어 새삼 그렇게 세월의 여류함에 때론 대략난감하지 않을 도리까지도 없음을 절감케 된다. 하여간 아들과 딸, 이 세상에서 유일한 남매(男妹)인 나의 자녀는 예나 지금이나 참 우애가 깊다.

지금은 예비 대학원생이어서 과외 알바 외는 딱히 수입이 없는 제 여동생에게 아들은 무시로 용돈을 보내주고 있다고 들었다. 이에 딸은 “나도 취업을 하게 되면 오빠로부터 받은 신세를 더블(double)로 갚을 게!”라고 약속했다나? 12월 하순이면 아이들이 모두 방학과 휴가 따위로 비교적 여유로운 시간이 난다 했으니 그때는 우리 식구 모두 백설(白雪)이 난분분할 남매탑에 성큼성큼 오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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