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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덕산을 위한 연가

광덕산이 살가운 연유

2010.03.16(화) 홍경석(casj007@naver.com)

이 글은 충청남도 도민리포터의 글입니다. 충청남도 공식 입장과는 다를 수 있습니다.

한겨울 못 잊을 친구하고 광덕산쯤을 넘다가 뜻밖의 폭설을 만나고 싶다.
뉴스는 다투어 수십 년 만의 대설(大雪)을 알리고 자동차들은 뒤뚱거리며 제 갈 길들을 찾아가느라 법석이지만 광덕산의 중턱에 못 이긴 척 기꺼이 묶였으면.

이는 ‘한계령을 위한 연가’를 쓴 시인 문정희의 ‘한겨울 못 잊을 사람하고 한계령쯤을 넘다가 뜻밖의 폭설을 만나고 싶다. 뉴스는 다투어 수십 년 만의 풍요를 알리고 자동차들은 뒤뚱거리며 제 구멍들을 찾아가느라 법석이지만 한계령의 한계에 못 이긴 척 기꺼이 묶였으면.’의 차용적 ‘변절 시’이다.

겨울은 다 갔고 계절은 어느새 춘분(春分)을 향해 줄달음질치고 있는 봄의 길목이다.
그러하거늘 실로 생뚱맞게 왜 지난 겨울을, 그것도 수십 년만의 그 지독했던 엄동설한의 폭설을 이제야 그리워하는 걸까?
우는 놈도 속이 있어 운다고 했다.
이같이 고향인 천안의 광덕산을 그리워하는 건, 아니 차라리 ‘흠모’하는 건 다 속이 있어서이다.

요 며칠 마음이 심히 헛헛하였다. 그건 누군가에게서 배신을 당한 것도 아니요, 그렇다고 하여 느닷없이 사기를 당한 것도 아니었다.

다만 나도 이제는 나이가 오십을 넘은 중늙은이고 보니 건강도 예전 같지 않고 그에 부합하듯 요즘엔 다소 장기간인 일상에의 매너리즘 현상까지 찾아와 매사가 심드렁해진 때문의 어떤 귀결이다.
그러다보니 예전에 그토록이나 즐겨 올랐던 광덕산이 ‘그리운 금강산’, 그 이상으로 눈에 삼삼한 때문이다.

속에 담고 있는 걸 마누라와 자식들에겐 다 토로치 못 하여도 고향의 죽마고우들에게만큼은 예외인 것이 우리네 사람 사는 풍경이다.
천안시 동남구 광덕면에 위치한 광덕산은 천안에서 가장 높은 산이다.

예로부터 덕이 있는 산이라 하여 ‘광덕산’이라고 불려졌다 한다.
여전히 천안의 명물인 호두과자의 원료인 호두가 많이 나는 집산지임은 물론이며 맑은 물과 깊은 계곡의 넉넉함은 언제 가도 푸근한 고향의 어머니와도 같아 좋다.

이 산이 더욱 살가운 연유는 우리 고향 친구들과의 이런저런 추억이 얼기설기 듬뿍 담겨져 있기 때문이다.
무시로 찾아 투명한 유리거울처럼 마음을 모두 비워내며 속에 있는 걸 죄 꺼내 흐르는 계곡물에 흘려보냈던 그 시절에 우린 한 치의 가식(加飾)도, 한 줌의 포장조차 없는 무채색의 순수한 우정만을 뽐냈었다.

열심히 사노라면 반드시 고진감래(苦盡甘來)는 오리라던 친구들에게도, 그 말에 동의로써 고개를 주억거렸던 나에게도 기실 그 날은 아직도 오지 않고 있다.
그래서일 것이었다.
오늘 이처럼 뜬금없이 광덕산을 위한 연가를 읊는 연유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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