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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향기]어머니의 손

2024.05.10(금) 10:05:45 | 충남포커스 (이메일주소:jmhshr@hanmail.net
               	jmhshr@hanmail.net)

사람향기어머니의손 1


어버이날을 즈음 하여 길을 나섭니다. 익숙한 친정집 주소 대신, 네비게이션에 매번 낯설기만 한 요양 기관 이름을 찍고 달려가는 차 안은 ‘문어의 꿈’이라는 코믹하고도 신명나는 음악이 흘러나오고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쓸쓸함이 밀려오는 것을 막을 길이 없습니다.

엎드리면 코 닿는 텃밭에 손수 가꾸어 놓으신 채소들을 수확해 어머니의 손이 슥싹슥싹 스치기만 하면 돈으로 살 수 없는 최고의 겉저리가 완성되고, 온갖 나물 버무리고, 지지고, 볶아 상 다리가 부러지게 차려 먹고 선 부른 배를 두드리며 뜨뜻한 아랫목에 나란히 누워 하하 호호 껄껄대며 밤이 새도록 이야기를 나누던 날들이 영원할 것 같았는데 이제는 그저 추억으로만 간직해야 한다는 사실이 서러웠나 봅니다.

사립문을 열고 ‘엄마!’를 부르면 방문을 열어 제끼고 뛰어나와 버선 발로 맞아주시던 어머니가 이제 세월이 흘러 요양사가 밀어주는 휠체어에 몸을 싣고 마주 대한 딸래미 가족을 만나고도 반가운 웃음 웃을 기운마저 없이 그저 소리 없는 미소로 맞아줍니다.

어머니의 창백한 손을 잡고 보는데 차라리 들에서 그을려 검고 거칠어 참으로 볼품없었지만 건강했던 어머니의 손이 그리워집니다. 늙으신 홀어머니를 봉양하고, 일찌감치 가장이 되어버린 남편의 아홉 형제자매의 부모가 되어 시집장가 보내고, 당신의 육남매 남부럽지 않게 가르쳐 세상에 내놓느라 마디마디 굵어진 손가락이 애처롭습니다. 끝마디가 15도 꺾인 네 번째 손가락을 보는데 왈칵 쏟아지는 눈물을 애써 숨깁니다.

“에구머니나! 이를 어째! 손을 베었네!”

고 3이 되던 봄, 쑥 개떡을 좋아하는 딸을 위해 제법 커버린 쑥을 낫을 들고 수확하다가 네 번째 손가락을 그리 많이 베이고도 육남매 줄줄이 돈 들어갈 일이 많은 터라 병원 가는 일이 당신에게는 사치였는지 그저 연고 쓱쓱 바르고 반창고를 둘둘 말아 별일 아닌 것처럼 식구들을 안심 시키셨더랬는데!

누가 알아주지 않아도 희생을 너무나도 당연한 것으로 여기시던 어머니를 말해주고 있는 듯 한 그 손을 살갑지 못한 딸이 지금에서야 만지작만지작 놓지 못하고 감사한 마음을 표현해봅니다.

연로하셔 하루하루 약해지시니 어쩌면 다시 잡지 못하게 될 지도 모를 손이기에 한정된 면회시간 속에 꼬옥 꼭 쥐어보며 가슴속에, 두 눈에, 기억에 켜이켜이 담습니다.

“엄마 손을 닮아서 내 손이 이렇게 안 예쁜 거였네!”

참으로 철없던 사춘기 딸의 투정에 ‘지랄한다!’ 한마디 차라리 욕을 해주셨더라면 좋았을 것을! 오히려 미안해하시던 내 어머니의 손을 또 잡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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