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주 10경(景)은 공주시에서 선정한 볼 만한 곳 10곳을 말합니다. 천년고찰 갑사, 계룡산, 고마나루, 마곡사, 무령왕릉과왕릉원, 공산성, 공주 석장리 고분군, 금학생태공원, 창벽, 금강이 이에 속합니다. 오늘은 이 중에서 신년 벽두부터 화제의 중심에 있었던 '금학생태공원'을 소개해 볼까 합니다.


▲ 금학생태공원 가는 길

며칠 전, 모처럼 화창한 봄 날씨를 보인 날 금학생태공원을 찾았습니다. 길 찾기는 그리 어렵지 않습니다. 공주시 금학동행정복지센터에서 지방하천인 제민천(濟民川)을 따라 위쪽으로 오르다 보면, 남혈사지(南血寺址)와 금학생태공원으로 갈라지는 도로가 나타납니다. 이곳에서 오른쪽 도로를 따라 오르면 목적지인 금학생태공원에 도착합니다.


▲ 금학생태공원 공용주차장

금학생태공원에는 윗저수지와 아랫저수지로 불리는 두 개의 저수지가 있습니다. 아랫저수지 아래에는 공용주차장이 있으니, 주차 후 주변을 천천히 돌아보시면 됩니다. 제가 방문한 날은 2024년 1월 6일 개장한 사계절 썰매장을 이용하고자 찾은 분이 많은 듯했습니다. 썰매장은 2월 25일까지 운영하기에 개학을 앞둔 초등학생들과 부모님들, 모처럼 따뜻한 날씨에 나들이를 나온 젊은 방문자들이 많이 보였습니다.


▲ 금학생태공원 아랫저수지 입구

사계절 썰매장 뒤편으로 아랫저수지가 있습니다. 데크길이 잘 조성돼 있어 산책로로 인기가 높습니다. 금학생태공원 주변에 사시는 주민들이 주로 찾으시지만, 두리봉과 월성산 봉화대로 오르는 공주대간 트래킹 코스가 좋아 멀리서 산을 타시러 오는 분들도 적지 않습니다.


▲ 금학생태공원 아랫저수지 입구에서 본 전망대가 있는 풍경

금학생태공원 데크에서 제일 먼저 눈에 띄는 것은 전망대입니다. 그 전망대 너머로 공주환경성건강센터의 일부가 보입니다. 그곳까지는 둘레길이 조성돼 있어 산책로를 따라 걷다가 가까운 치유의 숲을 다녀오셔도 좋습니다.


▲ 금학생태공원 아랫저수지 테크에서 본 전망대가 있는 풍경

등산이 목적이신 분들은 공주환경성건강센터까지 이동하신 후 그곳 주차장에 차를 세워 놓고 치유의 숲을 다녀오시면 됩니다. 또는 윗저수지 쪽으로 이동하실 분들은 목재체험장 앞에 주차하시면 됩니다. 곳곳에 안내판과 이정표가 있어서 길을 헤매는 일은 흔치 않을 것입니다.


▲ 야외무대


▲ 금학수원지 둘레길의 시화1


▲ 금학수원지 둘레길의 시화2

전망대 못미처에는 작은 야외무대가 조성돼 있습니다. 날씨가 조금 더 따뜻해지면 다양한 문화나눔이 이루어질 것으로 보입니다. 시 낭송과 기타 선율에 맞춘 노랫소리가 더해지면 금학생태공원은 더욱 특별한 추억을 안겨줄 듯합니다. 야외무대 주변과 윗저수지로 오르는 둘레길에는 공주문인협회 회원들의 시가 여러 편 소개돼 있었습니다. 평소 시에 대해 잘 몰랐어도 한 구절 정도 읽고 나면 금방 시인의 감성에 물들 것 같습니다. 잠시 머물렀을 뿐인데 산과 물이 조화롭게 어우러진 금학생태공원은 조용히 사색하고 마음의 여유를 즐기기에 최적의 장소로 여겨졌습니다.


▲ 사계절 썰매장 전경

야외무대 뒤로는 200여 미터 구간의 덩굴 식물 길이 있고, 덩굴식물 유도시설 너머로는 공용주차장에서 금학생태공원 아랫저수지로 올라오다 잠시 본 사계절 썰매장 풍경이 한눈에 들어왔습니다. 썰매장 옆으로는 날이 더워지면 물놀이를 즐길 수 있는 수영장도 보입니다. 저수지 주변은 지극히 정적이고 사계절 썰매장 주변은 지극히 동적인데, 묘하게 밸런스를 이루며 평화로운 분위기를 연출하는 듯합니다.


▲ 금학생태공원 아랫저수지 전망대


▲ 전망대에서 본 풍경1

야외무대 주변을 돌아보고 나서, 전망대로 향해 봤습니다. 공주환경성건강센터 쪽으로 걸어가는 사람들을 따라 시선을 옮기다 보니, 전망대에서 바라본 저수지와 주변 풍경은 봄맞이 채비를 서두르는 듯 한겨울 풍경보다 훨씬 따스하게 다가왔습니다. 이제 정말 봄이 아주 가까이 와 있나 봅니다!


▲ 전망대에서 본 풍경2

윗저수지로 오르는 쪽으로도 시선을 돌려봤습니다. 비바람을 막아 주던 소나무가 이제는 시원한 그늘을 드리울 것 같습니다. 배의 고물(뒷부분) 형상을 했다고 해서 이름 붙여진 주미산(舟尾山)에서 내려오는 작은 물줄기들이 얼핏 보입니다. 그 물줄기가 모이고 모여서 넓은 저수지를 만들었다니 새삼 놀라웠습니다.


▲ 금학생태공원 아랫저수지 상부에서 본 풍경
 
전망대를 떠나 작은 물줄기가 흐르는 현장을 직접 보고 싶어서 위쪽으로 이동하기로 했습니다. 이동하다 보니, 공주시 미래유산인 '금학동 수원지'를 소개한 작은 안내문 하나가 눈에 들어와 읽어 봤습니다.

"조선총독부는 1920년대부터 일본인 집단 거류 도시를 중심으로 근대화와 위생을 목적으로 상수도 시설을 설이하기 시작하였다. 상수도에 의한 수도의 공급은 근대도시의 상징으로 여겨지면서 충남 최초로 공주에 1923년 상수도가 도입되었다. 제민천 상류인 금학동이 공주 상수도의 수원으로 선정되면서 저수지가 조성되고, 상수 시설이 설치되었다. 그러나 상수시설의 혜택은 일본인 중심이었으며, 조선인은 혜택을 많이 보지 못하였다. 1960년대 옥룡정수장 신설과 1970년대 금학정수장 추가 설치, 월송동 정수장이 설치되면서 금학동 수원지는 폐지되었다. 하지만 오랜 시간 수질 확보를 위해 주변환경이 관리되어 오면서 자연경관을 잘 유지하고 있어 현재는 생태공원으로 조성되었다. 금학동 수원지는 근대 상수시설에서 현대의 생태공원으로 용도가 변화, 발전하는 과정을 보여준다는 점에서 공주 도시 발전사에서 큰 의미를 갖는 유산이다."

데크를 따라 이동하며 잠시 전에 머물렀다 전망대 쪽을 뒤돌아보니, 한 폭의 그림이 따로 없는 것이 '금학생태공원'이 괜히 공주 10경에 선정된 게 아니며, 안내문에 적힌 대로 공주시의 큰 유산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 금강생태공원 아랫저수지 데크에서 본 금학지교(金鶴之橋)


▲ 금학지교

데크길을 갈 지(之)자로 걸어올랐더니, 작은 다리 하나가 놓여 있었습니다. 다리 한쪽 기둥에는 '금학지교'라고 한글로 쓰여 있었고, 다른 한쪽에는 한자와 한글 병기로 '一九七O(1970) 준공'이라고 적혀 있어 금학지교가 놓인 연도를 알 수 있었습니다. 먼저 읽어 본 안내문으로 생각해 보면, 금학수원지가 폐지될 즈음에 놓인 다리가 아닐까 추측됩니다. 아주 오래된 다리는 아니지만, 의미가 있는 다리일 듯합니다.


▲ 금학생태공원 윗저수지로 가는 길에 내려다본 아랫저수지 전경

데크가 끝나는 지점에 도착하니, 금학생태공원 아랫저수지가 훤히 보입니다. 바로 아래에는 금학선(金鶴船)이라는 별칭을 갖고 있는 금학생태공연장이 발 아래 있었습니다. 사진에서는 잘 보이지 않지만, 무대 중앙에는 현수막이 걸려 있는데, 배의 돛대를 의미한다고 합니다. 모든 것들이 조화롭게 어우러져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금학생태공원을 거닐다 보니, 지난 1월 공주시 모 시의원의 SNS에는 금학생태공원의 윗저수지에 조성될 유원지의 조감도가 올라온 일이 떠올랐습니다. 댓글에는 '휴양림은 유원지가 아니다', '생태공원에 차들이 다녀서 불만인데, 개발까지 한다구요?', '여긴 공주의 젖줄입니다' 등등 한결같이 개발에 대해 우려를 표하고 있었습니다. 앞으로 금학생태공원의 개발 여부를 둘러싸고 더욱 귀추가 주목될 듯한데, 시민들의 의견을 충분히 수렴해서 미래유산인 금학생태공원을 지켜나갈 수 있는 지혜로운 안(案)이 찾아지길 희망해 봅니다.


금학생태공원
충남 공주시 금학동 11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