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전에 아산 여행을 왔을 때 이충무공 유허(현충사)를 들렀는데, 그곳에 있는 이순신 장군의 묘가 가묘라는 사실을 알고, 진짜 묘는 어디 있을까 궁금해 찾아가 보고 싶었는데, 여러 다른 일행들이 있어 가 보지 못했습니다.
그러다, 이번 구정 연휴에 혼자 아산을 지나가다, 마침 이충무공 묘가 근처에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어 방문하게 되었어요. 이충무공 유허(현충사)와 이충무공 묘 사이의 거리는 약 9.4km 가량 떨어져 있습니다. 차량으로는 약 15분 거리입니다.



이충무공 묘 입구에는 두 개의 큰 비가 세워져 있습니다. 좌측에 있는 것은 이봉상 신도비, 그리고 우측에 있는 것은 이충무공 신도비입니다.



이봉상은 충무공의 5대손으로 충민공 이란 호를 가지고 있다고 합니다. 이 신도비는 그가 이인좌의 난 때 청주성에서 반란군과 맞서 싸우다 전사한 것을 기리기 위해 영조 22년에 하사받은 것이라고 하네요.



그 옆에 있는 이충무공 신도비는 이순신 장군의 외손자 홍우기가 효종 때 영의정 김육에게 청하여 비문을 지어 만든 것으로, 거북 모양의 받침돌에 비석을 세우고 상단은 용을 조각하여 만들었습니다. 비문의 글씨는 오준이 썼다고 합니다.



두 상도비를 지나 차를 타고 올라오면 주차장이 나오고, 주차장에 차를 세우고 걸어 나오면 사당 하나가 보입니다.



이 사당의 이름은 충무재라고 합니다.



안에 들어가 방명록에 이름 석 자 남기고 싶었으나, 문이 닫혀 있어 들어가 보지를 못 했네요. 설 연휴라 그런지, 아니면 평소에도 닫혀 있는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충무재를 지나 포장된 길 따라 조금만 올라가면,



홍살문이 하나 나오고,



그 홍살문을 지나, 조금 더 가면 작은 연못 하나가 나옵니다.
연못은 연못이나, 아직 겨울이 물러가지 않아 살얼음이 낀 연못입니다. 보기엔 얕아 보여도 수심이 깊은 곳은 2미터나 된다고 하니, 자녀를 동반한 분들은 조심해 주시기 바랍니다.
연못도 연못이지만 연못 한가운데 서 있는 저 소나무 한 그루가 멋지네요. 산수화로 그려도 정말 멋있는 그림이 나올 것 같습니다.



연못을 지나면 드디어 저 멀리 이충무공 묘가 보입니다.
반갑다고 그냥 잔디를 가로질러 가시면 안 되고요. 우측 길로 돌아가면 돌계단이 있습니다. 그 계단 따라 올라가셔야 해요. 내려오실 때는 반대편 계단으로 내려오시면 되고요.
잔디 입구에 관람 동선이라고 안내 표지판이 있으니, 그 표지판 따라 참배하시면 됩니다.
 


우측 길로 가다 보면 또 다른 신도비 하나를 만나게 됩니다.



이 신도비의 이름은 어제 신도비라고 하는데요.
어제 신도비는 충무공의 공로를 치하하고자, 정조가 이순신 장군에게 최고 관직인 영의정을 중직한 뒤, 친히 비명을 지어 세운 것이라고 합니다.
정조는 특히 이순신 장군을 추모하는 정이 깊었던 군주로, 비문에도 그 내용이 잘 드러나 있다고 하네요.



"우리 장하신 선조께서 나라를 다시 일으킨 공로를 세우심에 기초가 된 것은오직 충무 한 분의 힘, 바로 그것에 의함이라."
- 어제 신도비 비문 중 일부 -



돌계단을 따라 올라가면 드디어 이충무공 묘를 대하게 됩니다.



원래 장군의 고향은 서울인데, 노량해전에서 전사하신 뒤 장군의 마지막 통제영이었던 고금도에 모셔졌다가 이듬해인 선조 32년에 아산시 금성산에 안장되었고, 다시 16년 후인 광해군 6년에 이곳으로 이장되었다고 합니다.
 


장군의 묘는 부인 상주 방 씨와 함께 한 합장묘라고 하는데요.
조선시대 고관 묘의 전형적인 관례에 따라 석물로는 상석, 혼유석, 북석, 향로석, 망주석, 문인석, 동자석, 석양 등이 있으며, 묘소 뒤의 곡장은 1970년대에 설치된 것이라고 합니다.



묘소에 있는 좌측 묘비는 충무공의 5대손인 이봉상이 이이명에게 부탁하여 숙종 46년에 지은 것으로, 영조 52년에 세워졌고, 우측 묘비는 1998년 충무공 이순신 순국 400주년을 추모해 후손들이 세운 것이라고 합니다.
아까 입구에서 보았던 이봉상 신도비의 주인이 바로 이 이봉상인데, 아마도 그가 전투에서 전사하기 전 이이명에게 부탁을 한 것 같네요. 



이곳 근처에는 충무공의 묘 외에도 아버님, 큰형님, 아우분의 묘도 함께 있다고 합니다. 하지만, 제가 후손이 아닌 관계로 그분들의 묘소까지는 찾아보지 않았습니다.



이충무공 유허지(현충사)에 이어 충무공 묘까지 찾아뵈었으니, 다음에는 장군이 걸으셨던 백의종군 길을 따라 한 번 걸어 보아야겠습니다. 그 길 또한 4시간 코스라, 따뜻한 봄날에 걸을 만한 충남 여행 코스로 손색이 없을 것 같습니다.



난중일기 중의 한 문장을 마지막으로 이만 글을 줄일까 합니다.

설 명절에 찾은 이충무공의 묘라 더 가슴 깊이 와 닿았던 것 같습니다.
여러분들도 기회 되시면 꼭 방문해 보시기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이충무공 묘소
충남 아산시 음봉면 삼거리 산 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