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방학이 한창입니다.
날씨도 극강으로 추웠다가 회복되긴 했지만 연일 미세먼지 수치가 좋지 않아서 집콕하면서 드라마 다시보기를 하는데, 좋아하는 드라마 중의 하나는 바로 '미스터 션샤인'입니다.

'미스터 션샤인' 촬영지로 유명한 논산의 선샤인스튜디오를 방문하면 드라마 속으로 들어간 것 같은 생각이 들 정도로 주위 분위기가 생생합니다.



선샤인스튜디오에는 당시 조선의 한성에 전기를 놓으며 세운 한성전기 복제 건물도 있습니다.
한성전기 건물 2층에서는 미스터 션샤인 드라마 속 주인공의 모습과 대사를 감명깊게 볼 수 있는데, 또한 1층에서는 의미있는 전시도 이어집니다.



입구로 들어가면 오른쪽부터 1층 전시가 시작되는데, 현재 전시하는 내용은 '대한인 황기환 특별전'입니다.



조선 독립을 위해 해외에서 여러 활약을 했지만 자손을 남기지 않고 세상을 떠난 후 미국 뉴욕의 묘지에 묘비석이 오랜 시간 동안 쓸쓸하게 남아있으며 거의 잊혀진 이름이 되어가고 있었지요.
그런데 뉴욕 한인교회의 목사 한 분이 묘지마다 찾아다니다가 2008년에 뉴욕 퀸즈 마운트 올리벳 묘지에서 황기환 지사의 묘비를 발견했다고 합니다.

국내로 모셔오려는 노력이 코로나19 때문에 지연되면서 2023년 4월 10일에야 '독립된 대한민국'으로 모셔와서 국립대전현충원 독립유공자 7묘역에 안장됐습니다. 



이 황기환 지사가 바로 드라마 '미스터 션샤인'의 남자 주인공인 유진 초이(이병헌 분)와 비슷한 삶을 살았던 분이라고 해요. 



황기환(1886~1923) 지사는 1886년 평남 순천에서 태어나 18세이던 1904년에 하와이로 갔습니다.
유진 초이가 미국인이 되기 위해 군인이 되어 1차세계대전에 참전하는 장면이 드라마에 나오는데, 황기환 지사도 1918년(32세)에 미군에 자원 입대해서 미군 병사를 구호했다고 합니다.

1919년 6월에는 프랑스로 이동해서 구미주차한국위원회 원동지역 대표를 역임하고 한국대표부 서기장이 되어 파리에서 한국 독립을 위한 선전 활동을 했습니다.

그 시절, 이처럼 외국에서 활동하며 한반도의 독립을 위해 노력을 했던 분이 있었다는 사실 만으로도 존경심을 갖게 합니다.



1904년에 하와이 호놀룰루 항으로 입항했던 기록과 입항자 명부가 남아있는 것도 신기합니다.
일제강점기 이전이어서 출생지와 국적이 KOREA, 한국으로 되어 있습니다. 

제1차 세계대전 미군 소집자 명단은 1918년 5월 18일이었고, 미국 국립문서기록관리청에 이런 자료가 남아있다고 합니다. 기록을 남기는 것은 이렇게 중요합니다.



황기환 지사는 '구주의 우리 사업'이란 홍보 책자도 만들어서 유럽에서의 외교 활동을 기록했습니다.
'자유 한국(La Corea Libre)'라는 잡지를 프랑스어와 영어로 1,000부를 발행해서 대한민국을 알리려고 했는데, 1921년 5월까지 발행했다고 합니다.

대한민국임시정부에서 1919년 4월에 프랑스 파리에 설치한 외교부서인 '파리위원부 청사'에서는 김규식이 미국으로 떠난 후 황기환 지사가 서기장이 되어 활동했다고 합니다.
파리위원부 단체 사진에는 김규식 선생, 조소앙 선생의 모습도 보입니다.



황기환 지사의 활동이 담긴 기사는 '라 프티 르프브리크' 신문과 '뉴욕 해럴드' 파리 지부 신문, '시카고 트리뷴' 신문 등의 자료에도 남아있다고 합니다. 이런 기록을 찾아낸 분도 대단합니다~!

황기환 지사는 1923년 4월 17일, 뉴욕에서 아쉽게도 37세 젊은 나이에 심장병으로 세상을 떠났고, 1995년에 건국훈장 애국장이 추서됐습니다. 황기환 지사의 묘비는 2008년에 발견되기까지 85년 동안 홀로 뉴역 퀸즈 마운트 올리벳 묘지에 있었습니다.  



1923년은 황기환 지사가 세상을 떠난지 100년이 되는 해였고, 순국 100년만에 유해가 한국으로 오면서 대한민국 국민으로서 공적인 서류를 회복했다고 합니다.

가족 사항은 없는데, 대한민국 국민 모두가 가족 사항에 올라가서 묘비를 보살피며 지사의 뜻을 기려야 하는 시점입니다.
주소의 등록기준지는 '서울특별시 서대문구 통일로 279-24'로 되어 있는데, 이곳은 국립대한민국임시정부기념관(2022년 3월 개관) 주소입니다. 





한국으로 모셔와서 국립대전현충원 독립유공자 7묘역에 안장하는 자료 사진도 불 수 있습니다. 
1995년에 추서한 건국훈장 애국장이 드디어 제자리를 찾았네요.



'불꽃처럼 타올라 꽃이 되어 지다'라는 문구를 보면서 '미스터 션샤인' 드라마에서 독립운동에 의병으로서 자신을 바치는 고애신이 했던 대사가 생각납니다. 
"나도 꽃으로 살고 있소. 다만 나는 불꽃이오. 그렇게 환하게 뜨거웠다가 지려 하오, 불꽃으로." 





선샤인스튜디오에는 양화진 외국인묘지를 복제한 곳도 있습니다.
이곳에서 유진 초이의 묘비를 찾아볼 수 있습니다.
'1863~1907 / The Greatest & Noble one Still on a picnic here in Chosun'

황기환 지사도 독립된 대한민국 땅에서 영면하시기 바랍니다.




선샤인스튜디오
충남 논산시 연무읍 봉황로 9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