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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덕숭산, 오를 것인가? 머무를 것인가?

불심에 깃든 산 자락이 아름답다

2023.12.14(목) 22:27:44 | 나드리 (이메일주소:ouujuu@naver.com
               	ouujuu@naver.com)

이 글은 충청남도 도민리포터의 글입니다. 충청남도 공식 입장과는 다를 수 있습니다.

덕숭산(德崇山)은 충남 예산군 덕산면에 위치한 높이는 495m의 고즈넉한 산입니다. 천년고찰 수덕사가 있어서 수덕산(修德山)으로 부르기도 합니다. 수덕사 입구 주차장에 자동차를 주차하고, 수덕사를 통과해서 정상까지 오르는 길은 보통 걸음으로 2시간 정도 걸리는 시간입니다. 산세가 험하지 않고 높지는 않으나 아름다운 계곡과 각양각색의 기암괴석이 많아 예로부터 호서(湖西)의 금강산으로 부릅니다.

덕숭산 정상 부근의 풍경

▲ 덕숭산 정상 부근의 풍경

 
수덕사 경내의 풍경을 지나치듯이 둘러보면서 통과하면 대웅전까지는 쉽게 갈 수 있습니다. 수덕사 대웅전에서 부처님께 삼배를 올리고 대웅전 옆 ‘백련당’을 돌아가면 덕숭산 정상으로 오르는 길이 있습니다. 불교문화에 관심이 많은 사람들은 수덕사 경내의 풍경에 취해 시간을 잊고 산행을 포기하기도 하는데요. 수덕사 풍경을 마음에 담고, 생각으로 다듬으며 산 정상에 오르면 5시간은 걸릴 듯합니다.

백련당 옆 산행으로 이어지는 길

▲ 백련당 옆 산행으로 이어지는 길
 

호서(湖西)의 금강산으로 가는 길은 부처의 자비와 스님들이 수행의 참뜻을 깨우치는 길이기도 합니다. 수덕사의 초대 주지인 경선스님은 수덕사 백련당 뒷길부터 덕숭산 정상 아래에 있는 정혜사까지 손수 1080개의 돌계단을 만든 것으로 유명합니다. 경선스님이 “108 번뇌를 열 번 씻으라.”며 돌덩어리들로 길을 만들어낸 1080개의 돌계단은, 스님들의 불심(佛心)처럼 느껴집니다. 산 정상을 오르는 길이 아니라, 부처의 가르침을 깨닫기 위한 마음의 수행길인 듯합니다.

1080계단이 시작되는 사면석불

▲ 1080계단이 시작되는 사면석불

 
지금은 등산객들이 산을 오르기 위해서 걷지만, 일제 강점기에는 대한민국의 독립과 불교문화의 계승을 위해서 노력했던 만공스님이 걸었던 길입니다. 그래서 덕숭산 정상 아래에 있는 ‘정혜사’까지 산행을 하다보면 만공스님의 발자취가 곳곳에 있습니다. 그 길을 제자인 경선스님이 1080개의 돌계단으로 스승의 뜻을 굳건하게 지켜낸 의지가 아름답습니다. 산행 곳곳에서 마주치는 푸르른 소나무와 돌계단이 잘 어울리는 것은 그 뜻이 닮아서이겠지요.
 

덕숭산을 오르는 길은 1080계단을 따라 간다

▲ 덕숭산을 오르는 길은 1080계단을 따라 간다


사면석불을 지나서 경선스님의 땀방울을 따르다보니 기암괴석들이 가지런한 돌계단과 합장하듯 어우러지고 있습니다. 암석의 경사면에 지어진 초가집이 어쩌면 저렇게 아름답던지, 잠시 들어가서 마루에 걸터앉아 쉬고 싶습니다. 이곳은 만공스님이 수행했던 소림초당인데요. 아찔한 풍경을 보면서 정신을 가다듬고 대한민국의 앞날과 불교의 미래를 걱정했던 마음이 느껴집니다. 출입금지 표지를 보면서 아쉬운 마음이 향한 곳은 만공스님이 세웠다는 ‘관음보살입상’입니다.
 

아찔한 모양의 소림초당이 경이롭다

▲ 아찔한 모양의 소림초당이 경이롭다
 

만공스님이 세운 관음보살입상

▲ 만공스님이 세운 관음보살입상


만공스님이 세운 향운각과 ‘관음보살입상’은 잠시 쉬어가기 좋은 곳입니다. 약수를 마시면서 발아래 펼쳐진 세상을 보면, 내가 부처가 된 듯 마음이 넓어집니다. 이곳의 향운각도 외부인 출입금지라서 넓은 공터를 이리저리 구경하다가 만공탑으로 발길을 옮겼습니다.

향운각이 절벽에 아름답운 모습으로 걸쳐있다

▲ 향운각이 절벽에 아름답운 모습으로 걸쳐있다 


향운각과 관음보살입상을 뒤로하고 조금 더 오르면 1947년 중은(重隱)스님이 제작한 만공탑이 있습니다. 만공스님이 국가와 불교를 위해서 이곳저곳에서 수행하다가 덕숭산으로 귀향한 표지(標識)입니다. 원형의 둥그런 모양이 우주에 흩어져있는 행성 같아서, 스님들의 새로운 묘지형태를 예고한 예술품 같았습니다. 2011년 8월 24일 국가등록문화재로 지정되었습니다.

만공탑의 모습

▲ 만공탑의 모습

 
덕숭산 정상부근에 지어진 소림초당, 향운각, 정혜사, 전월사 모두 스님들이 수행 정진하는 곳이라서 등산객들이 출입을 할 수 없습니다. 겨울에는 동안거(冬安居), 여름에는 하안거(夏安居)를 지내며 묵언수행이나 면벽수행을 하기 때문이지요. 700년 이상을 지켜낸 불심에 들이대는 카메라는 초라하기 짝이 없습니다. 오직 마음으로 느끼고 생각으로 정리하면서 바람처럼 왔다가 바람처럼 사라지는 인생길처럼 소리 없는 산행을 추천합니다.

산길 곳곳에 아름다운 모양들이 눈길을 잡는다

▲ 산길 곳곳에 아름다운 모양들이 눈길을 잡는다

 
산을 오른다는 것은, 오르고 오르며 상승하는 욕심을 비워내는 것입니다. 신기하게도 마음을 비우면 몸도 정신도 가볍습니다. 산을 오르고 산을 내려가는 것은 어쩌면 우리들의 인생길이 아닌가 싶어요. 성공을 위해서 위를 바라보면서 살아가는 청춘들, 아름다운 죽음을 위해서 몸과 마음의 것들을 비워내는 노년기의 인생이 등산과 닮았습니다.

산행 길의 이정표

▲ 산행 길의 이정표

 
피톤치드가 가득한 12월의 산을 오르니 내 몸에 건강이 채워지는 느낌입니다. 바람도 햇빛도 모두 부처의 자비로움을 느끼게 하는 것 같아서 덕숭산의 산행이 좋습니다. 천년고찰 수덕사가 있는 덕숭산은 소중한 문화유산입니다. 그래서 더더욱 산불을 조심해야 하는 이유이지요. 산행을 하면서 담배를 피우는 행위는 범법행위이며, 소중한 문화유산을 위협하는 무서운 적입니다. 불조심은 등산하는 사람들이 꼭 지켜야 할 의무라고 생각합니다.

수덕사의 일주문

▲ 수덕사의 일주문

 
수덕사는 백제 위덕왕(威德王, 554 ~ 597) 때 고승 지명스님이 처음 세운 것으로 학계에서 추정하고 있습니다. 고려 공민왕 때 나옹스님이 중수하고, 조선 고종(高宗) 2년에 만공스님이 중창한 후로 선종(禪宗) 유일의 근본도량으로 오늘에 이르고 있습니다.

수덕사 미술관

▲ 수덕사 미술관

 
대한민국의 4대 총림에 해당하는 수덕사는 덕숭총림으로 부릅니다. 총림이란, 스님들의 참선수행 전문도량인 선원(禪院)과 경전 교육기관인 강원(講院), 계율 전문교육기관인 율원(律院)을 모두 갖춘 사찰에 주어지는 이름입니다. 순천의 송광사, 양산의 통도사, 합천의 해인사와 함께 대한민국 4대 총림인 덕숭총림은 충남의 자랑입니다. 수덕사의 으뜸은 대웅전입니다.

수덕사 대웅전

▲ 수덕사 대웅전

 
국보 제49호로 지정된 수덕사 대웅전(修德寺 大雄殿)은 안동 ‘봉정사 극락전', 영주 ‘부석사 무량수전', 영주 ’부석사 조사당', 영천 ‘거조사 영산전'과 더불어 국내에 남아있는 고려시대의 소중한 목조건물입니다. 이 중 '지대원년(고려 충렬왕 34년, 1308년)이라는 묵서가 발견된 ‘수덕사 대웅전’은 창건 년도가 정확하게 밝혀진 유일한 건축물입니다. 올해 716년 된 대웅전 앞에 서면 고려시대의 문화와 예술적 감각에 감탄할 뿐이지요.

수덕사 범종각

▲ 수덕사 범종각

 
산을 오르면 수덕사의 풍경이 아쉽고, 수덕사에 머무르면 덕숭산의 절경을 구경하고 싶은 곳입니다. 그리고 가까운 덕산에는 온천이 있으니 1박 2일 일정으로 여행하면서 아쉬움이 남지 않도록 해야겠지요.

수덕여관의 모습

▲ 수덕여관의 모습



수덕사
충남 예산군 수덕사안길 7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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