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씨는 선선해지는데 공주시는 달아오르고 있습니다. 9월, 10월은 공주 축제의 달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공주 시내 일원이 들썩입니다.


▲ 2023 공주문화재야행 포스터

2023년 9월 8일부터 10일까지 이어진 ‘2023 공주문화재야행’은 ‘미드나잇 인 공주. 1926’이라는 주제로 원도심 일원에서 펼쳐졌습니다.문화재청의 지원을 받아 2017년부터 시작한 공주문화재야행은 올해로 7번째를 맞이합니다.

 ▲ 1926 공주시가도 (출처 - 공주학아카이브)

유네스코 세계유산의 도시로 널리 알려진 공주시는 한때 백제의 수도였으며, 조선 후기에는 충청의 감영이 설치되었고, 일제강점기에는 충청남도 도청 소재지로서 충남의 행정 및 경제, 문화의 중심지였습니다.

‘2023 공주문화재야행’은 일제강점기인 1926년에 제작한 공주시가도를 기반으로 하여 공주 원도심 제민천과 주변의 옛 공주읍사무소, 대통사지, 중동성당, 하숙마을, 산성시장 문화공원 등지에서 8가지 테마인 야경(夜景), 야사(夜史), 야로(夜路), 야설(夜設), 야화(夜畵), 야식(夜食), 야시(夜市), 야숙(夜宿) 관련 프로그램으로 아주 다양하게 진행하였습니다. 
    

 
첫날인 2023년 9월 8일 저녁 7시 공주 산성시장 문화공원에서 개막행사가 있었습니다. 당시에 유행했던 신식 모자를 쓴 내빈들이 동시에 나와서 축하의 말을 한마디씩 하는 모습이 매우 신선하게 느껴졌습니다.
 

 
산성시장 문화공원 무대에서 축하 공연이 있었습니다. 근대음악 살롱에서 악단의 연주와 함께 공주의 문화예술이 펼쳐졌습니다.


 
여러 가수가 나와서 흘러간 옛노래를 불러 향수에 젖게 하였습니다. 특히 공주에서 어린 시절을 보낸 김해송이 작곡한 노래들이 밤하늘에 울려 퍼졌습니다. 김해송은 ‘목포의 눈물’로 유명한 이난영 가수의 남편이며 대한민국 최초의 걸그룹 김시스터즈의 아버지가 되는 사람으로 지금까지도 즐겨 불리는 〈연락선은 떠난다〉, 〈오빠는 풍각쟁이〉, 〈역마차〉, 〈울어라 문풍지〉 등을 작곡한 분입니다.



축제에 먹을 것이 빠지면 안 되지요. 공주산성시장 일원에는 먹거리 장터인 ‘밤마실 야시장’이 오는 9월 23일까지 열리고 있습니다. 추억이 가득한 포장마차에서 즉석에서 요리한 음식을 사 먹기 위해 긴 줄이 늘어서기도 하였습니다.   
 

 
가족 친지들이 식탁에 옹기종기 둘러앉아서 음식을 즐기면서 흘러간 옛노래를 따라 흥얼거리기는 모습이 참으로 정겨운 느낌이 듭니다.


 
이제 공주 원도심의 젖줄인 제민천 산책로를 걸으며 1926년으로 돌아갑니다. 정말 많은 시민이 밤 나들이를 나오셨네요. 곳곳에 야시장이 열리고, 대통교 아래 특설 무대에서 옛노래가 구성지게 울려 퍼집니다.



대통교 위에서 내려다보니 한복을 곱게 차려입은 무희들이 우리 민요를 열창하는군요.


 
다양한 체험 행사도 운영하고 있습니다. 1920년대 중반에 있었던 건물들을 그리고 만드는 어린이들의 모습이 무척 진지하게 보입니다.
    


제민천 산책로에는 1926년 공주의 시가지 모습이 재현되고 있습니다. 충청남도포정사 문루, 공주제일교회, 옛 선교사가옥 등의 건물들이 세워져 있어 그 시대로 돌아간 느낌이 들었습니다. 아울러 신 공주시가도도 옮겨와서 옛날과 오늘날의 모습을 비교하고 있었지요.


 
천변에는 크고 작은 공 모양이 형형색색 반짝거립니다. 시민들은 호외로 뿌려진 신문을 집어 들고 읽거나 욱정야시장에 앉아서 음식을 나누며 당시의 모습을 그려보기도 합니다.
    

 
이제 제민천 주변에 있는 대통사지로 가보았습니다. 대통사는 백제 성왕 때 만들어진 절로서 공주시 반죽동에 당간지주와 절터가 남아 있습니다. 이곳에도 특설 무대가 만들어져 있고 야시장이 열리고 있었지요.



각종 체험부스에서는 전통 공예품을 만들거나 각종 민속놀이가 진행되고 있었습니다. 이곳에서 청사초롱을 만들어 가지고 다니는 분들도 계셨답니다.
    

 
인근 하숙마을에서도 각종 프로그램이 진행되었습니다. 공주의 특산물 밤을 이용한 디저트를 만들어 보고 충청감사가 되어 다과상을 받아보는 체험이 있었으며, 바로 옆 공주문학사랑방에서는 나태주 시인, 김홍정 소설가 등이 강사로 나선 월화정담이라는 문학 이야기가 펼쳐졌습니다.


 
마지막으로 옛 공주읍사무소를 찾았습니다. 막상 와보니 이곳을 맨 첫 시작점으로 찾는 게 바른 순서일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옛 공주읍사무소가 2023년 공주문화재야행의 중심지 역학을 하고 있었습니다.
옛 공주읍사무소에서 출발하여 공주제일교회, 포정사문루, 3.1 중앙공원, 공주중동성당 중에서 4개 이상의 스탬프를 채운 후 다시 이곳에 돌아오면 선물을 주는 ‘달빛 야객의 밀서’라는 프로그램이 진행되었습니다.


 
옛 공주읍사무소 앞 특설 무대에서는 춤과 음악이 있는 고품격 연회인 낭만연회라는 프로그램이 진행되었지요.


 
모던걸, 모던보이로 변신하여 다과도 즐기고 음악도 들으며 특별한 하루를 보내고 있었답니다.


 
옛 공주읍사무소 안으로 들어가 보니 근대의 공주시의 모습을 담은 사진들이 가득합니다. 다행히 사진 자료들이 많이 수집되어 있어서 당시의 다양한 모습들을 한자리에서 볼 수 있었지요. 우편엽서로도 제작이 되어 있어서 몇 장 가지고 왔습니다.



그리 오래된 자료는 아니지만, 기억을 되살려 주는 자료들이 추억을 되살려 주었습니다. 내가 차고 다녔던 공무원증, 봉급통장과 명세서가 바로 여기에 있다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2023년 공주문화재야행은 막을 내렸지만, 그 여운은 정말 길게 갈 것 같습니다. 나의 어린 시절을 되살려 주는 노래와 춤, 야시장이 있었고, “호외요! 전쟁 소식이요”를 외치며 호외 신물을 뿌리는 청년들의 모습과 우리가 경험하지 못한 일제강점기의 모던보이, 모던걸들도 만날 수 있었습니다.
 
공주문화재야행은 끝났지만, 9월 23일까지 매주 금·토요일에는 산성시장 문화공원에서 ‘밤마실 야시장’이 계속되며 9월 23일부터 10월 9일까지는 ‘대백제전’이 열릴 예정입니다. 이외에도 공산성에서는 9월 9일부터 10월 9일까지 한 달간 매일 저녁 7시 30분부터 밤 10시까지 미디어아트쇼를 펼칩니다.
세계유산의 도시 공주에 오셔서 화려한 축제에 참여하고 백제의 숨결을 흠뻑 느끼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