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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책/칼럼

아무도 교실에서 일어나는 일들을 가르쳐 주지 않았다

소중애 문학관의 책들(13)

2022.11.14(월) 22:34:18 | 도정신문 (이메일주소:deun127@korea.kr
               	deun127@korea.kr)

아무도교실에서일어나는일들을가르쳐주지않았다 1


1970년 11월25일 발령이 나 해미초등학교로 부임했다. 시멘트로 되어 있는 교실 바닥에서 한기가 올라왔다. 거기에 76명의 아이들이 꽉 차 있었다. 

교감 선생님이 날 소개 했다.

“여러분를 가르쳐 줄 소중애 선생님입니다.”

 애들이 많기는 했지만 순진해 보였다. 그런데 웬걸 교감 선생님이 나가자마자 막 떠들어댔다. 발을 굴러대는 아이들도 있었다. 먼지가 뽀얗게 눈앞을 가렸다. 

“여러분 조용히 하세요. 공부해야죠.”
내 목소리는 여리고 갸날펐다. 

아이들은 계속 발을 구르며 떠들었다. 알지 못할 바러스에 감염되어 집단 발작을 일으킨 것이 아닌가 의심이 되었다. 입술이 발발발 떨렸다. 금방이라도 으왕 울음이 터져 나올 것만 같았다. 교탁을 꽉 잡고 대책없이 서 있는데 한 남자 아이가 벌떡 일어나 소리쳤다.

“야이 새끼들아 조용히 해 !”
그러자 기적 같은 일이 일어났다. 아이들이 조용해졌다. 발을 구르는 아이들도 없었다. 아이가 교실 뒤로 걸어갔다. 

“어디 가요? ”
내 목소리는 여전히 여리고 갸날펐는데 떨리기까지 했다. 

“똥 누러 가요.”
아이는 그 시간에 들어오지 않았는데 걔가 소리 지른 효과는 다음 시간까지도 지속 되었다. 

그날은 어떻게 하루가 갔는지 모른다. 

아이들을 보내고 빈 교실에 앉아있는데 어디선가 똥내가 났다. 킁킁거리며  찾아보니 시멘트 바닥 물청소를 하고 나면 물 빼는 물구멍 옆에 누군가 설사똥을 흘리고 간 것이었다. 나중에 알고 보니 장이 좋지 않은 아이가 있어 설사를 자주 하니깐 전 담임이 청소하기 쉽게 물구멍 옆에 앉힌 것이었다.  

양동이에 물을 퍼 와서 똥을 향해 끼얹었다. 냄새나고 더러우니깐 멀리 서서 끼얹었다. 물은 똥을 치고 벽을 치고 나에게 날아왔다.

“으왕”
하루 종일 참았던 울음을 터뜨렸다. 

학교에는 말도 않고 자취방으로 달아났다. 목욕탕에 가려면 버스를 타고 서산으로 가야하는데 냄새나는 몸으로 갈 수도 없었다. 연탄불에 물을 뎁혀 부엌에서 목욕을 하면서 울었다. 

“나 선생 안 해. 더러워서 안 해.” 

그런데 어디 인생이라는 것이 제 맘대로 움직이던가. 학교를 그만 두면 집에 가서 살림하다가 시집 가는 길 밖에 없었다. 나는 계속 근무할 수 밖에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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