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청남도 보훈공원 충혼탑 인근 내포사색길에서 가을 숲 생태탐방을 시작합니다. 여기서는 두 가지 갈림길 중에서 하나를 선택할 수 있는데, 이번에는 홍성 용봉사 방향으로 나 있는 길을 선택해 여정을 시작합니다. 가장 먼저 반겨주는 풍경은 산책로 주변을 하얗게 수놓은 구절초 꽃길입니다. 흔히 여름 구절초로 부르는 외래종 구절초인 샤스터데이지가 여름을 지나 지금까지 피어있는 건지 아니면 우리 토종 구절초가 군락을 이루고 있는 건지 아무런 정보가 없어 자세히 알 길은 없습니다. 궁금증이 남아 아쉽긴 하지만, 그런 마음마저 내려놓고 보면 편안하게 가을 정취를 만끽하기에 충분한 한순간입니다.
 


▲ 내포사색길 가을 풍경 : 가을 숲 정취를 더해주는 하얀 구절초 꽃길

길을 걸으면서 다양한 곤충 친구를 만납니다. 사람 발길을 두려워하지 않고 당당하게 맞서는 사마귀 녀석을 만났을 때는, 왕 수레를 막아섰던 사마귀 이야기 유래를 담고 있는 당랑거철 고사가 떠오르더군요. 길을 걷는 동안 여러 만남이 계속 이어졌지만, 이 중에서 뜻깊은 순간은 바로 귀하고 귀한 바둑돌부전나비를 만난 일입니다. 이 친구가 특별한 이유는 바로 우리나라 나비 중에서 유일하게 진딧물을 먹고 사는 육식성 나비이기 때문이지요. 그래서 이 친구가 어디선가에서 발견되었다고 하면 종종 뉴스에서도 다루어지곤 하는데, 이번 내포사색길에서 이렇게 마주칠 줄 생각도 못 했습니다. 그래서 정말 반가운 마음에 자연스레 발걸음을 멈추고 영롱한 바둑돌부전나비 자태를 감상하는 데 집중했지요.



▲ 내포사색길 가을 풍경 : 사마귀와 바둑돌부전나비

가을은 숲 생태 기행을 하는데 가장 난도가 높은 계절입니다. 도감을 이용해 꽃 이름을 찾아내는 일은 상대적으로 쉽지만, 가을 숲을 대표하는 열매만으로 식물 이름을 알아차리는 건 한 단계 다른 차원을 지니는 과정이기 때문입니다. 내포사색길을 걸으면서 가장 손쉽게 알아차린 존재는 제가 개인적으로 가을 숲이 품은 푸른 보석이라고 부르는 누리장나무 열매입니다. 그 외에도 산사나무 열매, 미국자리공 열매 존재도 발견할 수 있었지요. 하지만 이름을 채 확인하지 못한 미스터리 열매 친구도 부지기수입니다. 10월 내포사색길은 이렇게 제게 시간을 두고 풀어야 할 숙제를 한가득 안겨줍니다.



▲ 내포사색길 가을 풍경 : 누리장나무열매와 미국자리공열매

가을비가 잦은 탓인지, 내포사색길 주변에 다양한 야생버섯이 모습을 드러냈습니다. 숲에서 만나는 버섯 대부분이 독버섯이라고 보면 쉽지만, 사실 수많은 버섯 이름을 정확하게 아는 일은 생태탐방 과정에서 가장 어려운 단계인 동시에 꼭 확인하고 싶은 자연스러운 호기심입니다. 나중에라도 이름을 확인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도록 사진 기록을 남기며 이름 모를 야생버섯 만남에 대한 추억을 담습니다.





▲ 내포사색길 가을 풍경 : 이름모를 야생버섯 친구들

그렇게 여름 분위기가 여전히 느껴지는 10월 초가을 숲길을 걷다 보면 한 차례 더 갈림길이 나옵니다. 이번에는 아직 경험해 보지 않은 길, 예산 법륜사 방향으로 향하는 내포사색길을 걷습니다. 그러면 길은 어느새 용봉산이란 이름이 수암산으로 바뀌고, 홍성 땅을 벗어나 예산 땅으로 접어드는 새로운 구간이 펼쳐집니다. 웬만하면 어느 정도 내포사색길에 대해서는 다 알았다고 생각했는데, 아직 탐험하지 못한 미지의 구간이 여전히 남아있네요. 그렇게 다음 내포사색길 탐방 이야기를 예약하면서 내포사색길 가을 숲 생태탐방을 마무리합니다.



▲ 내포사색길 가을 풍경 : 홍성 용봉산에서 예산 수암산으로 변신하는 내포사색길 구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