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정한 날씨에 걷기 좋은 곳으로 천흥저수지를 찾았습니다.
천흥저수지는 천안시 서북구 성거읍 천흥리 일원에 자리 잡고 있는데요, 사찰 만일사를 찾았다가 차창 밖으로 잔잔한 풍경이 한눈에 들어와 잠시 산책하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참고로 제방 좌측 도로 쪽에 주차 공간이 있고, 저수지 제방 계단 아래쪽에도 주차 공간이 있습니다.



천흥저수지는 금계국 꽃 명소로 널리 알려진 곳인데요, 6월 초가 되면 샛노란 물결이 장관을 이루는 곳으로 자연 경관이 아름답기로 유명합니다. 저수지 둘레가 약 2.3m로 규모가 큰 편이며, 친환경적인 수변 둘레길이 조성되어 있어 산책을 즐기기에 제격인 곳입니다. 저수지 제방 인근에 등산로가 있어 성거산 산행을 즐겨도  좋지만, 수변 둘레길을 거닐며 청정한 자연을 만끽해 보았습니다.





수변 둘레길을 걷다 보면, 가을의 전령사 코스모스가 오가는 이들을 반깁니다.
언제 이렇게 피어났는지 바람에 살랑살랑 춤을 추며 고운 색감을 뽐내고 있습니다. 소음이 전혀 없을 정도로 산책로는 고요하고, 물 반영된 풍광은 운치가 가득했는데요, 평화로운 풍경을 마주하는 것만으로도 번잡한 생각들이 사라지는 듯 마음이 평온해져 왔습니다.





천흥저수지 제방 위에는 성거산과 천흥사 터에 관한 유래가 안내되어 있는데요, 성거산(579m)은 천안 시가지 동북쪽에 펼쳐져 있는 산으로 천흥저수지를 품고 있습니다. 천흥저수지 일대는 고려 태조 왕건의 후삼국 통일 기운이 서려 있는 곳입니다. 태조 왕건은 후백제와 국경을 이루는 천안 일대를 여러 차례 찾았다고 하며, 직산읍 수헐리를 지나다 천흥저수지 쪽 산을 바라보았는데 '산 위를 오색구름이 감싸고 있는 걸 볼 때 성인이 사는 산'이라며 성거산(聖居山)이라 이름을 지었다고 합니다.



저수지 제방 위에 서면, 천흥리 마을 풍경이 시야에 들어옵니다.
저수지 제방 아래쪽에는 사찰 천흥사와 천흥사지 5층석탑·당간지주가 자리해 있는데요, 선선한 날씨에 옛 천흥사 터가 있었던 천흥리 마을까지 느릿느릿 걸어보았습니다.





지금의 성거산 천흥사는 옛 천흥사지 터에 다시 지어진 사찰입니다.
사찰 마당 화단에는 형형색색 계절 꽃들이 낯선 이의 방문을 반겨줍니다. 천흥사에 대한 자세한 내력은 전하지 않지만 고려 태조와 인연이 깊은 사찰로 알려져 있는데요, 천흥사는 천안을 발판으로 후백제를 멸망시킨 태조 왕건이 통일 대업을 완수한 후에 지어진 사찰로 전해지고 있습니다. 폐사된 절터에는 천흥사 5층석탑이 오랜 세월 자리를 지키고 있고, 새롭게 조성된 천흥사와 마을·과수원이 그 자리를 대신하고 있었습니다.  




▲ 천흥사지 5층석탑(보물 제354호)

저수지 아래 절터에는 '천흥'이란 이름이 새겨진 기와 조각과 각종 석부재가 많이 발견되었다고 합니다.
마을에는 창건 당시 조성했던 5층 석탑과 절 입구를 알리는 당간 지주가 눈길을 끄는데요, 지금은 국립중앙박물관으로 옮겨졌지만, 천흥사 절터에서 발견된 성거산 천흥사명 동종(국보 제280호)은 고려 시대를 대표할 수 있는 우수한 범종으로, 새겨진 명문에 의하면 현종 원년(1010년)에 주조되고 성거산 천흥사에 있던 종임을 알 수 있습니다.


▲ 천흥사지 당간지주(보물 제99호)



천흥리 마을은 발길 닿는 곳마다 계절 꽃이 만발한 모습입니다.
천흥천 주변에서 탐스럽게 피어난 계절 꽃에 매료되어 발길 멈추고 가을 정취를 느껴보았는데요, 유서 깊은 마을에서 문화재 탐방하는 재미도 있었지만, 가을꽃이 더해져 산책하는 즐거움이 배가 되었습니다.

어디론가 훌쩍 떠나고 싶을 때, 고즈넉한 풍경이 가득한 천흥저수지 산책을 어떨까요.
천흥리 마을도 함께 돌아보며, 역사의 숨결이 남아 있는 힐링 공간에서 한 박자 쉬어가는 것도 좋을 듯합니다.



 천흥저수지
- 소재 :  천안시 서북구 성거읍 천흥리 190-2 일원
   (내비 : 천흥사지 5층석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