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통합검색 바로가기
메인메뉴 바로가기
화면컨트롤메뉴
인쇄하기

여행

도난 당한 문화재 사진전을 보고 떠난 갑사行

2021.10.06(수) 23:43:25 | 엥선생 깡언니 (이메일주소:jhp1969@naver.com
               	jhp1969@naver.com)

이 글은 충청남도 도민리포터의 글입니다. 충청남도 공식 입장과는 다를 수 있습니다.

지난 9월 25일(토), 제67회 백제문화제가 개막됐다. 연일 코로나19 확진자 수가 네 자릿수를 찍다 보니 많은 우려 속에 시작됐지만, 사회적 거리두기와 방역수칙을 철저히 준수하여 10월 3일(일) 성료했다.

안전한 축제장을 만들기 위해 행사장 내에 먹거리가 없다 보니, 이번 행사는 예년과 사뭇 다른 분위기에서 진행됐었다. 이런저런 제한이 많은 축제였지만, 개인적으로는 보이지 않던 것들이 눈에 들어오고 새로운 것을 알게 되어 의미 있는 시간을 보낼 수 있었다.

도난당한문화재사진전을보고떠난갑사 1

제67회 백제문화제(공주) 홍보부스에서 '공주를 떠난 문화유산, 사진으로 만나다' 전시가 열렸다.
▲ 제67회 백제문화제(공주) 홍보부스에서 '공주를 떠난 문화유산, 사진으로 만나다' 전시가 열렸다.

공주시와 (재)충청남도역사문화연구원(원장 조한필) 산하 충청남도역사박물관에서 마련한 '우리 곁에 없는 공주시 문화재' 소개가 그러했다. 특히 갑사 문화재 중에는 신중도(神衆圖) 2점을 비롯해 칠성도, 관세음보살상, 석가모니불좌상이 1980대~1990년대에 걸쳐 도난당했다 하니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었다.

갑사는 국보 제298호 삼신불쾌탱화, 보물 제256호 철당간 및 지주, 보물 제257호 갑사승탑 등 다수의 문화재를 보유하고 있는 줄은 알았지만, 그 외 여러 점의 중요문화재가 도난당한 채 돌아오지 못하는 건 미처 알지 못했다.

갑사 일주문
▲ 갑사 일주문

갑사 사천왕문으로 가는 길
▲ 갑사 일주문에서 사천왕문으로 가는 길

10월이 시작된 첫날, 가본 지도 몇 해 된 데다 갑사 문화재도 다시금 돌아보자는 생각으로 갑사행을 결행했다.

갑사오리(五里)숲길은 아직 단풍이 들지 않아 여름의 흔적을 남기고 있었다. 간간이 도토리와 상수리가 떨어지며 "그래도 가을은 이미 와 있는걸." 항변하는 듯했다.

갑사 강당 ▲ 갑사 강당

갑사 경내에 다다르면 제일 먼저 만나게 되는 충청남도 유형문화재 제95호, '갑사 강당'이 보였다. 이 건물은 본시 갑사의 정문이었으며, 광해군 6년(1614)에 처음 지어진 후 정조 22년(1798)과 고종 27년(1890)에 보수했다고 한다.

템플스테이를 알리는 현수막 대신 빨갛게 물든 단풍이 배경에 담겼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남았다.

갑사 범종루
▲ 갑사 범종루(梵鍾樓)

강당 왼편으로 범종루가 보였다. 붉게 잘 익은 감과 어울린 풍경은 한 폭의 그림 같았다. 주변으로는 한창 고운 자태를 뽐내는 구절초도 군락지를 작게 이루고 있었다.

몇 해 동안 마스크를 쓰고 살다 보니 잠시 잊고 있었다. "아, 이게 우리네 가을이었지!" 

갑사 대웅전
▲ 갑사 대웅전 현판과 주련이 보이는 풍경

'석가여래삼세불도'는 보물 제1651호이다.
▲ '석가여래삼세불도'는 보물 제1651호이다.

언덕길을 조금 오르니, 대웅전이 나타났다. 모처럼 대웅전 앞은 가리는 것 없이 깔끔한 모습을 그대로 보여줬다. 주불전인 갑사 대웅전은 2021년 3월 26일에 지방문화재에서 보물 제2120호로 승격된 바 있다.

대웅전 내에 기도하는 불자님 한 분이 계셔 조용히 들여다보다 보물 제1651호인 '석가여래삼세불도'와 마주하게 됐다. 갑사를 찾을 때면 늘 마주하던 광경인데, 마음가짐을 달리하니 평소와는 사뭇 다른 느낌으로 다가왔다.

갑사 삼성각
▲ 갑사 삼성각은 1984년 5월 17일에 충청남도 문화재자료 제53호로 지정됐다.

갑사 관음전
▲ 갑사 관음전

관음전 인근 나무에 단풍이 곱게 물들기 시작했다
▲ 관음전 인근 나무에 단풍이 곱게 물들기 시작했다.

'삼성각'을 지나 관음전에 들어서니, 산사의 건축물과 가을 단풍의 앙상블을 가까스로 볼 수 있었다. 관음전은 2015년에 건립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도난당한문화재사진전을보고떠난갑사 2

월인석보목판
▲ 보물 제582호인 월인석보목판은 「월인석보」를 새겨 책으로 찍어내던 판각이다.

관음전 맞은편 건물인 '월인석보판목보장각' 문이 활짝 열려 있어 들여다보니, 건물 내부는 보수 공사 중이었다. 안내문에는 우리나라 최초의 한글불교대장경이라 할 수 있는 월인석보목판은 방점과 글자획이 닳아 없어져 변모된 부분이 있다고 적혔고, 갑사 홈페이지에서는 9월 30일(목)에 이곳에 보관했던 판목을 옮긴 것으로 공지된 점으로 미루어 대대적인 문화재 정비사업을 벌이고 있는 듯하다.

또한 갑사에서는 전통산사 문화재 활용사업으로 다양한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고 한다. '월인석보'를 중심으로 하여 역사적·문화적 가치와 인문학적 의미를 향유하고, 전통산사의 문화적 감수성을 고취시키는 프로그램을 운영 중이라고 한다.

갑사 석조약사여래입상
▲ 갑사 석조약사여래입상은 충청남도 유형문화재 제50호다.

갑사 육곡(六曲), '명월담'
▲ 갑사 육곡(六曲), '명월담'

다음으로 둘러본 곳은 '약사전'이었다. 고려 중기에 만들어진 것으로 알려진 석조약사여래입상은 갑사 뒤편의 사자암에 있던 것을 옮겨와 지금의 자리에 있던 자연동굴에 조성한 것이라고 한다.

3년 전쯤으로 기억하는데, 그때만 해도 지금과 같은 불전(佛殿)의 형태를 갖추고 있지 않았었다. 새롭게 정비된 약사전은 갑사 구곡(九曲)중 육곡으로 꼽히는 명월담(明月潭)과 어우러져 몇 시간을 앉아 있어도 좋을 것 같은 힐링의 공간이었다.
 
갑사 동종
▲ 갑사 동종은 보물 제478호로 왕의 만수무강을 기원하며 조선 선조 17년(1584)에 만들어졌다.

오후에 다른 일정이 잡혀 있어서 산행까지는 욕심내지 못하고 돌아와야 했다. 갑사에서 마지막으로 돌아본 곳은 '동종(銅鐘)'이었다. 갑사 동종은 용뉴가 잘 남아 있는 것을 특징으로 한다. 용뉴는 종의 가장 위쪽에 용의 모습을 한 고리 부분을 말한다.

자물쇠 2개로 허술하게 잠긴 보호각 덕분에 내부 모습까지 들여다볼 수 있어 감사한 한편으로 귀한 문화재의 보안이 심히 걱정되었다.

도난당한문화재사진전을보고떠난갑사 3

갑사에서 돌아오는 길, 길 위 낙엽 위에 떨어진 도토리조차 수행자의 모습과 닮아 있었다.

갑사! 단풍이 제대로 들지 않았어도, 무슨 무슨 공모사업으로 포토존을 만들고, 벽화를 만들고, 시를 걸지 않아도 너무 좋은 곳이다. 코로나19로 찾는 이가 적어 모처럼 '절간 같은' 본모습의 갑사는 내 마음속 보물이요 국보였다.
 

엥선생 깡언니님의 다른 기사 보기

[엥선생 깡언니님의 SNS]
댓글 작성 폼

댓글작성

충남넷 카카오톡 네이버

* 충청남도 홈페이지 또는 SNS사이트에 로그인 후 작성이 가능합니다.

불건전 댓글에 대해서 사전통보없이 관리자에 의해 삭제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