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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역사

모내기철 농부들 쓰럭질 ‘한창’

이명재의 충청말 이야기

2021.07.05(월) 11:33:13 | 도정신문 (이메일주소:scottju@korea.kr
               	scottju@korea.kr)


충청말 ‘쓰럭질’ ‘쓰레질’
 
“옛날버텀 쓰럭질 잘 허넌 사램이 지대루 된 농사꾼이라구 혔어.”
“쓰럭질이 없어진 말이 아녀. 시방두 여선 다 쓰럭질헌다구혀.”

‘쓰럭질’은 ‘쓰레질’의 옛말이다. 모내기철이 돌아오면 농부들은 1년 농사를 준비한다. 논에 물을 대고 흙덩이를 잘게 부수어 바닥을 고른다. 이것을 ‘쓰린다’고 하고, 이렇게 논바닥을 고르는 도구를 ‘쓰레’라 한다. 그러니까 ‘쓰럭질’과 ‘쓰레질’은 쓰레로 논바닥을 판판하게 고르는 일이다.

2017년 봄, 예산군 고덕들에 갔다. 사람들이 모여 있는데 한 노인이 말했다. ‘모철 났응께 우리두 얼릉 쓰럭질혀야 혀.’ 깜짝 놀라 물었다. ‘아니, 요새두 쓰럭질헌다넌 말을 쓴대유?’ 노인의 목소리가 커졌다. ‘쓰럭질이 없어진 말이 아녀. 시방두 여선 다 쓰럭질헌다구 혀.’ 옆에 있던 사람이 거들었다. ‘허허, 쓰레질이나 쓰럭질이나 암치기믄 오떻댜?(쓰레질이라고 하던 쓰럭질이라고 하던 아무려면 어떻대?)’ 내가 대답했다. ‘그렇네유. 수꿩이나 쟁끼나, 껄떠기나 피기나.’(수꿩이나 장끼나, 딸꾹질이나 피기나 같은 말.)

6월, 청양에 갔다가 친구한테 이런 말을 들었다. ‘요새 누가 쓰레질이라구 혀. 논이 가봐. 노인덜두 다 로타리 친다구 허지 쓰레질 헌다넌 사람 하나두 없어. 말은 참 빨리 변한다. 충청말 ‘쓰럭질, 쓰레질’도 그새 몇 번 변했다. 70년대 이후 서울말 ‘써레질’에 밀렸다가, 지금은 뜻도 모를 영어‘로타리’에 떼밀려가는 충청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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