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의 눈길을 쉽게 끄는 것은 휘황찬란한 아름다움입니다.

그러나, 사람들의 마음을 오래 머물게 하는 것은 자세히 보아야 아름다운 수수함입니다.

화려한 겹벚꽃 수양벚꽃이 한창인 천안 각원사에 많은 인파가 몰립니다.

그러나 들꽃이 반겨주는 인근의 성불사는 인적이 드뭅니다.

야생화 사진 찍기를 좋아하는 나로서는 이곳 성불사에서 더욱 오래 머무르게 되고 더 자주 들르게 될 것 같습니다.



성불사는 충청남도 천안시 동남구 성불사길 144에 있는 아담한 절입니다.

주차장 바로 위로 높다랗게 계단식으로 축대가 쌓여 있고 그 위 가파른 산기슭에 터를 잡고 절이 자리하고 있습니다.




주변을 둘러보니 종지나물이 지천입니다.

종지나물은 미국제비꽃이라고도 불리는데 번식력이 좋아서 이미 우리 들꽃이 되었습니다. 




이에 질세라 축대의 돌 사이에서 제비꽃이 잎을 곧추세우고 특유의 보랏빛 색감으로 유혹합니다.

제 눈으로 보기에는 미국제비꽃(종지나물)보다 체구는 작지만 더 뛰어난 미모를 갖추고 있는 것 같습니다.




현호색도 지천입니다.

종달새가 모여서 노래하는 듯한 모습의 현호색은 색상도 다양하고 잎 모양도 제각각입니다.



축대 옆으로 나 있는 길을 따라 올라가다 보면 경사면에 들꽃들이 천국을 이루고 있습니다.

자세히 보지 않으면 그저 잡초 우거진 풀밭으로만 보일 수도 있습니다. 



꽃술이 아름다운 개별꽃도 지천으로 피었습니다.

개별꽃도 제비꽃, 현호색처럼 종류가 참 많아서 구분이 쉽지 않습니다.

큰개별꽃, 보현개별꽃, 참개별꽃, 덩굴개별꽃, 숲개별꽃 등 지역에 따라 다양한 종류의 개별꽃이 자랍니다.




돌단풍도 큰 키에 작은 꽃을 수없이 매달고 있습니다.

돌단풍도 자세히 들여다볼수록 아름다운 꽃입니다.




우리 들꽃치고는 비교적 화려한 앵초도 나무숲 사이 이곳저곳에서 고개를 내밉니다.

얼마 안 있으면 이곳이 앵초 꽃밭으로 변할 것 같습니다.




꽃구경하며 오르다 보니 시간이 훌쩍 지났습니다.

이곳 성불사는 역사만큼이나 오래된 나무들이 많이 있습니다.

수령이 840여 년에 이르는 느티나무들이 가지마다 연초록 새잎을 앞다투어 틔우고 있었습니다.

 


성불사는 고려 시대에 지어진 사찰로 충청남도 문화재자료 제10호로 지정될 만큼 역사적 가치가 높은 곳입니다.

돌담 사이에 바위취로 보이는 들꽃들이 넓은 잎을 드러냅니다.




화단에는 루피너스 등 아름다운 원예종 꽃들이 화려한 꽃을 피우고 있습니다.

얼마 안 있으면 모란꽃도 커다란 꽃망울을 터뜨릴 것 같습니다.




천안 성불사 대웅전 뒤 바위에는 오랜 세월 비바람에 깎여 형체를 알아보기 힘든 부처님상이 어렴풋이 보입니다. 



그리고 그 옆 바위에는 석가삼존과 16나한상이 부조로 새겨져 있습니다. 

이 절의 이름이 성불사가 된 연유는 창건될 무렵 하늘에서 백학 한 쌍이 날아와 이곳 천연 암벽에 불상을 조성하다가 완성하지 못하고 날아가 버려서 성불사(成不寺)라고 부르다가 후에 성불사(成佛寺)로 고쳐 부르게 되었다는 이야기에서 유래합니다.




암벽 틈에 뿌리를 박고 자라서 분홍빛 꽃을 피우는 진달래가 절을 더욱 아름답게 빛냅니다.




이곳 성불사에는 석조보살좌상이 모셔져 있습니다.

고려 시대에 만들어진 것으로 추정되는 이 불상은 조치원 대성천의 바닥을 파내는 작업을 하다 발견되었다 합니다.

심하게 마모된 것을 복원하여 이곳에 보존하고 있는데 충남문화재자료 제386호로 지정되어 있습니다.




커다란 화분에는 장미를 닮은 라눙쿨루스 등 크고 작은 꽃들이 꽃동산을 만들고 있습니다.




천안 각원사에 올라보면 천호지 주변의 천안 시내가 한눈에 들어와 전망이 참 좋습니다.

천년고찰 천안 성불사는 태조산 기슭 비탈진 곳에 자리한 아담한 절입니다.

경사면을 따라 갖가지 들꽃이 피어 자세히 들여다보아야 그 아름다움을 만끽할 수 있습니다.

소중한 문화재도 여럿 있으며, 내려다보는 전망도 아주 좋습니다.

인적도 많지 않아서 코로나 시대 가벼운 마음으로 다녀올 만한 곳으로 추천합니다.

<천안 성불사>
충남 천안시 동남구 성불사길 144 성불사
041-565-456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