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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신문뉴스

[사람향기]눈 내린 새해 첫 날의 풍경

2021.01.07(목) 12:39:58 | 충남포커스 (이메일주소:jmhshr@hanmail.net
               	jmhshr@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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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 오래간만에 눈이 펑펑 내려주며 새해 첫 날을 축복합니다. 나뭇잎 털어내고 맨둥맨둥 볼품없던 나뭇가지에도, 우리들 마음속에도 설레임의 눈꽃이 함께 피어나 소복이 쌓여만 갑니다. 그 설레임 감당 못하고 그동안 코로나19와 혹독한 추위에 집콕을 고집하던 마을 주민들이 아이들 손을 잡고 하나 둘 밖으로 나왔습니다.

그저 내리는 눈을 맞아보고 싶어서 나왔다가 눈사람 만들자는 아이들의 제안에 일가족이 장갑도 없이 맨손으로 눈을 뭉치고, 아빠는 나뭇가지를 찾아 챙겨주며 아이들 동심도 지켜주고, 어여쁜 추억도 함께 만들어 갑니다. 엄마 손도, 아빠 손도, 고사리 같은 남매의 손도 벌겋다 못해 새파래졌는데 자꾸만 내려주는 눈이 반가워 손 시린 것도 잊었습니다.

동네 커플로 보이는 한 쌍의 연인들도 아까부터 쭈그리고 앉아서는 머리 맞대고 꼼지락대더니 마침내 완성된 눈사람 손바닥 위에 올려놓고 인증샷을 남기고, 중고등학생들 몇몇은 아예 눈 쌓인 바닥에 철푸덕 앉기도 하고 눕기도 하며 눈 오는 하얀 겨울을 만끽할 때에 집안에서 문을 열고 한 어머니가 소리칩니다.

“다 큰 것들이 뭔 짓이여!”하면서도 “기왕 옷 젖었으니 실컷 즐기라”며 새해부터 쿨내 진동하는 어머니에게 녀석들 환호와 함께 박수를 쳐대며 화답합니다.

어느 집 댕댕이도 목줄 매고 나와 폴짝폴짝 촐싹촐싹 대며 하얀 눈 위에 귀여운 발자국을 남기고, 무작정 뻘건 썰매를 들쳐 메고 나왔던 한 어린이는 나이가 어린데도 썰매를 탈 수 있을 정도의 눈이 쌓이지 않은 것을 금세 눈치 채고도 못내 아쉬워합니다. 몇몇 어머니들은 어린 시절 추억을 되새기며 눈 수북이 쌓아 놓고 작은 산을 만들어 반복해서 밟아 내리며 반질반질 미끄럼을 즐기기도 합니다.

동네 70이 넘은 어르신께 전화 걸어 “눈이 또 언제 이렇게 내려줄 지 모르는데 집에만 계실거냐?”며 나오시라 닦달하니 “70년 넘는 인생 살아오면서 눈 실컷 맞아봤다, 넘어지면 큰 일”이라며 엄살떨고 손 사레 치더니 결국에는 옷 단단히 챙겨 입고 놀이터에 행차하여 좌우로 전신을 흔들어대는 운동기구에 몸을 싣고 날리는 눈발 사이로 함께 날아오르며 노익장을 과시합니다.

그야말로 남녀노소 모두를 설레게 하는 하얀 눈이 자꾸만 탐스러워질 때 사람들의 환호성도 함께 커져갑니다.

“우와! 좋다! 얼마만이야!”

이렇게 감동하고 모두 즐거워하고 있을 때 저만치서 싸리비 들고 눈을 쓸며 다가오는 경비아저씨의 모자가 땀방울과 내리는 눈이 함께 녹아져 흠뻑 젖었습니다.

“코로나 때문에도 그렇고 춥기도 하고 나오는 사람이 없으니까 삭막했던 동네가 모처럼 떠들썩하니까 사람 사는 것 같네요. 허허허” 눈이 내려 일이 하나 더 늘었지만 기꺼이 긍정의 말을 하며 몸이 다 젖도록 쓸고 또 쓸며 전진합니다.

그 흔하던 눈썰매장 운영소식도 끊기고, 집에서든 식당이든 어디서든 5인 이상이 모이면 안 된다는 감시 아닌 감시와, 연휴임에도 꼼짝없이 집에만 머물러야 하는 현실 앞에 우울할 수밖에 없는 우리를 잠시나마 위로해 주려고 눈송이들은 밤새 의논하고 마침내 몸을 던져 우리 곁에 왔나 봅니다.

희망찬 새해가 밝았습니다. 오래 머물지 못해도 아름다운 눈처럼 오늘을 살고 싶다던 한 시인의 글귀처럼 그저 내게 주어진 하루하루를 소중히 여기며, 참 어려운 환경 속에서도 기꺼이 감사함으로 살아내 365일을 아름답게 수놓아가기를 소망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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