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호종이입니다.
코로나19 사태가 시작되고 저의 유일한 운동과 취미생활은 등산이 되어버렸습니다. 충남 당진에는 높은 산이 없다고 생각한지라 멀리 홍성의 용봉산이나, 인천의 계양산 등을 누비고 다니기 시작했었습니다.
그러던 중 주일에 갑작스럽게 등산을 하게 되었는데, 그 날 오른 산이 바로 당진의 뒷산이자 가장 만만한 산이라고 불리는 '아미산'이었습니다.
▲2016년 아미산 정산에 오른 저
무려 4년 전에 아미산 정산에 오른 기억이 있어서 사진을 찾아보았습니다. 지금 봐도 무척이나 어린 스물한 살의 제 모습입니다. 이 사진을 보고 4년이 지난 오늘, 똑같은 포즈로 사진을 찍어보고 싶다는 생각이 문득 들었습니다.
하지만 간과한 게 있었습니다. 4년 전의 저에게 349m 높이는 쉬웠겠지만, 4년이 지난 지금은 상황이 다르다는 것을요.
▲아미산 안내도
갑작스레 산을 오르게 되었으니 오늘의 코스를 안내도를 보며 짜 봅니다. 정상봉을 거쳐 구름다리를 건너고 몽산 정상을 찍는 것을 목표로 삼고 산을 오르기 시작합니다.
▲아미산쉼터 이정표
예상보다 쉬운 산이 아닙니다. 4년 전에야 청바지 입고 만만하게 올랐을 테지만, 졸업 준비하랴, 동아리 활동하랴 바쁜 지금은 쉽지만은 않습니다. 이곳까지 오는데도 세 번은 쉬었던 걸로 기억합니다.
▲오래된 나무에 적힌 시
표지판 같은 것이 눈에 띕니다. 이 나무에는 '뻐꾸기'라고 적혀 있었습니다. 무척이나 읽기 힘들었지만 이 나무에 적힌 글씨가 '뻐꾸기'라는 제목을 갖은 시라는 것을 유추해 볼 수 있었습니다.
▲산유화, 김소월
또 올라가는데 시가 보입니다. 산에 어울리는 시를 선정해 곳곳에 설치해둔 모양입니다. 올라가면서 눈을 표지판의 시로 돌려봅니다. 숨은 가빠오는데 시를 보면서 무슨 의미인지 생각하다 보니 한결 나아집니다.
▲당진JC 사생실기대회
산에 그림도 보입니다. 2014년, 무려 6년 전의 그림이 이곳에 있었습니다. 6년 동안 아미산에서 자리를 지키고 있는 이 그림을 보니 감상에 젖게 됩니다. 이 그림을 그렸던 아이는 고등학생이 되었을 것이라고 생각하니 신기하기도 합니다.
만약 제 기록이 제가 살고 있는 고향에 간직되고 있다면 어떨까 생각하니 무척이나 뿌듯할 것 같다고 생각했습니다.
▲정상에 다다른 이정표
산에 오르며 이런저런 이야기도 하고 풍경도 보고하니 벌써 정상에 다다랐습니다. 조금 더 힘을 내봅니다.
▲아미탑
정상에 도착했습니다. 정상에 오니 가장 먼저 아미탑이 눈에 띕니다. 당진군 등산연합회에서 아미탑을 쌓아 올린 듯합니다. 그 뒤로는 넓은 평야가 보입니다.
아미산 정상에도 어느 산과 같이 팔각정이 있습니다. 정상에는 더 높은 나무가 없어 그늘이 없는 편입니다. 정상에 올라오면 힘이 들어 그늘을 찾기 마련인데, 그 유일한 휴식공간은 아마 각 산의 팔각정이 되어주지 않을까 싶습니다.
▲아미산 정상에서 한 컷
다시 4년 전처럼 똑같은 위치에서 사진을 남겨봅니다. 포즈도 최대한 비슷하게 취해 봅니다. 4년 간의 기억들이 스쳐 지나갑니다. 군대에서 힘들었던 시기, 당진에서 즐거웠던 시기 등, 그리고 제가 등산을 시작할 수 있도록 도움을 준 2016년 아미산 정상에서의 사진 한 컷.
사진을 남기고 오늘의 코스로 계속해서 진행합니다.
▲아미산 헬기장
신기하게 아미산에는 헬기장이 있습니다. 경사가 있는 산임에도 불구하고 평평한 넓은 공간이 있는 게 인상적입니다.
▲몽산과 아미산을 잇는 구름다리
아미산이 생각보다 높지 않은 터라 다른 산으로 이동합니다. 이 구름다리는 아미산과 몽산을 잇는 구름다리입니다. 편하게 지금의 고지를 유지한 채로 다른 산의 봉으로 이동할 수 있게 설치되어 있습니다. 생각보다 높다 보니 밑을 보면 무섭기도 합니다.
▲하산 중에 만난 꽃 1
몽산을 가는데 너무 힘들어서 하산을 시작합니다. 눈에 잘 띄지 않지만 가만히 서서 보니 작은 하얀 꽃이 보입니다. 이름은 모르지만 그 아름다움이 저의 자세를 낮추게 만들었습니다.
▲하산 중에 만난 꽃 2
도로를 따라 걷는데 아름다운 벚꽃이 보입니다. 벚꽃의 꽃말은 '삶의 덧없음과 아름다움·순결·뛰어난 아름다움·절세미인·정신미·교양·부, 그리고 번영'이라고 합니다. 봄에 걸맞은 꽃, 벚꽃이 우리의 번영을 위해 그 꽃잎을 피우는 것 같습니다.
▲2016년과 2020년의 정상 컷
똑같은 장소이기에 나무의 모습도 비슷합니다. 하지만 달라진 게 있다면 저의 표정과 자신감이지 않을까 싶습니다. 포즈에서부터 4년 전과 달리 자신감이 넘쳐 보입니다.
우리는 코로나19 시기를 지나면서 위축되어 있습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 성숙해지듯 자신감 넘치는 모습으로 다시 돌아가길 소망합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