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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는이야기

이화에 월백하고… 배꽃의 향연을 ‘봄’

천안 성환읍 ‘왕지봉 배꽃바다 10리길’

2019.04.21(일) 21:07:37 | 하늘연달열이레 (이메일주소:msy.sm94@gmail.com
               	msy.sm94@gmail.com)

이 글은 충청남도 도민리포터의 글입니다. 충청남도 공식 입장과는 다를 수 있습니다.

이화에 월백하고 은한(銀漢)이 삼경인 제
일지춘심(一枝春心)을 자규(子規)야 알랴마는
다정(多情)도 병(病)인 양하야 잠 못 들어 하노라  -<이조년(李兆年)>

충남 천안시 성환읍 왕지봉 인근 가로등이 비친 배꽃 (보름달빛 아래 배꽃을 촬영하려 했는데 계속 날씨가 흐려 아쉽습니다. 내년을 기약해 봅니다)
▲ 충남 천안시 성환읍 왕지봉 인근 가로등이 비친 배꽃 1 

보름달빛 아래 배꽃을 기대했는데 이틀 간의 촬영 시도에도 날씨가 계속 흐려 아쉽게 가로등으로 대체하며, 내년을 기약해 봅니다.

충남 천안시 성환읍 왕지봉 인근 가로등이 비친 배꽃
▲ 충남 천안시 성환읍 왕지봉 인근 가로등이 비친 배꽃 2

봄이면 은은한 달빛 아래 흰 구름을 펼쳐놓은 듯 마을 전체가 새하얀 배꽃으로 수를 놓는 곳이 충남 천안에 있습니다. 옛 시인의 아름다운 시구에 맞춤인 이곳은 ‘천안 12경’ 가운데 제9경인 천안시 동남구 성환읍 ‘왕지봉 배꽃 둘레길’.  

천안은 신고 배의 주산단지입니다. 천혜의 자연 환경과 비옥하고 배수가 잘 되는 토양 덕분에 지난 100여 년 전부터 배 재배를 시작해 지금은 인근 아산시까지 산지를 확장하는 등 전국 최대 재배지가 되었습니다. ‘천안배’는 과육이 아삭하고 연한데다 과즙이 많고 당도가 높아 시원한 맛까지 일품입니다.

왕지봉 배꽃은 봄의 전령 벚꽃이 만개했다가 떨어지는 4월 중순에 맞춰 아쉽게 지나가버리는 봄을 위로하듯 앞 다퉈 꽃망울을 터트립니다. 자태가 어찌나 빼어났던지 어느 시인은, 

캄캄한 밤/ 꽃 잎사귀 한 겹 한 겹에/ 별빛까지 골고루 매달고 있는 너 <배나무에게, 정창순> 

라고 노래했습니다.

배꽃은 봄내음 가득한 왕지봉 자락 10리길을 중심으로 가장 화려하게 핍니다. 먼저 이화정(천안시 서북구 왕지1길 142)에 올라 끝없이 펼쳐진 배꽃을 감상하고, 이어 왕지봉 자락 10리길을 산책하듯 한두 시간 천천히 연인이나 친구, 가족 등과 배꽃을 구경하며 거닐면 가벼운 산책코스로 딱 맞춤입니다. 

천안12경 가운데 9경인 왕지봉 ?꽃을 한눈에 감상할 수있는 이화정(梨花停)
▲ 천안12경 가운데 제9경인 왕지봉 배꽃을 한눈에 감상할 수있는 이화정(梨花亭)
 
이화정에서 내려다본 왕지봉 주변의 만개한 배꽃
▲ 이화정에서 내려다본 왕지봉 주변의 만개한 배꽃

▲ 충남 천안시 성환읍 왕지3길 길가에 만개한 배꽃2
▲ 충남 천안시 성환읍 왕지3길 길가에 만개한 배꽃 1

▲ 충남 천안시 성환읍 왕지3길 길가에 만개한 배꽃2
▲ 충남 천안시 성환읍 왕지3길 길가에 만개한 배꽃 2

성환 왕지봉 보명사 방면(왕지3길 23) 배꽃 둘레길 1.
▲ 성환 왕지봉 보명사(왕지3길 23) 방면 배꽃 둘레길 1

성환 왕지봉 보명사 방면(왕지3길 23) 배꽃 둘레길 2.
▲ 성환 왕지봉 보명사(왕지3길 23) 방면 배꽃 둘레길 2

성환 왕지봉 보명사 방면 배꽃 둘레길 3.
▲ 성환 왕지봉 보명사(왕지3길 23) 방면 배꽃 둘레길 3 
 
성환 왕지봉 배꽃 둘레길의 배꽃터널
▲ 성환 왕지봉 배꽃 둘레길의 배꽃터널

성환 왕지봉 왕림저수지 방면 배꽃 둘레길 1.
▲ 성환 왕지봉 왕림저수지 방면 배꽃 둘레길

성환 왕지봉 왕림저수지 벚꽃 둘레길 2.
▲ 성환 왕지봉 왕림저수지 벚꽃

해마다 배꽃 개화 시기에 맞춰 ‘왕지봉 배꽃걷기대회’도 열립니다. 2016년 처음 시작돼 올해로 4번째 대회가 지난 4월13일 열렸는데, 봄을 시샘하는 꽃샘추위에 배꽃이 활짝 피지 않아 관계자들이 애를 태웠다고 합니다. 이와 함께 배를 수확하는 10월 말~11월 초에는 ‘성환 배축제’가 열려 수확의 기쁨을 함께 나누고 즐깁니다. 
 
'2019 왕지봉 배꽃길 걷기대회'에 참여한 시민들이 이화정을 출발해 선일농원~물갱냉이골~양지1길~이화정의 3.3km 배꽃 둘레길을 걷고 있다.
▲ 2019 왕지봉 배꽃길 걷기대회(4월13일)

왕지봉 배밭길을 걷다 보면 대부분의 배나무가 고랑을 사이로 줄을 지어 관리와 수확이 편리하도록 좌우로 가지를 벌려 터널처럼 만들고 지주 등으로 받쳐 놓은 것을 볼 수 있습니다. 하지만, 자세히 살펴 보면 몇몇 배나무의 가지가 유난히 하늘로 치솟아 키가 삐죽한 것을 확인할 수 있는데요, 이런 배나무들은 ‘수컷’입니다. 당연히 수컷에서는 배가 열리지 않습니다. 가지를 잘 정리해 놓은 암나무에서만 열리죠. 수컷 배나무의 화분을 채취해 암나무에 묻혀 줍니다. 수나무의 꽃핀 가지를 잘라 암나무의 꽃에 털어주기도 하고, 화분을 채취해 솜방망이에 묻혀 인공수정을 해주기도 합니다.
 
하늘로 높게 가지가 올라간 나무가 숫배나무. 가지를 잘라 인공수분에 사용합니다.
▲ 하늘로 높게 가지가 올라간 나무가 숫배나무, 가지를 잘라 인공수정에 사용합니다 
 
배의 인공수정을 준비하는 농부가 숫배나무 가지를 잘르고 있다. 가지에서 채취된 숫배나무꽃으로 암배나무에 인공수정을 한다.
▲ 배의 인공수정을 준비하는 농부

이처럼 배꽃이 활짝 피면 화접을 위한 농민들의 일손이 바빠집니다. 원래 화접은 벌들의 몫이었지만, 배 재배 면적이 워낙 넓은데다 토종벌이 줄어들면서 요즘은 인공으로 화분을 합니다. 문제는 배꽃의 개화 기간이 10여 일에 불과하다는 점입니다. 이 기간에 암배나무 꽃마다 인공 화분을 해야 합니다. 단기간 많은 일손이 필요한 만큼 자원봉사자들의 손길도 집중됩니다. 배꽃 화분을 위한 자원봉사자는 천안시청 성환읍사무소와 천안배 원예조합에 문의하면 됩니다. 올해가 아니더라도 해마다 화분을 위한 자원봉사가 필요한 만큼 내년이라도 참여하면 배꽃의 아름다움을 감상하고 봉사의 참맛을 함께 누리는 일석이조의 기쁨을 누릴 수 있습니다.
  
성환 왕지봉에서 배농사를 짓는 농부가 인공수분을 하고 있습니다.
▲ 성환 왕지봉에서 배농사를 짓는 농부가 인공수분을 하고 있다
  
배나무는 한 그루에 보통 300~400개, 많게는 500개까지 배가 열립니다. 화접으로 수정된 배들은 농부들이 열매 하나하나마다 종이봉지를 씌웁니다. 해충과 새들로부터 배를 보호하고, 고른 빛깔의 열매를 수확할 수 있게 하는 한편 농약 등에 직접 노출되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입니다. 그래서 나무마다 몇 개를 수확하는지 정확히 측정됩니다. 일부 배 재배농가들은 배나무를 연간 단위로 분양하기도 합니다. 나무를 1년 단위로 분양받는 것이죠.

배꽃의 아름다움을 즐기셨다면 다음은 성환 이화장터 국밥집에 들러 국밥을 먹는 ‘맛집 순례’입니다. 예전에는 장날(1일, 6일)에만 다섯 군데의 국밥집이 문을 열었지만, 최근 성환 이화시장이 활성화되면서 대부분의 기존 국밥집을 비롯 새롭게 문을 연 가게들이 상시 문을 열고 있습니다. 가격도 국밥은 1그릇에 6천원, 순대 한 접시 1만원여 원 정도로 주머니 사정을 고려해 비교적 착한 가격입니다.  

봄내음 가득한 왕지봉 자락 10리길에서 배꽃 길의 아름다움을 가족들과 즐기며 떠나는 봄날의 아쉬움을 달래보는 것은 어떨까요?

*백세리를 아시나요?

2009년 천안시가 시 승격 50주년을 맞아 천안시청에 심은 당시 수령 95년의 배나무. 사진은 천안시홈페이지 캡처
▲ 2009년 천안시가 시 승격 50주년을 맞아 천안시청에 심은 당시 수령 95년의 배나무(천안시 홈페이지)

충남 천안시 천안시청에 심어진 수령 105년의 배나무 ‘백세리’. 2009년 천안시가 시 승격 50주년을 기념해 지역 특산품인 ‘천안배’의 역사를 알리기 위해 주산단지인 성환읍 김정훈(77)씨에게 기증받은 것으로 천안지역에서 수령이 가장 오래된 배나무로 알려져 있습니다.  

백세리는 국립수목원으로부터 나이테 샘플을 통해 당시 수령이 95년임을 확인받았습니다. 지름 46㎝, 높이 212㎝, 둘레 370㎝로 신고 품종인데, 성환에서 천안시청으로 옮겨 심은 뒤 심한 몸살로 한동안 열매를 맺지 못했습니다. 하지만, 천안시농업기술센터의 체계적 관리에 힘입어 몇 년 전부터 봄이면 배꽃을 피우고, 한 해 50여개의 배를 맺습니다. 시판되는 배에 비해 크기가 작고 신맛이 강해 상품성은 떨어지지만 상징성에서 ‘천안배’를 대표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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