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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는이야기

[연재소설] 천명 (44) 갈등

청효 표윤명 연재소설

2017.05.25(목) 14:02:30 | 도정신문 (이메일주소:deun127@korea.kr
               	deun127@korea.kr)

천명44갈등 1


천명44갈등 2

짧은 회상에서 벗어난 병계 윤봉구는 형틀에 늘어진 제자를 바라보았다.
차마 눈뜨고 보지 못할 광경이었다. 가슴이 쓰렸다. 그러나 희생은 없을 수 없었다.

“전하, 낙하 사람들의 불순한 생각이 결국 이런 일을 불러일으키지 않았나합니다.”
운평(雲坪) 송능상이 결국 뇌관을 건드리고 말았다. 호서 신료들의 본색을 드러낸 것이기도 했다. 영조는 눈살을 찌푸린 채 송능상을 돌아보았다.

“낙하인들이라?”
“그렇습니다. 저들의 인물성동론이 결국 신분차별을 빌미삼아 이런 역모를 모의케 했던 것입니다. 유념하소서.”
송능상의 말에 영조가 고개를 끄덕였다. 일부 동의한다는 뜻이기도 했다.

“하긴, 저들의 생각이 지나치다 싶기도 했지만 그대 말을 들어보니 또 그렇기도 한 것 같구려.”
“인성과 물성이 같다는 생각은 결국 사대부나 천민이나 그 본성과 본질이 같다는 뜻입니다.
아뢰옵기 황공하오나 이는 또한 존귀한 전하나 천한 갖바치나 그 본질이 같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어찌 그럴 수 있겠습니까?”
영촌(嶺村) 김성후가 곁에서 불을 지폈다. 그러자 남당(南塘) 한원진도 나섰다.

“그것은 결국 누구나 차별이 없다는 생각으로 신분의 구별이 엄연한 조선사회에서는 있을 수 없는 일입니다. 이는 조선이란 나라 자체를 부정하겠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그러니 천한 저들이 불순한 생각을 갖지 않을 수 없었던 것입니다. 속히 결단을 내리셔야 할 줄로 압니다.”
남당 한원진의 말에 영조는 골똘히 생각에 잠겼다가는 발길을 돌렸다.

“낙하인들을 대전으로 들라 이르라!”
목소리가 상기되어 있었다. 영조의 뒤로 은근히 미소를 짓는 호서인들이 뒤따랐다. 그 미소 속에는 예리한 칼날을 품고 있었다. 

대전(大殿)의 분위기가 가라앉았다. 침울한 영조는 좌우로 늘어선 대신들을 훑어보았다.
외암(巍巖) 이간을 비롯해 이재, 현상벽, 박필주, 민진원 등이 한쪽에 늘어섰고 그 반대쪽으로는 영의정 김재로를 비롯해 김성후, 송능상, 윤봉구, 한원진 등이 늘어서 있었다.

“이번 덕산현 역모사건을 지켜보며 과인은 많은 생각을 했소. 저들이 불순한 생각을 하게 된 근원이 어디에 있는가를 그대들에게 묻고자 하오.”
뜬금없는 소리에 외암 이간이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주변을 둘러보았다. 호서인들의 얼굴에 은근한 미소가 어려 있었다. 반면에 낙하의 신료들은 하나같이 의아한 표정들이었다.

“전하, 그것은 이미 백일하에 드러나지 않았습니까? 남사고비결이 그 근원이라고 말입니다. 헌데 어찌하여 그것을 저희들에게 다시 묻고 계십니까?”
관봉(冠峰) 현상벽이 먼저 나섰다. 그러자 호서파에서 병계(屛溪) 윤봉구가 한 걸음 앞으로 나섰다.

“관봉, 어찌 그리 말하시오. 이미 그대들의 불순한 생각이 저들의 머릿속을 물들였다는 것이 만천하에 드러났소이다.”
날카로운 칼날이 되어 낙하인들의 가슴을 찌르는 순간이었다. 그리고 그제야 낙하인들은 자신들이 대전으로 불려온 이유를 알았다. 마른하늘에 날벼락과도 같은 일이었다.

“병계, 함부로 말하지 마시오. 어찌 그것을 거기에다 갖다 붙이시오.”
가만있다가는 무슨 봉변을 당할지 모를 일이었다. 외암 이간이 격앙된 목소리로 나섰다. 곁에 있던 여호(黎湖) 박필주도 가만있지 않았다.

“전하, 이는 저들의 모함입니다. 어찌 저희들의 생각이 그럴 수 있겠습니까? 이는 분명 호서인들의 시기와 질투가 만들어낸 모함일 뿐입니다.”
“시기와 질투라니? 사실이 그러할 진데 어찌 그렇게 말씀하시는가?”
영촌(嶺村) 김성후가 노한 목소리로 끼어들었다. 얼굴까지 붉게 상기되어 있었다.

“무엇이 사실이란 말씀입니까? 도대체 영촌의 의도가 의심스럽습니다. 우리 낙하인들을 모함하여 무엇을 얻고자 하는 것입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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