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통합검색 바로가기
메인메뉴 바로가기
화면컨트롤메뉴
인쇄하기

사는이야기

[연재소설] 천명 (39) 결단

청효 표윤명 연재소설

2017.04.23(일) 15:20:38 | 도정신문 (이메일주소:deun127@korea.kr
               	deun127@korea.kr)

천명39결단 1


천명39결단 2

“천하에 상종하지 못할 놈들이로다!”
영조마저 노여움에 치를 떨었다.

“전하, 더 들으실 것도 없습니다. 당장 참형에 처하십시오.”
형조판서 홍치중의 말에 영조도 더 이상 참지 못하고 그만 고개를 끄덕이고 말았다.

“저 천하에 몹쓸 자들을 당장 참형에 처하고 그 목을 저잣거리에 걸도록 하라!”
영조의 명은 곧 실행에 옮겨졌다. 윤지충과 권상연의 목이 잘리고 거리에 내걸리게 된 것이다. 이어 영조는 전국의 천주교도 인들을 잡아들이라는 명령을 내렸다. 대대적인 박해가 시작되었던 것이다. 그에 따라 금마공소의 천주교인들에 대한 공도 물거품이 되고 말았다. 오히려 이들을 잡아들이라는 어명이 떨어지고 말았다. 이 소식은 홍주목의 판관 이행령에 의해 금마공소에도 전해졌다.

“상황이 이러하니 빨리 피하십시오. 약속을 지키지 못하게 되어 미안하게 됐소.”
판관 이행령은 양심상 도저히 가만히 있을 수가 없었다. 해서 잠시 금마공소에 들러 상황을 설명하고는 다시 총총히 돌아갔다.
금마공소장 마리아는 급히 회의를 소집했다.
금마공소 예배당에 침울한 분위기가 감돌았다. 그리고 그 침울한 분위기를 깨고 먼저 입을 연 것도 공소장 마리아였다.

“어찌해야 합니까?”
“은혜를 원수로 갚다니, 내 이럴 줄 알았습니다.”
요한이 격분한 목소리로 울분을 토해냈다. 주먹까지 불끈 쥐어댔다.

“싸워야 합니다. 어차피 우리가 이곳으로 들어온 것은 저들의 핍박 때문이었습니다. 무엇을 더 망설이십니까? 끝까지 싸웁시다.”
“바오로의 의견에 저도 찬동합니다. 천주님의 뜻이라면 그렇게 해야지요.” 요한도 바오로와 뜻을 함께 했다.
“이제 중대한 결정을 해야 할 것 같습니다.”
신중한 요셉의 말에 모든 시선이 그를 향해 모아졌다.

“이대로 맞섰다가는 모두 살아남지 못합니다. 그리하면 이 땅에 천주님의 뜻을 누가 펼치겠습니까? 잠시 숨어 때를 기다림만 못합니다.”
“또 다시 피하자는 말씀입니까?” 요한의 말투에 불만이 가득했다.
“그것이 천주님께서 우리에게 주신 고난이라면 마땅히 받들어야 합니다.”
요셉은 잠시 말을 끊었다가는 다시 이었다.

“이 땅에 천주님의 뜻으로 꽃을 피우기 위해서라면 우리는 어떠한 고난이라도 받아들여야 합니다.”
“맞습니다. 우리는 관군과 싸우기 위해 이곳으로 들어온 것이 아닙니다. 천주님을 모시기 위해 들어왔을 뿐입니다. 이 자리가 그렇지 못한 곳이라면 당연히 자리를 옮겨야지요.”
마리아도 요셉의 의견에 찬성을 표했다.

“저도 같은 생각입니다. 베드로께서 애당초 이곳에 들어오실 때도 그 같은 말씀을 하셨습니다. 우리가 하나의 밀알이 되어 이 땅에 천주님의 뜻을 펼치자고 말입니다. 그러니 그 밀알을 살리고 퍼뜨리는 계기가 될 수만 있다면 마땅히 그리해야 할 것입니다.”
마르티노까지 거들고 나섰다. 그러자 잠시 침묵이 이어졌다.

“그렇다면 이 많은 형제자매들을 어떻게 한단 말입니까?”
아직도 울분이 가시지 않은 목소리로 요한이 물었다. 그러자 요셉이 대답했다.

“방법은 간단합니다. 우리 모두 함께 하는 것은 위험합니다. 그러니 이제 각자 뿔뿔이 흩어져 자신의 땅을 개척하도록 하지요.”
“뿔뿔이 흩어지자고요?”
난감하다는 표정으로 바오로가 물었다.

“그렇습니다. 그래야 저들의 눈을 피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우리는 더 넓은 지역에서 천주님의 뜻을 펼칠 수 있습니다. 지금보다 더 적극적인 포교활동을 해보자는 것이지요.”
요셉의 말에 마르티노가 먼저 찬성을 표하고 나섰다.

“좋은 방법입니다. 그것이 좋겠습니다. 위험도 피하고 천주님의 뜻도 펼치고, 일석이조로군요.”
마르티노의 말에 요한도 바오로도 잠시 생각에 잠겼다가는 고개를 끄덕였다.


 

도정신문님의 다른 기사 보기

[연재기사]
[도정신문님의 SNS]
댓글 작성 폼

댓글작성

충남넷 카카오톡 네이버

* 충청남도 홈페이지 또는 SNS사이트에 로그인 후 작성이 가능합니다.

불건전 댓글에 대해서 사전통보없이 관리자에 의해 삭제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