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관촉사 석조미륵보살입상 앞에서 유학생들과
너른 논산의 들판을 바라보는 야트막한 산이 있습니다. 반야산이라고 불리는 이 산에는 논산 제1경 관촉사가 있습니다. 관촉사에는 '은진미륵'이라고 불리는 우리나라에서 손가락에 꼽힐 만한 돌부처가 있습니다. 올해로 1010년이 된다는 논산의 대표 유적지 관촉사를 산책했습니다. 함께 한 친구들은 반야산의 관촉사 뒤편에 있는 논산 건양대학교에서 공부하고 있는 50여개국에서 온 외국인 유학생들입니다.
▲ 반야산 산책로를 걸어요
▲ 반야산 산책로의 장승
보통은 관촉로에 있는 일주문으로 들어가는 게 일반적이지만 건양대학교 옆으로 있는 산책로 '삼남길'로 코스를 정했어요. 아직까지 단풍나무의 빨간 색채가 탐스러울 때라, 쌀쌀한 날씨지만 걷기에 좋습니다.
대학교 울타리를 끼고 산으로 올라가는 길은 시원스럽게 뚫려있고 자동차가 다니지 않아 한적합니다.
▲ 관촉사 경내로 들어가는 계단
반야루 경내로 들어가려면 반야루 아래의 통로를 지나갑니다. 큰 건물의 아래를 지나가는 기분도 설레는데요. 높지 않은 곳이지만 이 계단을 올라갈 때는 잠시 멈추고 아래를 내려다 보는 것도 좋습니다.
▲ 관촉사 경내의 입구인 반야루
반야루에는 '불광보조(佛光普照)'라는 현판이 걸려 있는데요. 부처님의 지혜와 광명이 온 세상을 비춘다는 뜻으로 이 세상에 광명이 비추기를 기원하는 마음을 새겨 놓은 것 같습니다. 중국을 여행하면 사찰에 이 현판이 특히 많다고 합니다.
▲ 관촉사 윤장대
경내로 들어서면 오른쪽으로 윤장대가 보입니다. 아시아 사람들에게는 사찰의 모습이 별로 신기할 것이 없지만, 유럽이나 아메리카, 아프리카에서 온 친구들은 하나하나가 다 신기한가 봅니다. 윤장대를 한 바퀴 돌리면 한 권의 불경을 읽은 것과 같다고 합니다. 설명을 듣고 나서는 다들 경건한 표정으로 돌리곤 합니다.
▲ 관촉사 석조미륵보살입상과 석등
▲ 관촉사 석조미륵보살입상 앞에서
관촉사의 얼굴 은진미륵입니다. 평소 관촉사 앞길을 다니는지라 반야산 중턱에 하얗게 보이는 은진미륵을 거의 매일 보기는 하지만 이렇게 절을 찾아올 기회는 가끔이라서,한번씩 볼 때마다 마음이 평온해지고 한답니다. 본래 이름은 '관촉사 석조미륵보살입상'입니다. 고려 광종 968년에 만들었고, 보물 218호입니다. 18미터라는 거대한 바위가 사람을 압도하고 있는데요. 우리나라에서 제일 큰 불상입니다.
▲ 관촉사 범종각
은진미륵 앞에는 석등과 배례석, 삼층석탑 등의 유적이 있습니다. 천년고찰이다보니 군데군데 낡은 모습과 새롭게 단장한 모습들이 눈에 띕니다. 경내 한 켠으로는 범종각이 있습니다. 대부분의 절이 범종을 치지 않기 때문에 종 소리를 들을 수가 없는데요. 시원스러운 범종 소리를 들어봤으면 좋겠네요.
▲ 관촉사 삼성각
은진미륵 옆의 돌계단을 올라가면 삼성각이 있습니다. 스님이 독경을 하고 있을 때면 청아한 소리가 삼성각 주위에 울려퍼집니다. 이곳은 관촉사에서 가장 높은 곳이기 때문에 관촉사와 멀리 논산의 들판을 시원스럽게 조망할 수 있습니다.
▲ 삼성각에서 본 관촉사 경내
▲ 관촉사 석조미륵보살입상
은진미륵과 석등 그리고 멀리 논산의 들판과 마을들이 아스라하게 펼쳐져 있어요. 그 뒤로 어슴프레하게 보이는 것이 계룡산이에요. 관촉사는 반야산에서 논산 들판이 가장 멋지게 보이는 곳에 지어졌습니다. 삼성각에서 보면 은진미륵의 머리와, 머리에 쓴 관 끝의 장식을이 손에 닿을 듯 가까워집니다.
▲ 가을의 막바지를 장식하는 국화꽃
막바지 산국화와 구절초가 빛을 내고 있고, 그 위로 풀무치 한 마리가 보입니다. 가을이 이렇게 순식간에 지나가 버리는 것이 너무 아쉽습니다. 하긴 엊그제 첫눈이 내렸으니 이젠 가을이 벌써 지나가 버렸네요.
▲ 관촉사 사천왕문
▲ 관촉사 입구의 가게들
보통의 올라가는 길을 반대로 왔으니 사천왕문은 맨 마지막 관람지가 되네요. 사천왕의 무서운 얼굴도 외국 학생들에게는 낯선 한국의 모습입니다. 사천왕문을 나서면 절 아래의 점포들을 지나게 됩니다. 우명한 유적지치고는 찾는 분들이 많지 않아서 점포는 늘 한가한 모습입니다. 농산물 종류들과 기념품들이 발길을 잠깐 멈추게 합니다.
▲ 관촉사 일주문
그리고 마지막으로 반야산 관촉사가 보이는 일주문을 나왔습니다. 관촉사 일주문앞은 봄에 벚꽃이 만발할 때가 가장 장관입니다. 한겨울 눈에 덮힌 관촉사도 기대하고, 내년 4월에 벚꽃이 흐드러지게 핀 관촉사를 기대해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