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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는이야기

갑사에서 늦가을 낭만 채곡채곡

2016.11.22(화) 08:55:55 | 유 희 (이메일주소:eyu07@hanmail.net
               	eyu07@hanmail.net)

이 글은 충청남도 도민리포터의 글입니다. 충청남도 공식 입장과는 다를 수 있습니다.

단풍이 절정일 때 움직이지 못하고, 뒤늦게 갑사에 다녀왔습니다. 비록 단풍은 보냈을 지라도, 계룡산의 운치가 물씬 담긴 갑사의 풍경이라도 담으려고. 그런데, 어찌된 일일까요?
갑사에 단풍이 아직도 머물러 있었습니다.  
 
갑사에서늦가을낭만채곡채곡 1

저처럼 늦게 찾아오는 사람을 위해 나뭇잎들이 느긋하게 기다려 준걸까요^^. 노랗게 빨갛게 물든 단풍도 고왔지만, 아직 초록빛을 담고 있는 싱그러운 나뭇잎들도 어여뻤습니다. 따뜻한 날씨 덕분에 다른 해보다 단풍이 늦게 물들어, 오래도록 남아 있나 봅니다.  

갑사에서늦가을낭만채곡채곡 2

갑사로 들어가는 길목, 계룡산의 하늘과 가을을 곱게 물들이는 빛바랜 나뭇잎들이 어여뻤습니다. 운치있게 갈색으로 물든 나무 사이로 쏟아지는 햇살이 눈부시고, 이미 나뭇잎을 떠나 보내 앙상한 나뭇가지는 삶의 지난함을 품은 듯 했습니다.  갑사로 올라가는 길목에 운치가 가득해, 사천왕상을 품은 대문이 마치 자연 속의 액자처럼 보였습니다. 

세월의 더께를 품은 나무 기둥 너머로 보이는 노오란 나뭇잎들이 싱그러웠습니다. 좋은 것을 보고 즐기는 마음은 매한가지인가 봅니다. 길목에 마련된 나무 의자에 앉아 쉬고 있으려니 건너 편에서 옹기종기  이야기꽃을 피우고 있는 사람들이 눈에 띄었습니다. 문학동아리에서 온 분들인지 시를 낭송하는 듯 했습니다. 늦가을의 단풍과 시라니... 이보다 낭만적인 풍경이 있을까요~ 

멋진 곳으로 알려져서 인지 친구들 동창모임으로, 연인과의 설레이는 데이트로 갑사를 찾아온 사람들이 많았습니다. 싱그러운 자연 속에서는 자연의 즐기는 사람들의 밝은 미소도 꽃처럼 아름답게 보이네요. 구불구불 오솔길을 걷다 보니 나뭇잎 사이로 갑사가 살포시 보였습니다. 갑사는 정갈하고 단아한 멋이 담긴 자그마한 절입니다.  
 
갑사에서늦가을낭만채곡채곡 3

계룡산 비스듬한 산세 덕분에 대웅전 앞부터 너른 마당을 지나 담장들이 계단처럼 층이 나 있어 기와 처마와 담장 위 기와가 파도처럼 너울너울 그려내는 곡선이 멋스러웠습니다. 한옥 처마의 아름다움이 물씬 담겨 있었어요. 
 
갑사에서늦가을낭만채곡채곡 4

대웅전 앞, 삼성각 등 주변 노오란 국화, 담장 사이에 하이얀 구절초가 어여쁘고, 가을이 돼도 푸르른 소나무들도 멋졌답니다. 그 사이 사이 아직 남아 있는 단풍이 더 붉게 붉게 보였습니다.

갑사에서늦가을낭만채곡채곡 5

갑사 주변에는 대나무 숲이 우거져 운치를 더하고 있는데, 바람이 소슬 불어오면 사라락 대잎이 흔들리는 소리가 청아했습니다. 앞만 보고 바쁘게 걸어서는 결코 만날 수 없는, 느릿느릿 걸어야만 느낄 수 있는 자연의 음악입니다. 계곡 아래 퐁퐁퐁 흘러가는 자그마한 개울물 소리도~ 낮은 담장과 계룡산의 나무, 그리고 바람에 자리를 옮기는 낙엽들… 아늑하고 낭만적인 추억이 채곡채곡 담겼습니다.

갑사에서늦가을낭만채곡채곡 6

아직도 갑사는 가을이 머물러 있어, 뒤늦게 가을 낭만에 홈빡 빠져버렸네요. 갑사를 지나 산길을 조금 올라가면 용문폭포가 나오는데, 그 길도 아늑했습니다. 오솔길 사이에 낙엽들이 흐드러지게 깔려 있었습니다. 개울에 내린 낙엽들이, 연못처럼 고여 있는 물 위에 동동 떠 있는 낙엽들이 계룡산 늦가을을 운치있게 맞이하고 있었어요. 갑사의 정경이 늦가을이었다면, 오솔길의 정취는 초겨울의 풍경이었습니다. 갑사단풍의 절정은 11월 초이지만, 그 즈음이 지나도 계룡산을 품은 갑사는 한동안 늦가울의 낭만이 머물러 있는 것 같습니다. 

갑사에서늦가을낭만채곡채곡 7

갑사는 템플스테이도 운영하고 있는데, 2014년 전국 최우수 템플스테이 사찰로 선정됐다고 합니다. 비록 템플스테이에 참여하지는 않았지만, 선정된 이유를 알 것 같았습니다. 계룡산의 정기를 품은 산 자락에서 운치 있는 갑사에 머무르는 데 좋지 않은 점에 무에 있을까요. 아무것도 하지 않고, 그냥 이곳에 머물러만 있어도 마음이 정화되고, 삶의 찌끼가 사라지지 않을까요~

갑사로 오고가는 길목에 공주의 특산물을 팔고 있는 좌판이 있습니다. 연탄불에 호록 구운 공주 군밤과 은행을 달게 먹고 있는데,  보리수 열매가 눈에 띄었어요. 보리수는 초여름쯤에 나오는 열매로 알았는데, 늦가을에 보니 신기했습니다. 좌판 할머니께 여쭤보니 토종 보리수 열매는 크기도 콩알처럼 작고, 가을에 나온다고 합니다.    

어릴 적 할머니 댁에서 즐겨 먹던 보리수를 공주의 갑사 길목에서 만나 어린 시절이 그리워졌습니다. 그냥 산의 운치를 감상하기 위해 늦게 찾아간 갑사에서 뜻밖에 아직 남아 있는 가을의 낭만과 어릴적 추억을 만나고 왔습니다. 공주 갑사에서 채곡채곡 담아온 추억 덕분에 올 겨울은 따뜻할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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