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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는이야기

가을 정취 물씬 느끼며 시골길을 걸어요

논산시 연산면 화악리 시골길

2016.10.17(월) 19:07:25 | 수운 (이메일주소:hayang27@hanmail.net
               	hayang27@hanmail.net)

이 글은 충청남도 도민리포터의 글입니다. 충청남도 공식 입장과는 다를 수 있습니다.

논산시 연산면 화악리 철길 건널목

▲ 논산시 연산면 화악리 철길 건널목



주말에 비가 오더니 날씨가 한층 깊어졌습니다. 느티나무와 벚나무 잎새가 조금씩 조금씩 색깔이 변하고 있고, 길에는 코스모스가 활짝 피어 발걸음을 가볍게 만들고 있습니다. 논에는 누렇게 익은 벼들이 고개를 숙이고 있고, 콤바인이 가지런히 벼를 베고 있는 풍경도 보입니다. 가을이 중턱에 다다랐습니다.
 

호남선 철길

▲ 호남선 철길



10월이라 축제로 전국이 떠들썩한 가운데, 간만에 길을 나섰습니다. 인근의 계룡산을 가도 좋겠지만, 이런 가을에는 시골길을 한가롭게 산책하는 것도 좋습니다. 배낭에 간단한 음식을 준비하고, 아이의 손을 잡고 나선 길입니다.

화악리는 1번 국도 개태사를 지나자마자 왼쪽으로 나있는 철길을 지나면서 시작됩니다. 호남선 철로가 가을 하늘을 배경으로 길게 뻗어 있습니다. 보기에는 참으로 낭만적이지만 사실 철길 옆에 있으면 수십차례 오가는 기차들로 무척이나 시끄럽지요. 
 

천연기념물 연산오계 농장

▲ 천연기념물 연산오계 농장



철길을 지나 오래지 않아 닭울음 소리가 요란한데요. 천연기념물 265호로 지정된 연산 화악리 오계를 사육하는 지산농원입니다. 옛날엔 오골계였는데 동의보감에서 오계라는 이름을 붙인 후, 지금은 연산오계라고 부르고 있습니다. 국내에서는 가금류 가운데 유일하게 천연기념물로 지정되었다고 합니다.

지산농원 앞에는 오계에 대한 자세한 설명을 해 주는 안내판이 세워져 있습니다. 몇 년 전 겨울 충남 인근지역에 고병원성 AI가 발병했을 때 이곳도 비상이 걸렸습니다. 결국 이곳의 오계 7천여 마리를 대피시켰다고 합니다. 예전엔 닭들이 무척 많이 방사되어 있었는데, 지금은 그리 많이 보이지는 않습니다. 지산농원 앞에는 수령이 수백년 된 보호수 느티나무가 시멘트에 곳곳을 의지하고 서 있습니다
 

화악리 시골 정경

▲ 화악리 시골 정경



길 건너 보이는 화악리 모습입니다. 북쪽 산기슭에 아담하게 늘어선 집들은 남향이라 햇빛이 밝게 들고 있습니다. 가을날 오후라 햇빛이 따스하게 느껴집니다. 예전엔 오래된 집들이 많았는데 요즘은 새로 짓는 집들이 많아서 곳곳에 전원주택이 보입니다. 

 

감나무가 많은 화악리길

▲ 감나무가 많은 화악리길



논산은 감이 많은 고장이죠. 화악리에도 길 곳곳에 감나무가 늘어서 있습니다. 울타리에 서 있는 감나무에 감들이 주렁주렁 달려 있습니다. 아직 잎이 남아 있어서 운치는 좀 덜합니다만 조금더 가을이 깊어지고 감잎이 떨어진 후에는 훨씬 멋진 풍경이 연출되겠죠.

 

화악교회

▲ 화악교회



화악리 길 가에는 오래된 교회 하나가 풀에 덮여 있습니다. 그 옆에 새로 큼직하게 교회가 들어왔습니다. 작은 동네에도 교회는 하나씩 있는 것 같습니다. 요즘은 교회가 시골 어르신들의 교류 장소라고들 하시네요.

 

화악리 고개

▲ 화악리 고개

 

화악리 고개에서 밤줍기

▲ 화악리 고개에서 밤줍기



화악리 마을을 지나면 작은 고개를 두 개 넘게 됩니다. 이 길은 양쪽에 밤나무가 많이 있어서 길에 밤송이가 떨어져 있습니다. 야생 뽕나무도 많아서 이른 봄에는 뽕나무 잎을 딸 수 있고, 조금 지나면 뽕나무 열매 오디를 딸 수 있고, 지금은 밤을 주울 수 있습니다. 길 가에 떨어진 밤송이를 몇 개 모아 봤습니다. 밤송이가 개량종처럼 아주 크진 않지만, 밤송이 안에 두세개씩 들어있는 알밤이 정말 탐스러워 보입니다. 참나무 종류가 많아 도토리도 아주 많이 떨어져 있습니다. 요즘은 산짐승들의 겨울 식량이라고 해서 공원에서는 열매를 주워가는 것을 엄격히 금지시킨다고 합니다.


길 가에 세워진 공적비

▲ 길 가에 세워진 공적비



고개를 넘어 오면 길가에 두 개의 비석이 있습니다. 대략 보니 송덕비나 기념비인 것 같습니다. 옛날에는 고을에 현감이나 군수가 부임해 오거나 떠날 때 지역의 유지들이 잔치를 열어주고 이렇게 송덕비나 기념비를 세워주었다고 합니다. 정말 좋은 관리여서 해 주었는지 어떤지는 모르겠지만 어쨌든 관례였던 것 같습니다.

 

누렇게 벼가 익은 논

▲ 누렇게 벼가 익은 논

감나무에 달려 있는 홍시

▲ 감나무에 달려 있는 홍시

 

이어지는 길 가로는 다락논들이 펼쳐져 있습니다. 이곳은 나름 산간 지역이라 논이 그다지 많지는 않은데요. 길가에 감나무가 탐스러워 보입니다. 먹음직스러운 홍시가 달려 있어서 보고 있으니 논주인 아저씨께서 따 먹으라고 하시네요. 올 가을 처음으로 홍시를 먹었습니다. 시장에서 사는 억지로 익힌 감과는 본질적인 맛이 다르네요. 시골길을 걷는 것은 이런 소소한 재미가 있습니다.

 

계룡시 엄사면 도곡리 들판


 

논 가에 심은 콩은 그 잎이 누렇게 변하고 있습니다. 이맘때쯤 콩줄기를 꺾어서 쪄 먹으면 조금 덜 여문 콩알이 탱글탱글 하지요. 시골에 살 때 콩가지, 땅콩, 고구마, 풋땅콩을 소죽솥에 쪄 먹던 생각이 납니다. 소죽솥에 쪄야 구수한 냄새가 골고루 배어들지요. 아이들과 걸으면서 이런저런 시골 이야기로 꽃을 피웁니다.

 

벼가 다 익은 논

▲ 벼가 다 익은 논
 

벼이삭에 붙어 있는 메뚜기

▲ 벼이삭에 붙어 있는 메뚜기



벼이삭이 제법 구부러진 게 다 여문 모양입니다. 한 알 따서 껍질을 까고 씹어 보니 쌀 알이 오드득 합니다. 사람을 보고 놀랐는지 메뚜기 한 마리가 이삭 뒤에 숨어서 보고 있습니다. 참 오랜만에 메뚜기를 보니 고향 같아서 여간 반가운 것이 아닙니다. 평야 지대에서는 메뚜기 보기도 쉽지 않지요. 이 동네는 메뚜기 잡으러 다니는 분들도 심심찮게 볼 수 있습니다. 청정 지역인 셈이죠.

 

계룡시 엄사면 이정표

▲ 계룡시 엄사면 이정표


계룡시 엄사면 도곡리 마을

▲ 계룡시 엄사면 도곡리 마을



고개를 넘고 구불구불 길을 지나 도곡리에 도착했습니다. 이곳부터는 충남 계룡시입니다. 행정구역은 바뀌지만 시골 모습은 다들 비슷비슷합니다. 이곳은 계룡산 자락이 향적봉으로 이어지고, 그 아래로 황산성까지 이어진 산줄기 아래의 마을들입니다. 예전에 시내버스가 안 다닐 때에는 상당히 벽지였다고 합니다.

 

향적산 이정표

▲ 향적산 이정표



계룡시 엄사면 향한리까지 왔습니다. 두시간이 더 지난 것 같네요. 천천히 걷다 보니 시간이 가는 줄도 모르겠습니다. 제가 이 길을 걷는 것을 좋아하는 것 이러한 풍경 때문입니다. 잠시 생각을 잊고 사물을 관조하는 여유를 느낄 수 있는 가을 시골길이 우리의 복잡한 머리를 식혀주고 다시금 일상으로 되돌려 주기 때문이죠.  

깊어가는 가을. 바쁜 일상에서 벗어나 잠시 자연으로 눈을 돌려 보세요. 삶의 작은 여유를 발견할 수 있을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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