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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는이야기

한옥 창호지문의 매력

홍성 아지매가 쓰는 귀촌일기

2016.10.20(목) 08:13:50 | 홍순영 (이메일주소:ssoonyoung@hanmail.net
               	ssoonyoung@hanmail.net)

이 글은 충청남도 도민리포터의 글입니다. 충청남도 공식 입장과는 다를 수 있습니다.

6년전 12월 서울에서 옷가방하나만 들고 홍성으로 이사했습니다. 아는 사람 한명 없는 홍성은 낯설기도 하고 설레이기도 했습니다. 첫날밤을 잊을 수가 없습니다. 매서운 바람이 부는 날이었습니다. 집에서 처음 잠을 자야하는데 방문의 창호지가 군데군데 찢겨져 있었습니다. 부랴부랴 밀가루로 풀을 쑤고 창호지를 잘라 방문에 붙였습니다. 처음이라 삐뚤빼뚤하고 손이 시려워 얼른 끝내고 싶은 마음 뿐이었습니다. 처음 바른 창호지 문은 쭈글쭈글했지만 바람이 막아지니 방안이 한결 포근했습니다. 하지만 틈새로 들어오는 외풍으로 옆에 있는 사람의 체온으로 첫날밤을 보냈습니다. 
 
낯선 홍성에서의 삶이 창호지를 매번 붙이면서 익숙하고 편안한 고향으로서의 홍성이 되가고 있습니다. 계절이 바뀔때마다 창호지를 붙이고 떼는 일을 반복합니다. 방문이 이중으로 되어있습니다. 안쪽 방문은 그대로 이지만 바깥방문은 여름이면 창호지 대신 모기장을 붙입니다. 그리고 가을이 시작될때쯤 부랴부랴 창호지를 붙이게 됩니다.
 
한옥의 문살은 기하학적인데 보는 사람을 편안하게 만드는 힘이 있습니다. 문양을 만드는 기술자가 대단하게 느껴지기도 합니다. 아침과 낮과 밤의 느낌이 다른 문은 아마도 창호지 문이 유일할 듯 합니다. 아침의 햇살은 살며시 얼굴을 비추고 점심의 햇살은 방안을 따스히 데웁니다. 밤은 달빛이 들어오는 그림자를 만들어 재미를 줍니다.

하지만 잘 찢어지고 불편하다는 이유로 창호지문이 사라져서 창호지의 종류도 많이 사라졌습니다. 결국 규격화된 창호지만 남아 도배가게에서 구입할 수 있습니다. 좀더 넓은 창호지가 없냐고 물어보면 주인장께서 ‘이제는 사람들이 찾지 않아서 없어.’라고 대답하십니다. 결국 인터넷을 뒤적여서 구입하기도 합니다.

제일 많은 공을 들이는 문살 청소
▲ 제일 많은 공을 들이는 문살 청소

묽은 농도의 밀가루 풀
▲ 묽은 농도의 밀가루 풀

창호지에 풀 바르기
▲ 창호지에 풀 바르기

문살에 창호지 바르기
▲ 문살에 창호지 바르기

문살에 창호지 바르기
▲ 문살에 창호지 바르기

문살에 창호지 바르기
▲ 문살에 창호지 바르기

일단 문살에 붙어있는 먼지와 이물질을 깨끗이 제거해야 합니다. 방문을 뗄 수 있으면 떼어서 물청소도 하고 햇볕에 말리기도 하지만 귀찮을때는 그냥 물수건을 이용해서 구석구석 묵은때를 닦습니다. 사실 이 과정이 시간과 공이 제일 많이 걸립니다. 청소가 끝나면 반이상을 끝낸 것입니다.

밀가루 풀은 미리 쑤어서 식혀야하는데 중요한 것은 농도입니다. 초반에 너무 끈덕지게 만들어서 창호지가 마르면서 터지는 상황이 발생해 결국 다시 발랐습니다. 방문의 창호지는 약간 묽다 싶게 농도를 맞추면 됩니다. 그래야 다 바르고 나서도 평평하게 펴지는 효과도 있습니다.

풀을 창호지에 바르고 문살에 맞추어 붙이는데 수건을 이용해서 살짝 눌러줍니다. 이때 힘을 너무 주면 쉽게 찢어집니다. 살살 다루어야 합니다. 그리고 그대로 말려주면 끝입니다. 생각보다 간단합니다. 이제는 이 모든 과정을 1시간정도면 마칠 수 있습니다. 
 
창호지를 모두 발라주고 바라보면 마음이 뿌듯합니다. 이제 따스하게 지낼 수 있겠구나라는 생각에 온몸이 따스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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