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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는이야기

[연재소설] 천명 (17) 만남

청효 표윤명 연재소설

2016.07.18(월) 23:12:21 | 도정신문 (이메일주소:deun127@korea.kr
               	deun127@korea.kr)

천명17만남 1


 

 

 

천명17만남 2


 

“바쁘지 않으면 오늘 밤 여기서 하루 저녁 묵고 가게나. 강경까지면 오늘 안으로 가기는 틀렸고, 이제 곧 해도 질 텐데.

최처인의 괜한 친절에 사내는 고개를 끄덕여 감사의 말을 건넸다.

 

“그리 해 주시면 감사할 따름입지요. 마침 오늘 저녁 머물 곳을 은근히 걱정하고 있던 참이기도 했는데.

 

“그럼 잘 되었네. 예서 머물면서 우리 이야기도 들어보고 깊은 대화를 한 번 나눠 보세나.

깊은 대화라는 말에 사내의 눈이 반짝했다.

 

“깊은 대화라면?

그러나 묻는 표정에는 의심과 두려움이 한데 뒤섞여 있었다.

 

“그런 게 있네. 그나저나 자네 이름이 어떻게 되는가?

그제야 생각났다는 듯 최처인은 사내의 이름을 물었다.

 

“예, 봉칠규라고 합니다.

사내의 대답에 최처인은 고개를 끄덕끄덕했다.

어둠이 깔리자 최처인의 집으로 사람들이 하나 둘씩 모여들기 시작했다.

 

봇짐장수와 스님, 그리고 도인차림의 거사에 백정, 갖바치까지 다양한 사람들이었다. 이들은 모두 좁다란 최처인의 사랑방에 둘러앉았다.

 

“인사들 하게. 이 사람은 강경에서 온 봇짐장수로 봉칠규라고 하네.” 최처인의 소개에 둘러앉은 사람들이 하나같이 허리를 숙여 인사를 했다.

 

“강경상단의 보상 봉칠규라고 합니다요.

“잘 오셨소. 가야라고 합니다.

치렁치렁한 반백의 수염에 도포를 걸친 사내가 웃음으로 맞받았다. 이어 무뚝뚝하게 생긴 젊은 사내가 말을 이었다.

 

“나도 같은 봇짐장수올시다. 이곳 덕산상단의 필선이라 하오.

시원시원한 말본새가 금방 친근해질 것 같은 인물이었다. 봉칠규는 미소와 함께 허리를 굽혀 인사를 대신했다. 이어 원효암의 거해스님, 소작농 용이, 백정 치돌, 갖바치 돌석이와 인사를 나눴다. 

 

“강경상단에 계신 분이 어찌 이곳까지 오시게 되었소?

인사를 마치고 백정 치돌이 궁금하다는 듯 물은 것이다.

 

“예, 접장의 심부름으로 해미에 왔다가 돌아가던 길에 나리를 뵙게 된 것입니다. 잘 부탁드립니다.

봉칠규의 인사치레에 옆에 있던 필선이 반가운 얼굴로 맞았다.

 

“그랬군요. 남녘으로는 가본 적이 별로 없는데 앞으로는 자주 가야할 일이 생길지도 모르겠습니다.

너스레를 떨며 웃는 말에 봉칠규는 허허 웃음으로 맞받았다.

 

“앞으로 우리 힘이 뻗어나가야 할 방향이 그쪽이기도 합니다.

갖바치 돌석이가 의미심장한 말을 꺼내자 최처인이 말꼬리를 이었다.

 

“아무렴. 그래야지. 그래서 이 사람을 이 자리에 함께 하게 한 걸세.

“같은 장돌뱅이 신세이니 제가 잘 이해시킬 수 있을 것 같습니다.” 필선이 다시 나선 것이다. 그러자 백암골 도인 가야가 고개를 끄덕였다.

 

“이제 새 세상이 올 것이오. 우리 함께 일을 합시다!

순간, 봉칠규의 눈이 반짝했다. 얼굴은 무언가 기다리던 것을 잡은 듯한 표정이기도 했다.

 

“새 세상이라니요?

놀란 얼굴로 봉칠규가 묻자 이번에는 최처인이 손을 내저으며 나섰다.

 

“인성과 물성에 대한 논을 들어본 적이 있는가?

뜬금없는 물음에 봉칠규는 고개를 좌우로 흔들었다. 그러자 필선이 다시 끼어들었다.

 

“이곳 내포 땅에서 치열하게 벌어지고 있는 논쟁이오. 우암과 수암의 도통을 잇는 외암 이간선생과 남당 한원진선생을 중심으로 벌이고 있는 논쟁이지요.

봉칠규는 그제야 알아듣겠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그 사이 최처인의 말이 다시 이어졌다.

 

“인간의 본성과 사물의 본성이 같다고 주장하는 외암 이간선생의 인물성동론과 다르다고 주장하는 남당 한원진선생의 인물성이론일세.

“우리가 지지하는 것은 외암선생의 인물성동론입니다. 인간의 본성이나 사물의 본성이나 같다고 보는 것이지요. , 달리 말하면 양반이나 우리 천민이나 모두 똑 같은 사람이라는 것입니다.

백정 치돌이의 거침없는 나섬에 그제야 봉칠규의 낯빛이 밝아졌다. 모든 의문이 풀린다는 듯한 표정이었다.

 

“하늘이 명하기를 모든 만물은 다 같이 소중한 것이라 하였소. 그런데 지금 조선은 양반과 천민을 구별하여 그 차별이 심하니 어찌 하늘의 뜻을 바로 섬기는 것이라 하겠소. 그래서 우리는 하늘의 뜻을 대신해 세상을 바꿔보려 하오.

백암골 도인 가야의 말을 이어 원효암의 거해스님이 받아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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