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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는이야기

매끈한 갈대 꽃술의 자태 갈꽃비, 명품일세!

100% 친환경 자연재료로 전통 빗자루 만드는 서천 고살메 마을

2016.04.27(수) 16:16:09 | 최순옥 (이메일주소:didrnlwk55@hanmail.net
               	didrnlwk55@hanmail.net)

이 글은 충청남도 도민리포터의 글입니다. 충청남도 공식 입장과는 다를 수 있습니다.

마천루처럼 치솟아 올라간 회색빛 콘크리트 숲인 도심을 벗어나 시골의 들길이나 강가를 걷노라면 꼿꼿한 자태를 뽐내면서 기름진 머리칼과 같이 매끈한 꽃술을 바람에 흩날리며 자랑하고 있는 들풀이 보인다. 그저 풀이라기엔 그 키가 하도 커서 나무같은 이것, 갈대다.
 
마음을 종잡을 수 없거나 연약함을 일컬을 때 “갈대와 같다”고 하기도 하지만 갈대는 강하고 질긴 줄기를 가졌을 뿐만 아니라 번식력도 뛰어나 어느 식물보다도 강한 생명력을 지니고 있다.
갈대 잎으로 바람개비를 만들어 갈대 끝에 매달고 달리면서 돌리던 기억 또한 새롭다. 갈대는 쓰임새 또한 뛰어나서 기와나 초가집 담장에 벽을 치거나 추녀를 들일 때 엮어서 속심으로 쓰고 그 위에 흙맥질을 하면 매우 튼튼하여 반영구적이었다.
 

서천읍 삼산리 고살메마을 들어가는 입구

▲ 서천읍 삼산리 고살메마을 들어가는 입구



이 갈대의 꽃을 이용해 일제 강점기 때 부터 '빗자루'를 만들기로 유명한 마을이 있다.
갈대를 줄인 ‘갈’과 '꽃'이 만나 ‘갈꽃비’라 부르는데 어떤이는 가을을 줄여 ‘갈’이라 했고 그 꽃을 따고 말려 ‘꽃’이라 해서 ‘갈꽃비’라 했다고도 한다.
필자는 전자가 더 신빙성 있어 보이지만 둘 다 아주 좋다.

 

변종예씨가 빗자루를 만드느라 여념이 없다.

▲ 변종예씨가 빗자루를 만드느라 여념이 없다.


작년 여름에 채취해서 소금물로 삶아 말린 갈대꽃. 어찌나 부드럽던지...

▲ 작년 여름에 채취해서 소금물로 삶아 말린 갈대꽃. 어찌나 부드럽던지...


이것이 여름 지나 가을께 익어가는 갈대꽃이다.

▲ 이것이 여름 지나 가을께 익어가는 갈대꽃이다.(지난 가을에 도민리포터가 고향에서 누렇게 익어가는 황금들녘을 찍어둔 자료사진입니다. 요런때 요긴하게 쓰일것을 알고요. ㅎㅎ )


이렇게 한다발씩 묶어 준비해둬야 농한기에 갈꽃비를 만들수 있다.

▲ 이렇게 한다발씩 묶어 준비해둬야 농한기에 갈꽃비를 만들수 있다.



서천군 서천읍에 위치한 고살메 마을(삼산리)에 갈꽃비 만드는 변종예씨 농가를 찾았다.
직접 가서 갈꽃비를 만드는 모습을 보고 다 만든 갈꽃비를 만져 보니 수수비와는 다르게 갈꽃의 부드러움이 섬세한 먼지까지 쓸어 주는 장점을 지니고 있었다.
특히 인조빗자루의 정전기와 그로인해 미세 먼지가 빗자루의 실낱에 붙어있는 찜찜함이 요즘 인공빗자루의 특징이다.
하지만 갈꽃비는 그런 염려가 전혀 없으며 빗자루의 살이 매우 촘촘하고 고와서 벽지나 문종이에 풀을 발라 붙일 때 쓰는 풀비로도 아주 그만이었다.
 
갈꽃비를 만들 때는 마당을 쓰는 데 사용하는 수수머리나 댑싸리 또는 싸리나 대나무 잔가지로 만들어 쓰는 빗자루보다 훨씬 더 정성들여 만들었다.
주로 방안에서 쓰는 것이기 때문에 옛날에는 오색물감으로 물들인 실이나 끈으로 갈꽃을 묶어 만들었다 한다. 그 덕분에 아름다운 장식미까지 갖추고 있었다.

 

갈꽃비를 만들기 위해 변종예씨가 허리춤에 뭔가를 묶고 긴 끈을 연결한 나무토막을 늘어트려 두 발로 고정시킨다.

▲ 갈꽃비를 만들기 위해 변종예씨가 허리춤에 뭔가를 묶고 긴 끈을 연결한 나무토막을 늘어뜨려 두 발로 고정시킨다.


허리춤에 묶은 이것은? ㅎㅎㅎ 군용 요대다. 월남전에 쓰던건가?...

▲ 허리춤에 묶은 이것은? ㅎㅎㅎ 군용 요대다. 월남전에 쓰던건가?...


이렇게... 갈꽃비 작업장에 홀로 꼿꼿이 앉아 빗자루를 만든다.

▲ 이렇게... 갈꽃비 작업장에 홀로 꼿꼿이 앉아 빗자루를 만든다.


섬세한 매듭과 칼질.

▲ 섬세한 매듭과 칼질.


이 독특한 칼은 무엇에 쓰는 물건인고? 갈꽃비 만드는데 쓰기 위해 준비한 전용 칼이다.

▲ 이 독특한 칼은 무엇에 쓰는 물건인고? 갈꽃비 만드는데 쓰기 위해 준비한 전용 칼이다.



변종예씨에게 물었다. 갈대는 언제 어떻게 잘라서 준비하는지.
“갈대 꽃을 뽑아서 그대로 말리면 그 줄기가 부러지거나 꽃술이 쉽게 부스러져 떨어져 나가요. 그래서 갈꽃이 활짝 피기 전에 얼른 뽑아서 옅은 소금물에 삶아 그늘에서 잘 말리면 좀이 먹거나 곰팡이가 피지 않고 질겨져서 잘 부스러지지 않습니다. 닳아서 몽당 빗자루가 될 때까지 오래도록 쓸 수 있답니다. 그래서 해마다 여름에는 갈꽃을 따러 서천은 물론이고 전국 농촌을 안다녀본데가 없어요”

변종예씨는 이렇게 한여름부터 준비해 두는 노력을 해야만 겨울철 농한기 때 일거리가 생긴다며 부지런해야 한다는 말씀을 더해 주셨다.
 
갈꽃을 미리 따서 말리는 일부터 시작해 이듬해 겨울부터 5월까지 꾸준히 만든 이것은 농한기때 마을의 주 소득원이자 짭짤한 ‘아르바이트’였다.
요즘의 화학제품이나 짐승 털로 만든 빗자루는 정전기뿐만 아니라 빗자루 사이사이에 머리카락이 달라붙어 떨어지지 않기 때문에 여간 신경 쓰이는 게 아니다. 하지만 갈꽃비는 그럴 걱정이 전혀 없는 착한 빗자루이다.
 
갈꽃비는 부드러운 갈꽃을 꼼꼼히 엮어야 하기에 나일론 줄을 이용할 경우 30여 분, 옛날 방식을 따를 경우 1시간 정도가 소요돼 많아야 하루에 20~30여 자루를 맬 수 있다.
고살메마을에서는 10여 명 남짓의 지역주민들이 연간 3000자루의 갈꽃비를 생산해 전국에 유통시키고 있다.
가격은 1개에 2~3만원씩 받는다.

   

이젠 손잡이 부분 매듭만 잘하면 마무리단계다.

▲ 이젠 손잡이 부분 매듭만 잘하면 마무리단계다.


갈꽃비의 자루부분 마무리단계.

▲ 갈꽃비의 자루부분 마무리단계.


자 이제 다 끝났다.

▲ 자 이제 다 끝났다.


완성시킨 갈꽃비를 마지막 점검하는 변종예씨.

▲ 완성시킨 갈꽃비를 마지막 점검하는 변종예씨.
 

한자리 모인 갈꽃비

▲ 한자리 모인 갈꽃비


이 섬세한 매듭, 처음부터 끝까지 모두 100% 수작업이다.

▲ 이 섬세한 매듭, 처음부터 끝까지 모두 100% 수작업이다.


완성된 갈꽃비로 실내를 쓸고 있는 변종예씨.

▲ 완성된 갈꽃비로 실내를 쓸고 있는 변종예씨.



한 때는 농가 소득원으로써 큰 역할을 담당했으나 지금은 청소기와 인조 빗자루에 밀려 관상용으로만, 또는 갈꽃비 특유의 장점을 못잊어 그것을 찾는 사람들에게 전해주어 명맥을 유지하고 있는 갈꽃비.

100% 친환경적이고 전국에서 여전히 찾는 사람들도 적잖지만 삼산리에서는 고민도 있다.
변종예씨는 “마을에서 나고 자라며 아직도 주민들이 마을회관에 옹기종기 모여 앉아 갈꽃보다 더 아름다운 이야기꽃을 피우며 빗자루를 만들던 때가 생각납니다”라며, “매년 줄고 있는 갈꽃비의 명맥 유지를 위해 명장 지정 같은 근본적인 대책을 마련해 주면 좋겠습니다”라고 전했다.
 
또한 원래 갈꽃비는 빗자루를 엮을 때 나일론 끈 대신 왕골과 모시로 엮도록 해야 하는데 인력난과 힘이 부쳐 어쩔수 없이 붉은 나일론 끈으로 쓰고 있다고 한다.
이것도 앞으로는 마을 스스로 옛날 방식을 재현하는 등 각고의 노력을 아끼지 않겠지만 자꾸만 고령화 돼가고 사람들이 줄어드는 현실이어서 쉽게 될지는 알수 없는 일이다.
 
연약한 여성을 상징하는 갈대.
하지만 가난한 시절, 빗자루로 생계를 담당했던 이 마을의 갈대는 질긴 생명력으로 강한 어머니 같은 표상으로 남아있다.
그래서 삼산리 주민들이 만드는 갈꽃비는 우리가 지켜내야 할 소중한 자원이고 유산임에 틀림없다.
 
그 옛날, 어머니 아버지가 갈꽃비를 만들던 모습을 떠올리며 쓴 어느 시인의 글을 옮겨 적어본다.
 


갈 꽃 비

                                      정 낙 추
 
아버지께서 갈꽃비를 만드신다
지난 가을
당신처럼 하얗게 늙은
갈대꽃을 한 아름 꺾어 오시더니
오늘은 당신 몫의 생애를
차근차근 정리하여 묶듯이
갈꽃비를 만드신다
 
나이 들어 정신도 육신도
가벼워진 아버지와 갈대꽃이
한데 어우러져 조용히 흔들린 끝에
만들어진 갈꽃비
평생 짊어진 가난을 쓸기엔 너무 탐스럽고
세상 더러움을 쓸기엔 너무 고운
저 갈꽃비로
무엇을 쓸어야할까
 
서러운 세상 다 보내신
아버지의 한 방울 눈물을 쓸면
딱 알맞겠는데
아버지는 끝내 눈물을 보이지 않으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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