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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는이야기

마을뒷산으로 놀러가는 아이들

2016.02.17(수) 12:30:15 | 홍순영 (이메일주소:ssoonyoung@hanmail.net
               	ssoonyoung@hanmail.net)

이 글은 충청남도 도민리포터의 글입니다. 충청남도 공식 입장과는 다를 수 있습니다.

 
봄의 시작을 알리는 입춘이 지나서인지 한결 포근한 날씨다. 이런 날은 집안에 있기보다 집밖에서 시간을 보내고 싶어진다. 햇살이 따스해질 무렵 마당에 있는 그네에 앉아 내가 좋아하는 음악을 틀어놓고 눈을 감는다. 눈을 감으면 햇살의 따스한 느낌을 온몸으로 느낄 수 있다. 나는 금새 엄마의 자궁속에 있는 아이처럼 몸을 웅크린다. 그때 참 편안하다.
 
마당에 있으니 저 멀리서 어린이용 자전거 바퀴 굴러가는 소리가 제법 크게 들린다. 단번에 그 자전거의 주인을 알아차렸다. 바로 현우다. 현우는 호승이와 동갑내기 남자아이다. 홍성은 딸기재배지역이 많은데 금마면에 있는 장성리도 대다수가 딸기농사를 짓는다. 현우의 외할머니도 역시 딸기농사를 지으신다. 현우와 현우엄마는 종종 친정엄마집에 놀러와 일주일씩 있다가곤 하는데 그때 호승이와 현우가 만나게 되었다. 나들이 하다가 현우가 우리 집에 놀러오기도 하고 우리가 현우할머니집에 놀러가기도 한다.
 
현우의 등장에 집안에서 꼼짝 않던 호연(9살)이와 호승(5살)이가 문을 박차고 나온다. 사내아이어서 쑥스러운지 반가운 인사는 반가운 눈빛으로 대신한다. 호승이는 마당에 나와 훌라후프 자랑을 하고 싶어 허리 돌리기를 열심히 선보이고 호연이는 현우에게 보여주고 싶은 매직큐브( 색종이로 만든 놀잇감)를 자랑하기 바쁘다.
 
현우가 외할머니 일하는 곳으로 가는 중이라는 이야기를 듣고 내가 제안을 한다. “우리 딸기밭에 갈래?” 호승이는 “예~!”하며 환호성이고 호연이는 찌뿌둥한 표정이다. 신발을 신고 함께 가려고 움직이는데 아이들 세 명이 시끌시끌 마을길을 달린다. 현우의 등장으로 우리 아이들도 한껏 들떴음을 느꼈다. 도착해서 비닐하우스에 들어가니 밖의 날씨와 다르게 잠바입은 차림이 덥기까지 하다. 아이들은 금새 저들끼리의 놀이가 시작되었다. “여기서부터 달리는 거야~, 준비~” 딸기밭 사이로 아이들은 달리기를 하기 시작한다. 제일 큰 호연이를 앞에 두고 호승이와 현우는 열심히 뒤쫓는다. 이 단순한 달리기에 아이들은 깔깔거린다.
 
딸기작업장에서 너무 흥분하는 아이들이 눈치가 보일 때쯤 현우엄마가 제안을 했다. “우리 산에 가볼래?” 이 제안에 현우와 호승이는 신이 났고 호연이는 역시나 찌뿌둥한 표정이다. 산은 내가 평소가 잘 가던 동네 뒷산으로 가기로 했다. 홍성의 작은 시골마을은 도시와는 다르게 마을마다 작은 야산들이 많다. 동네사람들이 건너마을로 가기 위한 통로이기도 하고 마을을 에워싸는 마을숲의 개념도 있다. 내가 살고 있는 집 앞에는 자그마한 야산이 둘러싸여 있다.
 
우리 집 근처여서 금세 산 초입까지 도착했고 아무 준비도 없이 슬리퍼를 신고 나왔던 나는 질퍽한 흙에 약간은 당황스러웠다. 그래도 어쩌겠는가. 산으로 향해본다. 뒷산은 활엽수가 많아 겨울잎들이 도톰하게쌓여 걸을때마다 폭신하다. 마을사람들이 다니는 곳이라 제법 길도 나있다. 아이들은 쉽게 산을 올랐고 건넛마을 이웃집에 도착하니 아쉬워하는 표정이다. 다시 되돌아가기로 했다. 아이들은 멈칫멈칫 나뭇가지를 줍는다. 호연이는 우리집 땔감으로 쓴다고 큰것만 찾고 호승이와 현우는 자기키 만한 나뭇가지 찾기에 여념이 없다.
 
그 모습을 앉아서 바라보는데 겨울 산이 엄마의 품처럼 따스하고 안정감 있게 느껴졌다. 그곳에 있는 아이들은 너무나 자연스러웠고 내 품안의 아이가 아닌 산이 품는 아이들 같았다. 자연의 아이들인 것이다. 이 순간의 느낌이 한동안은 떠나지 않을 것 같다.
 
 

마을뒷산으로놀러가는아이들 1

마을뒷산으로놀러가는아이들 2

마을뒷산으로놀러가는아이들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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