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홍수(56) 순천향대학교 천안병원 소화기내과 교수
 

“의사는 사람을 살리는 업, 눈앞에서 사람이 죽어 가는데 무엇을 망설이겠는가. 당연한 일을 했을 뿐이다.”

순천향대학교 천안병원 소화기내과 김홍수 교수(56세)가 심폐소생술로 응급환자의 생명을 구하는 등 인술을 펼쳐 보건복지부 장관상을 수상했다.

보건복지부는 11월20일 서울 롯데호텔에서 ‘제11회 응급의료전진대회’를 개최하고 응급의료 분야 유공자들에게 표창을 수여했다. 이날 김 교수는 ‘심폐소생술 시행 우수사례’로 선정돼 보건복지부 장관상을 받았다.

의사가 사람을 살리는 일을 했다면 어찌 보면 당연한 말처럼 들린다. 그러나 실제로 병원 진료실 이외의 장소에서 의사가 위험에 처한 사람을 살리는 일은 말처럼 간단하지가 않다. 사람 살리는 행위를 하더라도 자칫 의사에게 불리하게 적용될 수 있는 법 때문이다.

2014년 3월 어느 주말, 인천발 호주행 비행기

2014년 3월 어느 주말 저녁, 인천공항을 떠나 호주 브리즈번으로 향하던 비행기 안에서 50대 남자가 심장마비로 쓰러지는 사건이 발생했다.

우연하게도 그 비행기에는 의사가 함께 탑승해 있었다. 그 의사의 신속한 응급조치를 통해 기적적으로 심장마비 환자를 살릴 수 있었다. 응급환자에게 심폐소생술을 실시해 다행스럽게도 생명을 구한 것이다. 영화나 드라마 속에서나 있을법한 일이 실제로 발생한 것이다.

그 이야기의 주인공이 바로 순천향대 천안병원 김홍수 교수의 이야기다.

김 교수는 이날 오후 7시30분 무렵 학회에 참석하기 위해 인천국제공항에서 호주행 비행기에 탑승했다. 행선지인 호주 브리즈번으로 향해 비행기가 이륙한지 얼마 지나지 않아 갑자기 실신한 환자를 만나게 된 것이다. 김 교수는 의사의 본능적 행동으로 환자의 상태를 확인한 결과 남성은 심장마비로 추정됐다고 한다.

당시 김홍수 교수와 함께 비행기에 탑승했던 또 한 명의 의사가 있었다. 충북대학교 한정호 교수다. 한 교수도 김 교수를 도와 환자의 기도를 확보하고 심장마사지를 실시하는 등 신속한 응급처지를 함께했다.

두 교수는 비행기 안에 준비된 구급키트를 이용해 정맥을 확보하고 수액을 공급함으로써 환자를 살릴 수 있었다. 이날 발 빠른 응급처치 덕분에 남성은 10여 분 후 정상적인 심장박동을 되찾았다. 이후에도 두 교수는 환자의 상태를 관찰하며 수액을 투여하는 등 목적지에 도착할 때까지 4시간 여 동안 밀폐된 공간에서 구호활동을 이어갔다.

다행히 남성은 상태가 더 이상 나빠지지 않았다. 둘은 호주 브리즈번 공항에 도착한 후 공항에 대기하고 있던 구급차를 이용해 무사히 병원으로 이송할 수 있도록 끝까지 환자를 지켰다.

국민적 관심사로 떠오른 응급환자 구조 '심폐소생술'

당시 김홍수 교수의 인명구조 소식이 알려지자, 운항 중이던 비행기 안에서 심장마비 환자의 생명을 살렸다며 주말 내내 각종 언론에 소개되며 화제였다.

이와 함께 비행기에 탑승했던 의사의 활약이 주목받으며, 심폐소생술에 대한 국민적 관심사로 크게 확산되는 계기가 되기도 했다. 특히 응급환자가 발생했을 때 대처하는 방법을 일반인 누구나 상식적으로 알 수 있게 만드는 역할을 한 것이다.

김 교수는 현재 간질환 진단 및 치료의 권위자로서 현재 대한임상초음파학회 회장을 맡고 있다. 김 교수는 평소에도 불우이웃돕기 등 많은 선행을 베풀어 주위로부터 존경 받는 의사로 평가받고 있다.

작년 3월 호주행 비행기에서 김홍수 교수를 도와 응급환자를 구조했던 충북대 한정호 교수는 다음과 같은 말을 남겼다.

“의사가 길에서 사람을 구조해도 과실을 묻고 처벌하는 한국에만 있는 법 때문에 마음 한 켠 에서는 망설여졌다. 그런데 의사도 아닌 한 젊은이가 환자를 돌보았고, 나보다 10년도 더 연배가 높으신 김홍수 선생님도 먼저 나서셨다. 승무원의 헌신과 모든 사람의 간절함이 환자를 살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