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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는이야기

영원한 갑은 없다

2015.08.19(수) 09:01:46 | 홍경석 (이메일주소:casj007@naver.com
               	casj007@naver.com)

이 글은 충청남도 도민리포터의 글입니다. 충청남도 공식 입장과는 다를 수 있습니다.

야근을 하자면 업무매뉴얼에 입각한 순찰이 핵심이다. 반면 주근(晝勤)엔 무시로 출입하는 고객과 직원들께 정중한 인사와 더불어 주차관리가 주(主)를 이룬다.
 
특히나 회사 건물로 진입하는 고객들을 향한 주차부스에서의 친절은 경비원이 가장 정성을 기울여야 하는 어떤 기본이다. 어제도 이에 입각한 마인드와 친절로 잔뜩 무장하고 주차부스에 서서 일할 때였다.
 
차 한 대가 들어서는데 선팅(sunting)을 잔뜩 한 바람에 운전석의 사람이 도무지 보이지 않았다. 주차 진입 차단기 앞에 선 그 차는 그렇다면 당연히 창문을 내리고 어떤 용무로 왔는가를 얘기하는 게 순서이자 예의였다.
 
하지만 “어떻게 오셨습니까?”라는 나의 거듭되는 질문에도 불구하고 그 차의 운전자는 그저 가만히 있었다. 뒤에서 또 다른 차가 들어서는 데도 그처럼 요지부동인 차의 운전자는 20초는 지나서야 차창을 겨우 빼꼼 반도 안 내리며 신경질을 부렸다.
 
“경비하면서 내가 13층에 근무하는 사람인 줄 몰라요?” 평소에도 건방과 안하무인이 뺨에 번지르르하다고 소문난 아줌마였다. “선팅이 너무 짙어서 안 보입니다. 아무튼 어서 들어가세요.”
 
그 운전자 아줌마는 뭐라고 더 불만을 주절거리며 내가 올려준 주차 진입 차단기를 지나 지하 주차장으로 들어갔다. 하지만 내 기분은 정말이지 ‘더러웠다’. 내가 경비원이라고 그처럼 대놓고 무시하는 사람들이 가끔 있다.
 
한데 이런 경우는 분명 ‘인권모독’이라고 느껴진다. 최근 서울 강남의 한 아파트 주민이 경비원에게 사과문을 쓰라고 요구한 것으로 알려져 논란이 일고 있다. 4년째 이 아파트에서 경비원으로 일하던 박 모 씨는 입주민의 집에 도배업자가 대금을 달라며 들어온 걸 막지 못한 걸 트집잡은 입주민이 계속하여 사과문까지 쓰라고 하는데 분개하여 결국 직장까지 그만 두었단다.
 
작년에도 서울 강남의 모 아파트 입주민이 경비원을 인간 이하로 모독하는 바람에 분신자살한 적이 있었다. 그래서 사회적으로도 큰 반향을 일으켰는데 하지만 지금도 경비원을 향한 소위 갑(甲)의 횡포는 여전하다.
 
자기 아버지뻘 되는 경비원에게 심지어는 오물까지 투척한 입주민도 있었음이 이런 주장의 방증이다. 주근보다 야근이 더 많아서 가뜩이나 피곤의 포로가 되는 직업이 경비원이다. 하지만 경비원이 하는 일은 무척 많다.
 
입주민(아파트의 경우), 그리고 직원과 입주사(회사건물의 경우)들이 퇴근하였어도 방범과 소등, 불조심 등의 예의주시는 기본이다. 이러한 업무의 경비원들이 있음에 입주민도 회사 직원들도 안심할 수 있는 것이다.
 
뜻한 바 있어 가을에 생애 처음 저서를 발간하게 되었다. 박봉에 더하여 ‘인권모독’마저 무시로 벌어지는 현장서 일하는 경비원 직업을 그만두고자 하는 몸부림이 그 계기로 발동했다. 글을 써온 지는 20년가량 된다.
 
그래서 나름 다전선고(多錢善賈 = 밑천이 넉넉하면 장사를 잘할 수 있음을 이르는 말)의 깜냥은 지녔다고 자부하는 터다. 경비원을 그만 두더라도 제발 부탁인데 사회적 을(乙)의 입장인 경비원에 대한 사회적 편견과 홀대, 그리고 모독과 무시가 없어지길 소망한다.
 
영원한 직업은 없다. 영원한 부자도, 갑도 마찬가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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