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통합검색 바로가기
메인메뉴 바로가기
화면컨트롤메뉴
인쇄하기

사는이야기

경비원은 에너지 절약 애국자거늘

“네 아버지가 경비원이었다면 구타했겠니?”

2015.07.22(수) 20:58:38 | 홍경석 (이메일주소:casj007@naver.com
               	casj007@naver.com)

이 글은 충청남도 도민리포터의 글입니다. 충청남도 공식 입장과는 다를 수 있습니다.

오늘도 야근을 들어왔다. 그리곤 업무매뉴얼에 따라 근무를 할 것이다, 오후 8시부터 10분 동안은 지하5~1층까지의 지하주차장을 순찰하여야 한다. 이어 밤 10시부터 30분까지는 옥상에서부터 지하 5층까지를 다시 순찰할 것이다.
 
같이 야근하는 짝꿍 역시 내일 새벽 2시부터 30분 동안 마찬가지로 나의 동선을 따라 순찰해야 한다. 내일 아침 5시부터 10분까지의 회사 건물 외곽의 순찰 또한 반드시 마쳐야 된다. 이 같이 첩첩의 마치 물샐 틈 없는 순찰을 도는 건 먼저 보안 때문이다.
 
이어 필요 없는 전등을 끈다. 소등을 하노라면 늘 느끼는 현상이 하나 있다. 그건 바로 우리들 경비원이 만날 끄는 전력의 양이 실로 상당하다는 사실이다. 예컨대 한 건물 전체의 전등을 모두 켜둔 채 퇴근하는 상황도 왕왕 발생한다.
 
이런 경우 나는 그 전등을 모두 끄면서 이런 생각을 한다. ‘나와 우리 동료 경비원들이 이렇게 적극적으로 소등함으로 해서 절약되는 전기료만 해도 우리들 급여를 모두 주고도 남을 것!’이라고.
 
즉 그러니까 우리들 경비원은 에너지 절약에 있어서도 어떤 ‘애국자’라는 주장이다. 이뿐만 아니다. 어디서 누수가 되는지 귀를 기울이는 것도 반드시 필요하다. 주차장에서 자고 있는 차량들 또한 서자 취급을 해선 안 된다.
 
혹여 운전자가 미등이라도 켜고 퇴근했다면 분명 배터리가 방전되는 때문이다. 건물 밖을 순찰하노라면 회사에서 마련해 둔 벤치에서 술을 마시며 담뱃불을 아무 데나 던지는 취객도 발생한다. 그럼 이 또한 화재예방 차원에서 신경을 곤두세워야 옳다.
 
비록 박봉이긴 하지만 대한민국의 경비원 아저씨들은 아마도 나와 같은 길을 걷고 있으리라 믿는다. 그러하거늘 자신의 아버지뻘 되는 경비원 아저씨, 아니 ‘할아버지’를 구타했다는 뉴스를 보고 정말이지 분기(憤氣)가 하늘을 찔렀다. 뉴스의 내용은 이랬다.
 
마지막 영화 상영이 끝나 불이 꺼지고 캄캄했던 전남 여수의 한 극장 주차장이었단다. 71세의 극장 경비원이 순찰을 돌던 중 인기척을 느껴 38세 남자 손님에게 차를 빼달라고 하면서 돌아섰단다.
 
순간 연상의 여인과 차 안에 있던 그 남자는 자신의 아버지뻘 되는 어르신 경비원을 쫓아가 발로 밟으며 5분간이나 폭행했다는 것이 사건의 개요다. 노인을 그처럼 사정없이 구타하는 바람에 71세 경비원은 정신마저 잃었단다.
 
그럼에도 폭행 가해자는 달아나듯 주차장을 빠져나갔다는 부분에서 심각한 인권모독 및 이런 책망까지를 자초한 셈이다. “과연 네 아버지가 순찰 경비원이었더라도 구타했겠니?”
 
노인 경비원을 구타하여 경찰에 입건된 자는 “누군가 갑자기 손전등을 비춰 같이 탔던 여성이 비명을 질렀다.”며 그래서 화가 나서 그리 했다고 했단다. 그러나 그 시간에 연상의 여인과 주차장에 있던 가해자를 경비원이 손전등으로 살펴본다는 건 업무매뉴얼 상 당연하며 상식적인 것이다.
 
아들 뻘 되는 사람으로부터 구타를 당하고 그 충격으로 말미암아 전후 상황조차 제대로 기억하지 못하고 있다는 어르신 경비원에게서 새삼 경비원의 비애를 느끼지 않을 도리가 없다.
 
 
 
 

홍경석님의 다른 기사 보기

[홍경석님의 SNS]
  • 페이스북 : https://www.facebook.com/kyungseok.hong
댓글 작성 폼

댓글작성

충남넷 카카오톡 네이버

* 충청남도 홈페이지 또는 SNS사이트에 로그인 후 작성이 가능합니다.

불건전 댓글에 대해서 사전통보없이 관리자에 의해 삭제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