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통합검색 바로가기
메인메뉴 바로가기
화면컨트롤메뉴
인쇄하기

사는이야기

난생 처음 甲이 되던 날의 환희

출판계약서

2015.07.17(금) 04:08:23 | 홍경석 (이메일주소:casj007@naver.com
               	casj007@naver.com)

이 글은 충청남도 도민리포터의 글입니다. 충청남도 공식 입장과는 다를 수 있습니다.

야근을 하자면 통상 오후 5시까지 출근하면 된다. 하지만 고무된 기분을 제어코자 한다면 그보다 한참 일찍 집을 나서야만 했다. 먼저 대전역에 들렀다. 그리곤 08시 11분 서울행 KTX 열차표를 예매했다.
 
출근을 하였지만 마음은 진즉 서울에 가서 방황하고 있었다. ‘내일 나는 과연 출판계약서에 사인을 할 수 있을까......?’ 갈피를 잡지 못하다가 평소 호형호제하는 직장 상사께 그런 내 심중을 여과 없이 피력했다.
 
그러자 그 형님께선 다시금 용기를 주셨다. “나는 자네가 반드시 작가로도 성공할 거라고 믿어!” 두 줄의 김밥을 사주시고 퇴근한 형님이 새삼 감사했다. 한데 김밥을 먹자니 또 그렇게 슬픔이 같이 씹혀졌다. 나름 심혈을 기울여 석 달 가까이 치열하게 글을 써 왔다.
 
이어 약 서른 군데의 출판사에 한글파일로 저장해서 원고를 보냈다. 하지만 답장을 보내온 곳은 불과 두어 군데도 안 되었다. 당연히 모욕감을 느끼지 않을 수 없었다. 명색이 시민(객원)기자로만 잔뼈가 굵은 지도 13년이다.
 
이런저런 문학공모전에서 받은 상(장)이 100개도 넘는다. 하여 며칠 전에는 직장 상사 형님과 퇴근하면서 술을 나눴다. 근데 또 내 깜냥을 알아주지 않는 현실에 분개하지 않을 수 없었다. 내가 눈물을 훔치자 형님께선 토닥토닥해 주셨다.
 
“조금만 더 기다려. 반드시 낭보가 올 거니께!” 그 예측은 맞아떨어졌다. 이튿날 서울 H 출판사의 K 사장님으로부터 전화를 받았다. “내일 시간 되십니까?” 나는 용수철처럼 반동했다. “다른 걸 차치하더라도 불원천리 가겠습니다!” 그렇게 하여 어제 마침내 상경했다.
 
그리곤 시종일관 너무도 친절하고 자상하시며 나의 편이 돼 주신 K 사장님으로부터 출판계약서까지를 받았다. 갑자기 눈앞이 흐려졌다. 이어 속절없이 눈물이 쏟아졌다. 아, 이제야 나의 진가를 알아주는 분을 만났구나!
 
<초한전>의 또 다른 영웅이었던 한신은 항우과 유방의 곁을 맴돌며 자신의 가치를 몰라주는 두 사람에게서 극도의 비애를 느낀다. 그러다가 가까스로 유방의 천하통일 일등공신이 된다. 내 기분이 꼭 그랬다. 평생토록 갑(甲)이 돼본 적은 없었다.
 
그렇지만 어제 나는 난생 처음 그 갑이 될 수 있었다. 이윽고 출판계약서에 갑의 입장으로 당당히 사인까지 마쳤다. 주체할 수 없는 환희가 쓰나미로 몰려왔다. 어금니를 불끈 깨물었다. 내 반드시 불멸의 베스트셀러 작가로 거듭 나리라!
 
그래서 나의 진가를 알아주신 K 사장님에 대한 의리까지 지키리라! 한보따리의 선물까지 챙겨주신 살가운 K 사장님과 기념사진을 찍었다. 대전행 열차에 몸을 실었다.
 
‘넌 기필코 성공할 껴!’ 저만치서 승리의 여신이 무적(無敵)의 방패(防牌)를 아지랑이로 가져다주었다.
 

반드시 베스트 작가로 거듭 나겠습니다!

▲ 반드시 베스트 작가로 거듭 나겠습니다!


 
 

홍경석님의 다른 기사 보기

[홍경석님의 SNS]
  • 페이스북 : https://www.facebook.com/kyungseok.hong
댓글 작성 폼

댓글작성

충남넷 카카오톡 네이버

* 충청남도 홈페이지 또는 SNS사이트에 로그인 후 작성이 가능합니다.

불건전 댓글에 대해서 사전통보없이 관리자에 의해 삭제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