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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는이야기

이불에 대한 두가지 생각

2015.07.07(화) 10:55:50 | 홍경석 (이메일주소:casj007@naver.com
               	casj007@naver.com)

이 글은 충청남도 도민리포터의 글입니다. 충청남도 공식 입장과는 다를 수 있습니다.

조만간 이사를 한다는 딸 때문에 아내의 선잠(불안해서 깊게 들지 못하는 잠)이 거듭되었다. 부창부수랬다고 나 또한 노루잠의 연속이었다. 나도 돈이 많다면 얼마나 좋을까...... 그래서 눈에 넣어도 안 아픈 녀석의 이사에 보태라고 거액을 성큼 내줄 수 있다면 딸은 얼마나 좋아할까! 그러나 현실은 여전히 냉혹하다.
 
매달 급여를 받아봤자 카드빚을 막기에도 급급하니까. 그렇다고 해서 시치미를 떼며 수수방관할 수만은 없는 노릇이었다. “딸 오라고 해서 이부자리라도 사 줘.” 외상이면 소도 잡아먹는다고 우선은 카드로라도 딸에게 이부자리를 사주기로 했다. 명색이 아빠이거늘 아무것도 안 해 준다는 건 도의상으로도, 실정법에도 위반되는 것이었다.
 
아들도 마찬가지지만 딸이 집에 오는 날이 나로선 잔칫날이다. 우선 반찬의 수가 눈에 띄게 증가한다. 딸이 왔다 간 날도 그랬다. 아내는 비주얼까지 화려한 닭볶음탕에 더하여 전날 담근 열무 물김치를 상에 올렸다. 딸은 연신 제 엄마의 요리솜씨 칭찬을 하며 잘 먹었다. 식사를 마친 뒤 둘은 이부자리를 본다며 나갔다.
 
나는 또 잠시 뒤 야근에 나가야 돼서, 또한 남자가 돼 가지고 아낙의 뒤를 따라 이부자리나 보러 다닌다는 건 과거 <초한지>의 명장 한신의 그것처럼 과하지욕(跨下之辱)이란 생각에 안 따라나섰다. 아내와 딸은 두어 시간 뒤 내가 목욕을 마치고 얼굴에 스킨을 바를 때 귀가했다. “이불은 이쁜 걸로 잘 산 겨?” 기쁨과 만족이 딸과 아내의 얼굴에도 만면 가득했다.
 
“근디 너무 비싸더라구.” “잘 했어, 남도 아닌 우리 딸이 덮을 이부자린디 좋은 걸로 사줘야지!” 이불 집에선 딸이 이사할 집으로 택배를 통해 보내준다고 했단다. “잘 했어. 나는 또 야근이라서 먼저 나갈게, 우리 딸 잘 가고 이사도 잘 해~” 딸이 고개를 꺾으며 인사했다. 시내버스에 올랐지만 아내가 고르고 골랐다는 고급의 이부자리를 딸이 이사한 집에서 덮자면 그 얼마나 포근한 잠을 이룰 수 있을까 싶어 흐뭇했다.
 
그런데 아들과 딸한테는 수십 만 원이나 하는 고가의 이부자리를 사주는데 반해 왜 내 이부자리는 여전히 연생이처럼 시원찮은 것만 덮으라는 겨? 그러고도 당신이 내 마누라인 거 맞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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